용산구, 여성안심 행복마을 조성
젠더폭력 예방…범죄예방 환경설계(셉테드) 본격 활용
“야간에 버스를 잘못 탔다가 한남동 도깨비시장에 내린 적이 있어요.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용산구에 거주하는 임모씨(여·36)의 이야기다.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은 사실상 국내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두드러진 동네다. 이태원로 남쪽 ‘한남재정비촉진구역’은 도로 북쪽에 자리한 ‘회장님 동네’와 달리 후미지고 낡은 마을이다.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 거기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빈집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노약자와 젊은 여성들은 일상에서 범죄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용산구가 ‘2017년 서울시 여성안심 행복마을’ 공모를 통해 사업비 1,900만원을 확보했다.
구는 한남재정비촉진구역을 중심으로 젠더폭력 예방을 위한 여성안심 행복마을 사업을 시행한다. 로고젝터(Logojector) 설치를 비롯한 범죄예방 환경설계(셉테드)가 주를 이룬다.
로고젝터는 도로 위에 빔을 설치,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거리는 경찰관이 순찰중인 구역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새겨 범죄예방과 가로등 기능을 동시에 하는 시설물을 말한다.
구는 8월 초 로고젝터 구매 및 설치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중 대사관로34길, 장문로49나길 등 한남·보광동 재개발 지역 8곳에 로고젝터를 설치한다.
구는 범죄예방을 위한 특수 형광물질 도포 사업도 재개발 구역으로 확대했다. 대상건물은 서빙고로73길(150개 동)과 우사단로4길(90개 동) 일대 240개 동이다. 이달 초 작업을 완료했다.
특수 형광물질은 육안 식별이 어려운 대신 특수장비로 검출이 가능,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가스배관과 방범창 등에 도포된다.
한편 구는 지역 내 여성안심 귀갓길에 대한 환경 개선사업도 벌였다. 골목길 바닥에 ‘여성안심 귀갓길’을 표시하고 주변에 위치표시 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여성안심 귀갓길은 경찰에서 지정·운영한다. 야간시간대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경찰의 순찰 활동도 잦다. 용산에는 총17곳이 여성안심 귀갓길로 지정돼 있다.
구는 한남동 ‘도깨비 시장’ 주변으로 마을 사랑방도 운영한다. 일종의 초소 개념으로 주민 자율방범대와 생활안전협의회가 모여 야간 순찰활동을 벌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훌쩍 넘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 안심마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