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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외줄 고공작업 노동자의 곡예 노동 언제까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지난 주 너무나 비극적인 죽음이 알려졌다. 경남의 아파트에서 외벽 도색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추락사망 소식이었다. 부인과 5명의 아이들까지 생계가 막막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성금이 전달되고 있다는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식이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참극을 저지른 노동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술에 취해 자다가 참극을 저질렀다고 하니……. 도대체 이 비극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나 답답한 심정이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그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이 400명을 넘는다. 몇 년 전 10만 원짜리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아 용광로에 빠져 사망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그 쇳물을 쓰지 마라”는 시인의 절규와 시민의 애도 물결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추락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로 건설현장, 선박건조 현장의 추락사망이 대표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지만, 추락사망은 다양한 현장에서 일어난다. 그중 우리들이 가장 자주 직접 보게 되는 것이 고층 건물의 외벽에서 도색작업을 하거나, 유리창 청소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다. 까마득한 높이의 건물에서 로프 몇 개에 의지해서 대롱대롱 매달려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볼 때 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해서 가슴 조려 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에 밀접한 작업도 있다.

여름에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 실외기와 TV가 고장 나면 만나게 되는 케이블 방송 설치 수리 노동자다. 가끔은 동네의 전신주에서 작업하는 외선전기노동자도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다보면 추락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에어컨 실외기 수리를 하다 추락 사망한 노동자와 비가 오는데도 케이블 설치 수리 작업을 하다 추락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너무도 참담한 죽음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대책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건설현장, 조선업 현장의 경우에는 그나마 고정적인 현장으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이 제시되어 있지만. 건물 외벽 청소 도색이나. 에어컨 실외기, 케이블 설치, 건물관리 등은 일반 건물, 주택 등이어서 고정적인 추락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그중에서 그나마 저층인 것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사다리차와 같은 것을 사용하여 작업하도록 하면 되지만, 현실에서는 장비임대 비용이 1회당 10만원- 20만원을 넘고 있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 에어컨의 경우에도 무상 수리 기간에는 회사가 비용부담을 하지만, 무상 수리기간이 끝나면 고객 부담으로 되어 있어,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작업을 감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사망사고 이후에 노조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장비를 삼성에서 비용을 대서 제공하도록 했지만, 법으로 제도화 된 것이 아니어서,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LG를 비롯한 다른 회사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고층 아파트나 건물의 경우에는 사다리차 같은 것도 사용할 수 없으므로, 결국은 2인1조 작업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외벽도장, 청소등과 같은 작업이 용역 파견이나 다단계 하도급의 소규모 영세업체 혹은 팀 작업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동일 사업장에서 원 하청이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어서 안전조치에 대해 산안법 29조의 원청 책임을 강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 업무가 아니고, 건물, 아파트 주민 등이 사용자인 경우도 다반사여서 산안법 준수의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 조선업과 달리 유독 청소, 설치 수리등과 같은 서비스업의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데. 여기에는 항상 “고객의 부담”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나 사업주들을 <고객>을 앞세워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회피하고 있다. 여기에 바로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역할이 필요하다.

이번에 발생한 외벽 고공작업 노동자에게 성금을 보내고, 가슴으로 아파했던 시민들이 있다. 구의역 참사에 지하철 승강장 문에 수많은 포스트잇을 붙였던 시민들이 있다. 그 시민들의 마음이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위험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되도록 정부와 사업주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더 이상 고객의 부담을 핑계로 정부와 사업주가 도망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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