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시 없었다’… 곽종근 “국회 병력 철수, 내 판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는 주장과 달리,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철수 지시는 자신이 먼저 했다고 밝혔다.
4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을 내놓으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선포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추 의원은 “윤석열 피고인으로부터 계엄 해제 결의 후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단호히 “없다”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구체적으로 “12월 4일 1시 1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것을 2분 뒤 인지했고, 즉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김 장관이 ‘어떻게 하냐’고 묻길래,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 세 곳의 임무를 중지하고 철수하겠다’고 내가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장관이 ‘알았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고, 전화를 끊은 직후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추 의원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병력 철수 조치를 자신들의 결정인 것처럼 가로챈 것이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동의한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김 장관과 계엄사령관을 불러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곽 전 사령관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내부에서 그런 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계엄 해제 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철수 과정을 물었고, 이 전 사령관이 ‘특전사가 철수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철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수도방위사령부 역시 윤 대통령의 철수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은 이를 ‘내란 사태 공범들의 책임 회피’로 규정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증언과 조사 결과에 따라 사태의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