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L이앤씨 우중 타설… 9월 최고 강수량 작업 진행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과 ‘아크로’로 유명한 1군 건설사 DL이앤씨(DL E&C·옛 대림산업)’가 비가 오는 날 타설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도 인근 광주 아이파크에서 콘크리트 강도 부실로 건물이 붕괴되고 인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군산시에서 우중 타설을 한 것이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건설 중인 ‘e편한세상군산디오션루체아파트’는 800세대 지하 2층 지상 29층 규모에 시행사는 솔림파트너스·소린, 시공사는 DL이앤씨, 지난해 9월 분양이 시작됐다. 준공은 오는 2025년 7월 예정이다.
17일 이 일대 공사 관계자는 “9월 20일 비가 많이 내리는데 타설을 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며 “새벽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포스코는 펌프카를 불렀다가 철수시켰다”고 말하면서 해당 영상을 제보해왔다.
영상 속 작업자는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붐대 아래 연결된 호스(자바라)를 잡고 콘크리트를 쏟아 붓고 있었고, 주변에는 시공 관계자들이 우산을 쓰고 이를 지켜보고 있다.
우중 타설이 진행되고 있는 해당 동은 105동으로 확인됐다. 영상 속 설치된 타워에 표시된 주파수 채널 CH23에 해당하는 위치를 통해 이 장소가 특정됐다.
기상청 자료를 확인 한 결과 9월 20일 군산시 시간당 강수량은 26.8mm, 일 강수량은 64.8mm에 달했다. 이날은 9월 중 최고 강수량을 찍은 날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강수량 20mm의 체감은 우산이나 우비 착용 자체가 무의미해 쓰고 있어도 온몸이 다 젖고, 시야 확보도 불편한 정도다.
전문가들은 “우중 타설이 이뤄질 경우 콘크리트에 빗물이 혼합돼 강도가 약해지고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2022년 1월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주요 원인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었고, 올해 4월 발생한 GS건설 인천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도 철근 누락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가 문제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19일 표준시방서 개정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현재 국토부 일반 콘크리트 표준시방서에는 ‘강우, 강설 등 콘크리트 품질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를 정해 책임기술자의 검토·확인을 받아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필요 조치 검토’가 필요한 강수량이 규정되지 않아 자의적 판단으로 우천 타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 마다 자체 기준을 정해놓고 있는데, DL이앤씨의 경우 시간당 강수량 5mm 이상일때 작업을 중지 하도록 하고 있다.
DL이앤씨 측은 “비오는날 오전 10시쯤 타설한 게 맞다. 저희는 우천시 작업 중지 강수량 기준이 5mm이다. 작업 당시 강수량은 0.5mm였기 때문에 작업을 했다”며 “오전 11시에 작업을 종료했고, 보양 작업 이후 7일이 지나 테스트했을때 이상이 없었다. 28일 이후에 강도 테스트를 다시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오봉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슬비나 폭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원칙적으로 타설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빗물로 인해 배합 비율 달라질 경우 품질이 저하돼 불량 콘크리트가 될 수밖에 없다.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DL이앤씨는 구 대림산업의 건설·플랜트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기업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과 함께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BIG 5 기업으로 손꼽힌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6위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사현장에서 7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고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작년부터 최고안전경영책임자 체계로 안전조직을 개편하고 사업본부별 안전보건 방침 및 이행 계획을 수립했지만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