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3명 해고해 경영적자 메꾸려 꼼수 펴는 EBS”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다? 인력은 감축했지만, 해고는 아니다!
공영방송 EBS가 최근 미화노동자를 인력감축해 문제가 되고 있다. EBS는 청소용역이지만 신규업체 입찰을 하면서 과업지시서 내용도 효율적으로 변경했다며 업무내용이 달라진 것이기에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등은 지키지 않아도 되고, 감원, 해고 등의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경영적자가 특별한 사정이라더니… 이제는 새로운 용역?
16일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에 따르면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은 용역계약 체결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고용유지, 근로조건 보호, 노무비 산출내역 등 계약내용 공개, 임금지급 명세서 제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켜야 한다. 신규업체 입찰과정에서 노조가 이 같은 내용을 EBS측에 전달하자 EBS측은 경영적자 등 어려움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침은 ‘특별한 사정이라 함은’ 용역근로자 개인에게 해당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를 의미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또 이 같은 사유를 임의적 평가를 통해 고용승계를 거부하거나 근로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경우는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없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업무내용이 달라진 새로운 용역?
EBS 경영사정이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자 주장을 달리하고 나섰다. 업무내용이 달라진 새로운 용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2021년 청소용역 과업지시서상의 ‘과업의 대상과 범위’와 2023년 과업지시서의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오후조 인력뿐인데, 오후조가 하던 업무인 전층 공용부 일반청소는 현재 오전조에서 다 하고 있다.
EBS 경영지원센터장은 ‘청소용역 과업지시서 내용도 효율적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시간대별 세부업무내용은 별도 계획을 수립해 발주자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달라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전조, 오후조로 나눠서 하던 일의 양이 오전조가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바뀌어 7시간 안에 청소업무를 모두 해야 한다.
공영방송 EBS, 자격 있나?
5월 3일 입찰이 마감되었고, 최저낙찰률 87.995%를 투찰한 ㈜코드원이 낙찰자 지위를 확보했다. 애초 공고된 일정대로라면 적격심사를 거쳐 5월 9일 EBS와 계약서를 체결하고 10일 영업을 개시해야 한다. 그런데, 계약체결은 미뤄졌고, 미화 노동자들에게는 5월 10일 일하지 말고 ㈜코드원과의 면담을 위해 09시까지 나오라는 공지가 있었다.
수상한 것은 ㈜코드원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06시부터 출근해 휴게실에서 대기를 했다. 09시가 되었지만 ㈜코드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어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노조가 직접 전화해 묻자 지금 출발하니 12시에 모이라고 했다. 09시 출근을 공지한 미화소장에게 따져묻자 EBS 모 부장이 얘기해 전달했다고 했다가 다시 자기가 그냥 공지했다고 한다. 용역근로가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필요한 EBS가 관여했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오후 2시경 EBS에 나타난 ㈜코드원은 부랴부랴 면접을 보기 시작했고, 17시가 다 되어서 끝났다. 이날 미화업무는 중단되었다.
신규업체 ㈜코드원은 이때까지 청소미화 노동자 그 누구도 만난 적 없다. 그런데 고용승계 거부 대상자 명단은 입찰이 시작되면서 공공연하게 떠돌았고, 소장이 보낸 문자 등으로 누가 대상이 될지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였다. 지난 5월 10일 EBS 경영지원센터장과의 면담자리에서 ‘경영사정으로 인해 비용절감 방안을 고려하면서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대한 인적청산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 자리에 있던 EBS 인사부장은 미화 소장과 계속 소통하고 있었다고 했다. 노조는 “결국 명단은 EBS와 소장에 의해 작성되었고, 신규업체에게 그 명단이 전달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치 새로운 용역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꼼수가 있었고, 핵심 노조 간부를 추려서 고용승계 거부 명단에 올리고, 임금은 줄이고, 업무량은 늘린게 이번 EBS 사옥 청소용역 업체 변경과정에서 EBS 경영진이 벌인 만행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