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법원 판결 이후… 한전 직원 급여·퇴직금 ‘958억 원’ 앗아간다

– 한전 직원들 ‘회사서 빌린 자녀학자금 갚을 필요 없다’ 채무부존재 소송 제기… 직원 손 들은 1‧2심과 달리 대법원 한전 승소 결론
학자금 무상지원 믿고 있던 직원들, 퇴직금 및 급여에서 ‘958억원 갚아야’
한전, 채권·채무 불이행 퇴직자에게 연간 수천여 통 독촉장 보낸 사실 확인
정일영 의원, “등록금 무상지원인 줄만 알았던 직원들, 뜻밖의 채무 상환 어쩌나… 한전 선제적 제도 정비로 더 큰 피해 막아야”

2015년 4월 ‘직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가 대신 갚아주게 돼 있는 사내 융자는 자신들이 직접 갚을 필요가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한국전력 전직 직원들이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직원들이 자녀학자금 명목으로 대부한 누적 대출액이 4,0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을)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녀학자금 대부를 시작한 99년 1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대출액은 4,080억 원에 달한다. 상환이 이루어진 3,122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앞으로 갚아야 할 금액은 958억 원이다.

이 중 소송으로 인해 상환이 미뤄진 채무는 136억 원, 소송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소송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가로 미뤄진 채무는 302억 원이다. 나머지 520억 원은 소송과는 관계없이 대부가 이루어졌으나 아직 상환 시기가 남아있는 ‘상환예정액’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상환액이 남아있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매년 수차례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일영 의원실이 요구한 ‘최근 5년간 연도별 상환촉구 현황’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18년과 2019년 전년도 퇴직자 4~500명에게 서너 차례씩 상환통보 문서를 보냈으며, 2020년과 2021년에는 전체 퇴직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서너 차례씩 상환통보 문서를 보냈다. 매해 적게는 1,350여 통에서 많게는 8,300여 통의 독촉장을 보낸 셈이다.

한전 직원들은 2010년 1월 제도가 변경되기 전까지 한전 복지기금을 통해 사실상 자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아왔다. 그러나 감사원에서 한전 측에 여러 차례 지적을 하자, 한전은 자녀의 성적에 맞춰 따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제도를 변경하고 직원이 빌린 자녀학자금을 급여 또는 퇴직금에서 공제했다. 제도 변경 전 학자금을 빌렸지만 상환액이 남아있던 직원들까지 일괄 적용되면서, 이에 반발한 전직자들이 ‘채무부존재 확인 및 공제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당시 작성한 서류에 퇴직 시 미상환금 전액을 상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복지기금 지원에 관한 언급이 없다며 한전 측의 손을 들었다. 이에 소송을 제기했던 해당 직원들의 퇴직금이 대규모로 공제될 예정이다.

이에 정일영 의원은 “회사가 자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는 줄만 알았던 직원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과일 것”이라며, “갑작스런 환수조치가 있기 전 선제적 내부 규정 재정비 등에 미진했던 한국전력이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한번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