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강원도 초고압 송전로 걸립 추진… 현지 주민 “수도권 전력 공급 위해 건강·환경 외면”
- 전국에 설치된 초고압 송전탑의 상당수는 백두대간이 위치한 강원도에 집중돼 있다.
- 이 때문에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강원도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지역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시) 국회의원이 지난해 말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별 송전탑 현황’에 따르면 765㎸의 송전탑은 총 1,040개로 이 중 강원도 6개 시·군에 334개가 설치됐다. 우리나라 초고압 송전탑의 32%가 강원도에 집중된 셈이다.
- 초고압 송전탑이 가장 많이 있는 시·군은 횡성(85개)이었고 정선 83개, 삼척 69개, 평창 63개, 홍천 21개, 태백 13개가 그 뒤를 이었다.
- 도내에는 초고압 송전탑을 포함해 5,200여기 이상의 수도권 전력 공급용 송전탑이 건설돼 있다.
- 이런 가운데 현재도 도를 관통하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계획이 추가로 진행 중이다. [편집자 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현지 주민들의 입장은 외면한 채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동해안 지역 대규모 발전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오는 2021년 12월까지 선로길이 220㎞, 송전철탑 440기에 이르는 500kV 초고압 직류 장거리 송전망(HVDC) 건설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지역 개발은 외면하면서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강원도 송전탑반대 대책위원회는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 송전선로 강원도 구간인 정선군, 영월군, 평창군, 홍천군, 횡성군 대책위원회의 강원도 연대단체다.
대책위는 “수도권 주민들이 사용할 전기를 위해 이미 765kV와 345kV의 송전탑이 강원도 산을 헤집고 있고,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짓밟고 있다”며 “보상을 받고 있지 않나?고 혹자는 말하지만 우리는 한달에 10~20만원 주는 돈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은 송아지가 유산되거나 이유 없이 폐사하고 주민들이 암에 걸려 사망하는 등 전자파 위험에 노출돼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500kV 송전선로 추진사업의 동부구간은 송전탑 예정지를 잠정 결정했는데 중부 고시는 커녕 환경부와 산림청의 협의도 시작하지 않고, 특별지원사업비를 마을별로 수억원씩 지급했다”며 “나중에 예정지가 변경되면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셈인가? 반대운동이 활발해지니 특별지원사업비 이외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돈으로 주민의 입을 막고 다리를 묶겠다는 행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는 최초 85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민을 배제하고 잠정적인 결론을 낼 때는 54명이었다. 찬성 측만 모여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위는 “서부구간은 더욱 문제다. 동해안에서 평창까지는 이미 결정됐으니 서부구간은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입지선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며 “강원도민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허수아비가 아니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이 백지화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동부구간은 선로 경과지가 선정돼 주민과 협의가 됐으나 서부구간은 주민의견 차이로 입지선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한전에서는 송전선로 건설로 주민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