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삶의 질 향상…사회서비스 늘린다
복지부, ‘포용사회를 위한 사회서비스 선진화 계획’ 발표
2010년 10월, 서울에서 한 장애아동의 아버지가 목을 맸다.
그는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라며, “내가 떠나고 나면 동사무소 분들께 잘 부탁드린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일용직 노동자였던 그는 아들의 장애 판정 후 재활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동주민센터를 찾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신청을 거절당했다.
그해 12월 마지막 날 강북에 살던 노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들은 이혼으로 위장한 뒤 1인 가구 수급비로 두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이었다. “수급비 가지고는 생활이 안 돼 죽음을 선택한다. 5개월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식 있느냐”라는 물음을 유서에 남겼다
2011년 4월, 78세의 김선순 할머니가 시립병원 입구에서 객사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조차 받지 못했던 할머니의 사인은 폐결핵과 영양실조. 의료급여 수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포용적 복지국가에서 가난한 이들이 죽어갔다.
이에 정부는 “포용적 복지실현을 위해” 사회서비스 공공 인프라 구축에 나서 서비스의 질적 선진화를 추진한다.[편집자 주]
정부가 사회서비스 공공 인프라 구축에 나서 서비스의 질적 선진화를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 대응 방안으로 ‘포용사회를 위한 사회서비스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선진화 계획은 정부가 개인적 수요와 사회적 수요에 대응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마련됐다.
정부는 사회서비스의 질적 선진화로 내년에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 6000개를 늘리는 등 2022년까지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우선 복잡하고 다양해진 개인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 아동 등에 대한 촘촘한 돌봄망 구축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개인 부담을 낮추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노인돌봄서비스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해 취약노인 45만명에게 욕구중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일자리도 1만 8000여개 확대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자를 8만 1000명에서 9만명으로 확대하고 지원시간도 월평균 104.5시간에서 125.2시간으로 늘린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규모도 6000명에서 1만 1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사를 7826명 추가로 증원한다.
맞벌이 등 양육공백 발생 가정 총 9만 가구에 종일제·시간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온종일돔봄 일자리 1618개, 아이돌봄서비스 일자리 4000개 등을 확대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입원 시 간호와 간병을 함께 지원해 가족 부담을 줄여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8400병상으로 확대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일자리는 1만 2312개에서 1만 8112개로 5800개가 늘어난다.
자해, 타해 등 정신과적 문제로 인해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24시간 대응할 정신건강복지센터 응급개입팀(34팀, 204명)도 신설한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일자리도 확대한다. 공익활동과 재능나눔, 노(老)-노(老)케어 등을 활용해 노인일자리 1만 7000개를 늘리고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1만명에게 장애 유형과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문화 서비스를 누리고 일상생활 속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를 선진화한다.
대규모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서도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을 통한 이용 내실화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 야간개방 일자리를 1421개에서 1554개로 늘리고, 작은 도서관 순회사서도 53개에서 300개로 확대한다.
또 국민체육센터를 올해 201개에서 내년에는 271개로, 스포츠클럽은 89개에서 171개로 확대해 생활체육 접근성도 증진한다.
10개 지자체에서는 산업단지, 항만 등 핵심 미세먼지 배출원의 배출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000명 규모의 지역특화 미세먼지 배출 감시단을 신규로 운영한다.
건설현장 등 고위험업종 안전지킴이를 올해 150개에서 내년 200개로 늘리는 등 현재 OECD 1위인 산재사망률을 2022년까지 절반으로 낮추기 위한 산재 예방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어린이급식 안전관리 일자리 54개, 여성폭력피해 지원을 위한 일자리를 77개 추가로 확대하는 등 일상 속 안전·환경 서비스를 확대한다.
중장기 과제로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체계의 안정적 정착과 스마트 복지 구현 방안도 논의됐다.
먼저, 돌봄이 필요한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사회서비스 제공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올해 16개에서 내년에 36개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노인 등이 자택에서 입을 수 있는 낙상을 예방하고 독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환경 개선서비스(집수리 사업) 모형을 개발하고 확산할 계획이다.
또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 구현을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대상 가구에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 기기를 보급하는 ‘스마트 홈 서비스’ 시범사업을 내년 6월까지 추진한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건비 등 처우를 개선해 우수한 인력을 유입하고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년도 인건비를 노숙인시설 5.3%, 지역자활센터 4.8%, 양로시설 4.3% 등으로 인상한다.
근무시간에 아동보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연장보육전담·대체교사도 각각 1만 2000명, 700명 충원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보장수준이 크게 개선됐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공공사회지출 비중이 낮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국민에게 다가가는 사회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