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생협 식당 카페 노동자 “서울대는, 생협 직영화 통해 학내 구성원 복지 책임져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
생협은 서울대의 학생식당·매점·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가 학교 운영을 위해 설립한 조합이다.
코로나 위기로 학내 식당과 매점은 운영이 축소되고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임금 삭감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학생들과 생협 노동자들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 향상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대한 직접 책임을 요구하는 ‘생협 직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생협은 서울대가 학교 운영을 위해 설치한 조합으로, 서울대 생협 이사장과 부이사장은 각각 서울대 부총장, 학생처장이 맡고 있다.
생협 사무처는 서울대의 ‘비대면 강의’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해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면서, 올해 4월부터 유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유급휴직에 들어간 노동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휴직수당만을 지급받게 돼 생계를 영위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계약직 노동자들, 촉탁직 노동자들은 계약연장을 거부당해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학내 후생복지시설의 대대적인 축소 운영으로 인해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생협 사무처는 6월 2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대 302동 식당과 사범대 4식당을 휴점하고 ▲919동 기숙사 식당의 아침 및 토요일 운영 중단 ▲느티나무카페 음대점과 농생대·220동 매점을 휴점한다고 공지했다.
▲느티나무카페 조합원 할인 혜택(10% 할인)도 중단될 예정이다.
기숙사나 공대 같은 경우, 방학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근에 저렴한 학식을 먹을 곳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서울대 당국은 생협이 현재 직영하고 있는 매점 6곳을 올해 안에 전부 (세븐일레븐과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편의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24시간 운영, 상품 다양화 등 프랜차이즈 전환을 통해 얻는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이미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중앙도서관 CU 등)의 가격이 일반 생협매점보다 대체로(67개 품목 중 56개) 더 비싸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서울대 당국은 생협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한시적인 재정 지원(3~7월분 임대료 50% 감면 등)을 했지만,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3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행정관(60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협의 전신인 생활복지조합 시설,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의 공공요금은 대학본부가 부담했다”며 “생협으로 전환된 이후 생협은 해마다 4억70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서울대에 지불하고 있으며, 5억2000만원 가량의 공과금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가 과거와 같이 공공요금을 부담하고 생협의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는 등 생협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해 달라는 게 학생들과 생협 근로자들의 요구다.
또 열악한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생협은 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서울대가 발전기금에 재정을 쌓아둘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 복지 향상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발전기금 규모는 약 5천억원으로 국공립대 최고 수준이다.
그 중 이월금만 1095억, 기부금만 978억원에 달한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후생복지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사례 역시 있다.
충북도립대는 학생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해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의 구내식당 역시 직영 식당으로 국회 직원의 복지와 식당 노동자의 처우를 보장하고 있다.
한편 서울대는 생협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생협 직영 매점을 올해 안에 전부 프랜차이즈 가맹편의점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일부 교내 식당 휴점 방침을 발표해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