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부터 ‘빚’의 족쇄, 은행은 이자장사 중단하라”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우성대회 개최
“젊은 시절에 사업에 실패하면서 3억 가까운 빚을 지게 되었다. 사기 안 치고 도둑질 안하고 빚을 갚으려고 애썼지만 돌아온 것은 신용불량자 딱지에 취업하기도 어려운 참담한 현실이었다.”(노점상 김문호씨)
진보당이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우성대회(약칭: 아우성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청년, 여성, 자영업자, 노점상 등 다양한 계층이 빚으로 고통받는 내용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대출금리 인하 등 대책을 촉구했다.
서른 한 살의 청년 김모씨는 편지를 통해 “저는 부모님 중 한 분께서 1억이 넘는 큰 빚을 감당하지 못하시면서, 제가 대신 대출을 받기 위해 제가 거주하지도 않는 본가의 집을 제 명의로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며 “제 명의로 된 부동산이 생기게 되면서 정작 제가 받을 수 있는 각종 복지 혜택에서는 제외되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월세 지원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 합계액도 기준을 넘어가게 되면서 근로장려금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번 여름 이사를 하면서 전세대출을 구할 때에도, 저소득자임에도 유주택자라는 이유로 낮은 이자의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며 “그나마 저는, 지금 당장 부모님이 빚을 갚고 계시기 때문에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로구 고척동에서 30년간 자영업을 해온 김지현 고척시장상인회 회장은 “코로나시기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 앞에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다양한 대출을 받게 되었다”며 “결국 빚이 늘게 되었고, 각종 빚을 손쉽게 내게 되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중기청, 서울청, 상호안심자금, 지자체자금, 카드론, 제2금융권대출까지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시기 쏟아지는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 대출지원으로 빚쟁이 만들었고 자영자들의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상하게 한 것이 지금의 정부의 꼴”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남양주에 거주하는 고하람씨는 15년간 전업주부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작은 금액이지만 사업비로 사용할 자본금을 얻기 위하여 은행 대출을 알아보았으나 모든 은행은 신용등급이 1등급이어도 지금까지 아무 소득이 없었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며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지만 이 또한 소득이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절 당했다”고 털어놨다.
고씨는 “‘엄마라는 이름’과 ‘주부라는 이름’의 가치와 희생들은 나에게 어떤 사회적 보호도 해 주지 않고, 가치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은 사회 시스템에 살고 있었음을 인식하고는 낙담과 함께 억울한 생각마저 들었다”며 “어느 정도 육아를 하고 나서의 경력단절녀는 그저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마트의 일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홍대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문호씨는 “젊은 시절에 사업에 실패하면서 3억 가까운 빚을 지게 되었다. 사기 안 치고 도둑질 안하고 빚을 갚으려고 애썼지만 돌아온 것은 신용불량자 딱지에 취업하기도 어려운 참담한 현실이었다”며 “결국 빚을 다 갚지 못해 1금융권이 아닌 카드현금서비스와 캐피탈, 그리고 대부업체 등을 돌며 높은 이자부담을 안고 갚아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 시점에 노점상을 시작했고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빚을 갚느라 하루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노점상 일을 하면서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며 “기본적인 생활조차 되지 않는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10년의 시간 동안 빚만 갚다 청춘을 보냈다는 억울함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올해 3분기까지 은행의 이자이익은 40.6조원 작년에 비해 6.9조원 올랐다”며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2.46%p다. 매년 기록 갱신중이다. 1조원의 교육세마저도 가산금리에 포함시켜 서민들에게 떠넘긴다. 은행이 서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어제 당정이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를 논의하고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금리 이자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 중에 일시 원금 상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정부 대책의 부실을 지적했다.
윤 상임대표는 “지금 필요한 것은 고금리 이자 빚에 시달리고 있는 실제 서민과 취약 계층을 위한 실질적 금융복지 대책”이라며 “기준금리 상승기를 빌미로 막대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는 은행의 과도한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또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며 “금리인상기에 은행이 얻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환수하여 서민들의 금융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4대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하와 횡재세 도입을 위해 전당적인 서명운동과 1인시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