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법, 국민을 위한 돌봄패스(Care-Pass for Public)를 원칙으로

장봉석 이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은 제1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해였다. 7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노인인구로 편입됐다. 이후 다시 600만명이 넘는 제2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된다. 늘어나는 평균수명과는 달리 출산율은 낮다. 때문에 평균연령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평균연령이 곧 50세를 넘을 거라고 한다. 그들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어쩌면 곧 추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암울한 미래에 대응하고자 시작된 지역사회통합돌봄시범사업이 4년의 끄트머리에 왔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으로의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파편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옥상옥이 된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

2020년과 2021년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법안이 각각 발의되었다. 양 법안은 모두 통합돌봄을 노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보건의료ㆍ요양ㆍ일상생활 지원ㆍ주거 및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에 관하여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른 사회보장급여, 민간 법인ㆍ단체ㆍ시설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 그 밖의 상담, 정보 제공 등 지원을 통합적으로 연계ㆍ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통합돌봄대상자는 노령ㆍ장애ㆍ질병ㆍ빈곤 등으로 인해 주거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일상생활 영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음에도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 자립적 일상생활 수행이 곤란하여 장기간 의료기관에 입원 또는 사회복지시설 등에 입소하고 있는 사람, 그 밖에 통합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인복지법상 수급자라면 당연히 통합돌봄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의하면 노인복지법상 서비스를 받기 위해 그에 따른 절차를 거치고 여기에 통합돌봄이 필요하다면 다시 통합돌봄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더욱이 노인복지법상 수급자와는 무관하게 통합돌봄대상자가 별도로 존재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의료기관의 퇴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로서 이들이 아직 노인복지법상의 수급자가 되지 않은 경우라면 통합돌봄에 대한 발굴이나 의뢰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통합돌봄대상자가 된다는 것은 사회보장급여법상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규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노인복지법과 같은 개별법상의 수급자가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때문에 통합돌봄서비스는 받지만 노인복지서비스 수급자는 될 수 없게 되거나 통합돌봄과 노인복지서비스를 각각 신청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법안의 기본방향이 보건ㆍ의료ㆍ복지 등 각 개별법률에 따른 수급자가 통합돌봄대상자로 된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보장급여법상의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규정이 각 개별법률과 연결되도록 함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그 각각의 개별법률에 따른 수급자 범위를 확대ㆍ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통합돌봄의 핵심 중 하나가 사례관리이고 그 대상이 복합적인 문제나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례관리란 복합적인 욕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사례관리자가 속한 기관 및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식적ㆍ비공식적 자원을 활용해 그 사람의 욕구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예컨대 치매로 장기요양을 이용하려고 하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최소한 치매안심센터, 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연계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이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통합돌봄협의체의 구성이나 기능을 보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ㆍ지역보건의료심의위원회ㆍ지역치매협의체 등과 중복되거나 반대로는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다. 더욱이 법안에는 의료기관ㆍ장애인거주시설ㆍ노숙인시설ㆍ장기요양기관에 입원 또는 입소하고 있는 사람이 퇴원이나 퇴소하는 경우 그 사실을 관할 지자체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서 퇴원한 노인이 이 법안에 따라 받게 되는 통합돌봄의 주요 내용은 앞서 언급한 사회보장급여로서의 노인복지서비스나 장기요양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의 이용대상이나 절차ㆍ방법 나아가 사례관리나 지역사회자원연계 등과 같은 내용은 이미 대부분 각 개별법률에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전담조직이나 전문기관에 관한 규정도 마찬가지다. 행정조직 내에서 전담조직을 별도로 두는 것이 통합돌봄을 위한 컨트롤 타워라고 이해한다면 일정부분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의 경우 기존의 다른 의료조직이나 사회복지조직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전문성 강화도 마찬가지다. 즉, 통합돌봄이 가능하려면 각 개별법령에 따른 기관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기관 간 통합적 연계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떠한 내용이나 방법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배출된 전문인력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것인지조차도 나타나 있지 않다. 이렇듯 정의부터의 오류가 법안 전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명칭이 기본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별법률에 대한 일반법 내지 상위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법의 방향

필자는 늘 통합돌봄의 핵심을 전달체계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서비스인프라 확충이든, 돌봄과 보건의료의 연계시스템이든, 케어안심주택이든, 지역주도형 돌봄이든 모두 그 바탕에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전달체계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즉, 기존에 산재되어 있는 개별법률에 따른 기관이 연계ㆍ조정 등을 통해 이중수급이나 사각지대 없이 또는 수급자의 욕구나 문제에 따른 서비스가 제공ㆍ관리되며 사례관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가정이나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통합돌봄에 관한 기본법이 포함하고자 하는 대상자가 누구인지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련 법률과의 연계나 개별 법률의 개정 또는 법률 통폐합에 관한 논의 등도 가능해 보이며, 비로소 기본법으로서의 위치를 잡을 수 있다. 이는 역시 수급자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가 각각의 개별 법률에 따라 받고 있거나 혹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통합 돌봄이 이들 수급자의 욕구나 문제에 대응하여 다른 개별법률에 따른 서비스나 비공식 또는 비제도적인 서비스까지도 연계ㆍ조정함으로써 효율성과 관리체계를 강화하여 되도록 그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통합돌봄의 정의나 대상자에 관한 입법방식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1. 통합돌봄이란 제2호에 따른 사람에게 다음 각 목의 급여를 통합적으로 연계ㆍ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가. 사회보장급여의 이용ㆍ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사회보장급여

  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급여 또는 서비스

2. 제1호에 따른 통합돌봄대상자는 다음 각 목에서 정하는 사람으로 한다.

  가. 사회복지사업법 제34조의5 제2항 각호에 따른 사회복지관 이용자

  나. 노인복지법

  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라. 치매관리법

  마. 장애인복지법

  바. 장애인연금법

  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자.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차.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지원에 관한 법률

  타. 영유아보육법

  파. 아동복지법

  하.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거. 지역보건법

  너. 의료법

  더. 주거기본법

  러. 공공주택특별법

  머. 장애인ㆍ고령자 등 주거약자지원에 관한 법률

  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서. 긴급복지지원법

  어. 민법에 따른 피성년후견인

  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이에 의한다면 통합돌봄을 위해 어떤 위원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지, 각각의 사각지대나 서비스 누락을 막기 위해 개별법률이 포함해야 하는 대상이나 서비스가 무엇이고 만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어떤 내용인지, 누가 전문인력이 되고 어디에 배치해야 하며 그 역할은 무엇인지, 각 개별법률을 통섭하는 체계ㆍ시트ㆍ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이 보다 명확히 나타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지휘ㆍ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경우에도 그 지역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행정조직이든, 치매안심센터든, 협의체든, 민간기관이든)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Care-Pass for Public을 구상할 때

Care-Pass for Dementia라는 말이 있다. 치매인의 상태나 환경변화에 맞게 돌봄체계를 마련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노인에게도 장애인에게도 나아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 누구라도 적용가능하다. 즉,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이라면 Care-pass for Elderly이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Care-pass for Public이다. 누구라도 그 지역에 살면서 그 사람이 처한 상태나 욕구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그곳에서’, ‘즉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정착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