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훈련 때는 이상 없다더니.. 한수원, 태풍 오자 ’10시간 블랙아웃’
– 한수원,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에 본사 블랙아웃 및 사내 업무망 먹통 10시간 이어져
정전 이전 한수원 매달 실시한 모의훈련에는 ‘3분 이내’ 전력 복구 완료… 정작 태풍 오자 8시간 걸려 비상발전기 겨우 투입
– 정일영 “사전 점검때는 이상없다던 비상발전기 투입, 정작 태풍 당일 무용지물… 원전 안전 책임지는 한수원 본사 정전 훈련 프로세스 바꿔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가 지난 9월 포항과 경주 등을 강타한 힌남노에 장장 10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이전부터 한수원이 실시해온 사전 정전대비 점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힌남노 정전 사태 이전 올 한해에만 무부하 운전과 정전대비 모의훈련을 각각 8회(매월)를 실시했지만, 정작 정전사태 당일 비상발전기 지연투입으로 인해 장장 10시간 동안 본사 사옥이 블렉아웃 되고 한수원 전체의 사내 업무망이 먹통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사옥관리절차서에 따르면,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법정검사(3년 주기) 외에도 비상발전기 자체 정기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매뉴얼에 맞춰 한수원은 정전 당일 이전까지 매월 무부하운전과 함께 정전대비 모의훈련(각 8회)을 실시해왔다.
한수원이 매월 진행한 비상발전기 무부하운전결과 모두 이상이 없었으며, 정전대비 훈련의 경우 ‘비상발전기 자동투입 안됨’을 시나리오로 가정해 훈련을 진행한 결과, 매달 1·2차 평가 모두 ‘상’을 받았으며 복전시간은 목표 시간인 ‘3분 이내’에 완료됐다.
이와 같이 만점에 가까운 한수원의 자체 모의훈련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힌남노 당일 한수원 본사는 비상발전기 투입이 모의훈련시의 ‘3분 이내’가 아닌 8 시간이나 지연되면서 본사 블랙아웃과 한수원 전체의 사내 업무망 먹통 사태가 장기화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전일 무부하운전을 통해 사전점검 노력에도 디젤발전기가 투입지연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한수원은 ‘당일 경주지역 500년만의 폭우로 인한 주변 습도가 높아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점검을 하고 전원투입시 전기설비 위험이 있어 점검과 안전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해명과 달리 한수원이 힌남노 정전 사태를 겪은 이후에도 한수원의 정전대비 모의훈련은 정전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지연사유로 내세운‘주변 습도로 인한 감전사고 예방’부분은 9.26일과 10.28일, 11월 30일 3차례에 걸쳐 실시한 정전대비 모의훈련 내용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며, 정전사태 이전 실시한 모의훈련 시나리오와 훈련 유형, 담당임무, 훈련평가 항목 모두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일영 의원은 “한수원이 비상발전기 무부하운전과 모의훈련 등 사전 정전대비 점검을 철저히 했음에도 상황발생시 비상발전기가 투입지연된 것은 그간 실시해온 대비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면서, “단조로운 상황만을 가정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후화된 한수원의 정전 대비 매뉴얼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