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공사 착공 후 2,000번 이상 설계변경으로 약 4조원 더 쓴 에너지 공기업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內 재무위험 공공기관 분류
한전(-6조 4,193억원), 서부발전(-1,058억원), 남부발전(-546억원), 남동발전(-406억원) 당기순손실 기록 전망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 에너지 공기업들이 공사 착공 후 잦은 설계변경을 통해 약 4조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양금희 국회의원(대구 북구 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사(중부‧남동‧동서‧서부‧남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3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에서 설계변경으로 사업비가 5억원 이상 증액된 공사는 총 453건으로 총 2,479번의 설계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공사 낙찰금액은 약 11조 7,622억원이었으나 설계변경 후 변경된 공사금액은 약 15조 7792억으로 4조원 이상 공사비가 더 책정됐다. 공사 착공에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설계변경은 이사회 승인이 불필요하다보니 평균 공사 1건당 6번의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설계변경을 진행할 때마다 설계용역비, 행정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도 함께 지출되는 구조로 실제로는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증액이 가장 많은 곳은 약 2조 2,886억원을 증액한 한수원으로 전체 증액 공사액의 58.2%에 달하는 비중을 보였다. 이어 한전(약 6,878억), 서부발전(4,016억), 중부발전(2,748억), 동서발전(2,217억), 남동발전(1,068억), 남부발전(354억) 순으로 발전소 건설, 보강, 정비 외에도 사옥, 사택 신축시에도 수시로 공사비가 증액됐다.
가장 많은 액수가 증액된 공사는 한수원이 2015년 체결한 신고리원자력 5,6호기 주설비공사로 당초 1조 1,775억원으로 낙찰됐으나 2023년 7월까지 9번 설계변경으로 약 4,474억원이 증액되어 총 1조 6,24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사례는 서부발전이 2012년 태안화력 9,10호기 토건공사는 당초 1,917억원에 낙찰됐으나 10년이 지난 2022년까지 총 78차례 설계변경을 거치며 최종적으로는 1,343억원이 늘어난 3,26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올해도 6조 7,17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전망되며 누적 적자 200조를 돌파한 한전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도 독보적인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분류됐다.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부발전(-1,058억원), 남부발전(-546억원), 남동발전(-406억원)이 올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어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구조도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해부터 40% 가까운 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이 발전 공기업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경영지표가 개선되기는커녕 추가 전기 요금 인상없이는 운영 자금도 마련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지출이 발생해서는 안됐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양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은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부터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발전 시설 공사도 불필요한 설계변경으로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계획 수립과 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