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은행은 키코 피해기업 손해 즉시 배상 조치하라”
수조원대의 피해를 가져온 대표적인 금융사고인 ‘키코(KIKO) 사건’과 관련해 은행들이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즉시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정의연대는 14일 논평을 통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키코를 ‘사기’ 사건으로 규정한 후 관련 시중은행을 사기혐의로 수사의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피해기업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 및 은행들이 즉각 손해배상을 하도록 강제 조치할 것을 금감원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키코는 기업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제한되고, 손해는 무한대로 늘어나도록 설계된 불공정한 파생금융상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제로코스트(Zero Cost)’, ‘환 헤지(Hedge)’ 상품으로 장점만 홍보해 판매했고, 피해기업들이 상품의 단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키코가 손실이 무한히 커질 수 있는 ‘환투기’ 상품임을 정확히 고지하지 않았으며, 중소기업들은 환 헤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은행의 말만 믿고 키코에 가입했다.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폭등하자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수많은 수출 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손해로 문을 닫아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기업들은 키코 자체가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설계가 됐으며, 은행들이 ‘사기’ 로 상품을 판매했다고 정부, 금융당국, 검찰에 호소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피해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대법원이 2013년 시중은행이 키코 판매가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정부가 판결을 거래한 ‘사법농단’ 사건이 드러났고, 키코 관련 대법원 판결도 그 일환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만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금감원이 실시한 ‘키코(KIKO) 사건’ 재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피해기업 4곳과 시중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10년 만에 이뤄진 재조사로 그간 힘들게 싸워온 중소기업들의 희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꾸준히 검찰과 금융당국에 키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재조사 및 손해배상을 촉구해왔다.
결국 10년 만에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 사태를 방관하였고, 관련한 자료를 폐기하였을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여전히 부실 조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금감원은 언론을 통해, ‘불완전판매의 경우 서류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있지만, 키코를 소비자 기만행위로 판단하여 사기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기존 대법원 판결도 존중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대법원 판결이 사법농단의 결과물이라는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존중한다는 금감원의 태도는 용인할 수 없다”며 “금감원이 이 같은 정치적 판결로 수많은 중소기업 및 노동자들이 겪었던 참혹한 고통을 통감한다면, 키코가 소비자를 기만한 상품이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재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