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해고자 50대 극단적 선택… 대책위, 이재용 부회장 사과·피해보상 요구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삼성의 탄압을 받았던 50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노동자는 최근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해왔다.
16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에서 활동하던 정우형씨(54)가 전날 오후 7시20분쯤 전북 장수군 자신의 사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삼성에 대한 항의 행동을 할 때 입던 빨간 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조끼 왼쪽엔 ‘원직 복귀’, 오른 쪽엔 ‘삼성 해복투’라는 명찰이 달려있었다.
정씨는 2015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할 때 노조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에서는 노조 무력화 시도가 계속됐다.
천안센터의 경우 해고를 쉽게 하는 취업규칙을 만든 게 논란이 됐다. 정씨는 취업규칙이 노조 저지 목적이라고 항의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후 정씨는 ‘돈 때문에 벌인 일’이라는 소문에 시달렸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정씨 가족이 센터와 합의해 정씨가 일을 그만두게 됐는데, 그 배경에 삼성의 노조 와해 계획이 있었다는 점이 나중에 드러났다.
2018년 검찰이 삼성 노조 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엔 정씨도 언급됐다고 한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노조 설립 주동자를 ‘문제 인력’으로 관리하고 징계사유를 추출해 퇴직을 유도하며, 노조가 있는 협력사는 폐업하는 등 노조 활동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조 설립 시도가 있을 경우 조기 와해를 원칙으로 하고, 와해에 실패하더라도 장기 고사화를 목표로 하는 등 구체적 계획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검찰 수사 이후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서비스기사 등 74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고되거나 노조 와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직한 노동자들은 채용되지 못했다. 해복투엔 정씨를 포함해 6명이 남아 투쟁을 계속해왔다.
정씨는 지난달 이 부회장에게 “노조한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자행한 (삼성의) 범죄를 거듭 만천하에 공표하고 제대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우편으로 보냈으나 반송됐다.
정씨는 유서에 “내 죽거든 화장해 동지들에게 한줌씩 나눠줘 삼성에 뿌릴 수 있게 부탁한다”고 썼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 재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 탄압을 했다”며 “그 탄압으로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길거리로 쫓긴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모두가 외면했고, 결국 정씨가 힘의 한계와 좌절을 느껴 혼자의 결단으로 풀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과 해복투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전자 본관 앞에 정우형씨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