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검사 성범죄 등 비위 징계 강화 추진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고백으로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26일 법관과 검사의 각종 성범죄와 비위 행위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한 ‘법관징계법’과 ‘검사징계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관징계법과 검사징계법은 대법원장과 법무부장관이 각각 법관징계위원회와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징계위원 과반을 내부 인사로 임명할 수 없도록 위원회를 현행 7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고, 민간 추천 위원 비율을 과반으로 확대하여 ‘제 식구 감싸기’ 징계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동영 의원이 공개한 2011년 이후 법관 및 검사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8월까지 법관 10명과 검사 50명이 징계를 받았다. 법관의 경우 ‘명동 사채왕’이라 알려진 최모씨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2억 6천여만 원을 받은 최민호 전 판사가 정직 1년으로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법관은 대한민국 헌법 제106조제1항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에 따라 최고 수준의 징계가 정직으로 제한돼 있다.
이는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지만 최근 각종 성범죄와 금품수수 등의 비위를 저지른 법관들이 경징계에 그치는 사례가 주목을 받으면서 ‘징계 수위를 높여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었다.
검사의 경우 2016년 김정주 넥슨 회장에게 ‘공짜 주식’과 고급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해임된 진경준 전 검사장과 고교 동창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해임된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해임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 검찰과 법무부의 성 비위 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 관련 비위를 저지른 검사 12명 중 면직과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검사는 단 3명으로 나머지 9명(82%)은 경고·견책·감봉 등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의원은 “현재 법관징계위원회와 검사징계위원회는 전체 위원 7명 중 민간위원이 3명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법원장과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는 구조로 과반수를 제식구로 채울 수 있는 구조”라며 “법관과 검사의 비위행위를 공정하고 엄중하게 징계하기 위해서는 징계위원회 구성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또 여성의 참여를 확대·보장할 수 있도록 법관징계위원회와 검사징계위원회 구성 시 법관과 검사 중 1명 이상 그리고 시민단체 추천 민간위원 중 1명 이상을 여성위원으로 임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 받은 검사징계위원회 구성 자료에 의하면, 법무부는 지난 2013년 검사징계위원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 위원 1명을 위촉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성 위원은 외부위원 중 1명으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징계위원회의 경우 대법원이 제출한 지난 5년간의 징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금까지 대법관 1명과 교수 1명을 각각 여성 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법관징계위원회 성비 구성이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최근 검찰 내에 전·현직 검사들의 성(性)관련 비위에 대한 ‘Me Too’ 운동에 대해서 “남성 중심의 법조계에서 여성들은 약자, 소수자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징계위원회를 비롯한 법조계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여성 법조인의 진출을 확대·보장하여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법부 내에 확대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