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두산건설 부당지원 ‘두산중공업·이사진’ 배임혐의 고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27일 두산중공업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다.
국책은행의 지원이 이뤄지면 두산중공업은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된다.
6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 만기가 오는 4월 말과 5월 초로 예정돼 있고, 또 5000억원어치 신주인수권부사채 역시 투자자 대부분이 풋옵션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세를 투입해 회생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차입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9000억까지 치솟았다. 수익창출력 대비 12.2배에 달했다.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인 BBB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채권단은 이번 1조원대 금융지원 이유로 두산중공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 등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화력발전소 등 수주물량 급감 ▲저가수주 ▲두산건설 등 부실자회사 지원 등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혈세 1조원은 십만명의 소상공인에 천만원씩 대출이 가능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두산중공업이 1조원대 혈세지원을 받게 된 배경에, 합리적 경영판단 및 실현가능 회수계획 없이 두산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게 한 경영진을 고발하고 나섰다. [편집자 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9일 두산중공업 및 이사들이 합리적 근거 없이 두산건설을 지원했다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등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및 형법상 업무상배임 혐의로, 두산중공업을 상법 제542조의9 제1항 신용공여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두산중공업을 공정거래법 제10조의2(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및 제23조 제1항 제7호(부당지원행위)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피고발인은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최형희 두산중공업 부사장,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한기선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다.
민변 등에 따르면 피고발인은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2,183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2011년 6월 경 사내이사였고, 박지원 회장과 한기선 전 부회장은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2,978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두산건설에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5,716억원에 양도했던 2013년 6월 경에도 사내이사였다.
또 박지원 회장과 최형희 두산중공업 부사장,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게 3천억 원을 대여하고, 3천억 원 유상증자를 했던 2019년 2월, 5월에 두산건설의 사내이사였다.
민변은 “이들은 사내이사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두산중공업에게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규모의 자금지원을 두산건설에게 제공했으며, 두산중공업의 금융기관에 보증한도를 두산건설이 사용하도록 해 두산중공업에게 재무적인 부담 및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내리거나 자금 회수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고, 특히 두산건설의 영업 회복 가능성 및 두산중공업의 동반 부실 위험 등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결국 피고발인들은 형법 제356조 및 특경가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업무상배임 행위를 저질러 두산중공업에게 최소 5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고 고발취지를 설명했다.
또 민변은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게 두산메카텍과의 합병, 유상증자, 주요 사업의 양도, 자금대여 및 지급보증과 같은 신용공여를 제공했다”며 “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은 경영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최근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1조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긴급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게 제공한 신용공여는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을 위반해 ‘경영건전성을 심각하게 해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금전대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