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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산업 또 고발당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210명, 이 중 사망자 1359명 달해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하고 유통시킨 업체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사용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시킨 애경산업이 또 다시 고발당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27일 오전 11시 SK케미칼(이하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최고위 임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2016년에 이어 고발했다고 밝혔다.

피고발인 가운데 SK디스커버리에서는 최창원·김철 현 대표이사들을 비롯해 지난 2016년 고발 때는 확인하지 못했던 전직 대표이사들을 더해 모두 7명을 고발했다.

애경산업에서는 1995년부터 지난 해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안용찬 씨를 비롯해 전·현직 대표이사 7명이 고발당했다.

가습기넷은 고발장 제출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 앞에서 고발 취지를 밝히는 브리핑을 갖었다.

이번에 고발인에는 피해 가족인 이재용 씨, 손수연 씨, 피해 당사자인 조순미 씨, 김기태 씨와 함께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인 김기태 변호사 등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이재용 씨는 2006년 발병 3개월 만에 당시 만 2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아 규은 양의 아버지로 딸 규은 양은 급성 호흡부전 증후군, 급성 간질 폐렴의증으로 사망 진단을 받았으며,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쓴 1단계 피해자다.

손수연 씨는 폐섬유화 및 천식 환자인 만 13세 여아의 어머니로, 손수연 님의 딸은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썼던 2단계 피해자다.

조순미 씨는 2008년부터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해 이마트 PB제품과 옥시 제품들을 함께 쓰다 2009년부터 급발작성 중증 천식과 저감마글로불린혈증, 쿠싱병, 근무력증 등 각종 난치병으로 앓고 있어 산소호흡기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줄곧 4단계 피해자로 판정 받았다가 올 들어서야 정부로부터 겨우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

김기태 씨는 본인이 심방세동과 기관지확장증 및 기관지염 환자로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옥시 제품을 2:8 비율로 써서 본인과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죽거나 다쳐 신고한 피해자만 6,210명, 이 가운데 사망자만 1,359명, 생존 환자 4,851명에 이르는 대참사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세퓨 등 일부 가해업체의 책임자 및 관련자 가운데 일부만이 기소돼 처벌 받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차원에서 지난 2016년 2, 3월에 잇따라 SK케미칼ㆍ애경산업ㆍ이마트 등 가해기업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가습기넷도 지난 2016년 6월에 두 차례나 이들 업체들을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같은 해 8월 8일에도 고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업체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CMIT·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CMIT/MIT의 유해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과 2018년 10월에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각각 등재된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논문들과 애경 제품을 쓴 쌍둥이자매 병증을 연구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지난 10월 유해성을 밝혔다.

또 2012년 영국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과 2013년 의학지 ‘Contact Dermatitis’에 실린 연구 결과와 2014년 영국 루이샴 병원 연구팀 논문 등에서도 유해성이 증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케미칼은 일부 특정 피해자들만 골라 비공식 배상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이미 너무나 늦었다. 검찰은 당장 SK디스커버리ㆍ애경산업 등 가해기업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가습기넷이 오늘 고발하는 두 기업에만 수사가 머물러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가해기업들에게 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해기업 처벌은 물론,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허술한 징벌적 배상제의 배상액 상한을 없애야 하며,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강화하는 등 법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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