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노동본부 “고용노동부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 제도개선안 즉각 수용하라”
고용노동부가 인권위가 권고한 생명·안전 등 노동인권 증진 개선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정의당 노동본부는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노동본부는 13일 논평을 통해 “인권위 정책권고에 대한 회신기한인 90일을 넘겨 5개월째가 되어서야 수용여부에 대해 답변한 고용노동부의 회신 내용은 실망을 넘어 절망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권고를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청소·경비·시설관리 등에서 시작된 외주화가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 산업분야로 확산돼 왔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 안전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고용노동부에 7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고용과 사용이 분리된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고, 위험업무 외주화와 노동기본권 제약 등 다양한 노동문제가 발생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사내하청노동자이면서 저임금의 사회초년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2016년),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2018년) 등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인권위의 제도 개선 권고에 대해 ‘중장기 검토’ 의견을 냈다.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검토의견 및 이행계획’을 살펴보면 인권위의 7개 권고사항 중 ▲도급 금지 작업 범위 확대 ▲원청의 단체교섭의무 명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책임 확대 3개 항목을 ‘중장기 검토’로 분류했다.
중장기 검토 이유로 노동부는 지난해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점, 일부 유해·화학물질 취급작업 등에 하도급을 금지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개정 산안법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업무는 물론 구의역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비정규직 김모군의 업무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노동계는 비판해 왔다.
이에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간접고용 제도개선 권고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가 인권위 권고에 답한 ‘중장기 검토’ 의견은 사실상 불수용 통보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 안전과 기본적 노동 인권 증진을 위한 인권위 권고사항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두기엔 그 사안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8년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파견, 하청, 위장된 도급 등으로 일하는 간접고용노동자는 347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4%에 달한다.
산재사망사고 실태로 보면 간접고용노동자는 전체 산재사망사고의 40%, 건설과 조선업 등 하청비율이 높은 사업장의 경우 90%에 달한다.
정의당 노동본부는 이날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산재사망사고를 막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원청에 종속된 하청회사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실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하라는 것은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위원회도 수차례 권고한 바 있는 국제적 기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