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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HL그룹의 지주사 및 계열사가 정몽원 회장(사진) 자녀 100% 소유 사모펀드(로터스PE)에 약 2170억 원을 우회 지원한 의혹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하며 '부당지원 및 사익 편취' 규명에 나섰다. 그래픽=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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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그룹, 정몽원 회장 자녀 PEF에 ‘2천억대 우회 지원’ 의혹… 공정위, 전격 조사 착수

공정거래위원회가 HL그룹의 지주사 및 계열사가 정몽원 회장(사진) 자녀 100% 소유 사모펀드(로터스PE)에 약 2170억 원을 우회 지원한 의혹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하며 '부당지원 및 사익 편취' 규명에 나섰다. 그래픽=뉴스필드
공정거래위원회가 HL그룹의 지주사 및 계열사가 정몽원 회장(사진) 자녀 100% 소유 사모펀드(로터스PE)에 약 2170억 원을 우회 지원한 의혹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하며 ‘부당지원 및 사익 편취’ 규명에 나섰다. 그래픽=뉴스필드

공정거래위원회가 HL그룹을 비롯한 계열사와 정몽원 회장 자녀 소유의 사모펀드(PEF)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로터스PE)에 대해 8일 전격적인 현장조사에 나섰다.

HL그룹 내부 자금이 로터스PE에 대규모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1년 만이다.

이번 조사는 사정기관이 HL그룹의 부당지원 및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논란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첫 사례로, 대기업 집단의 편법적인 승계 자금 조달 구조를 정조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2170억 원 우회출자의 전말: ‘자녀 소유’ 로터스PE의 탄생과 성장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HL홀딩스가 2021~2023년 정 회장의 두 딸이 전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로터스PE 펀드에 총 2170억 원 규모의 출자를 단행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HL홀딩스의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922억 원)의 2.4배에 달하는 막대한 수준이다.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출범 때부터 정몽원 회장 자녀 소유로 설립됐다. 지분구조를 보면 장녀 정지수(50%) 씨와 차녀 정지연(50%) 씨가 유일한 주주로 4년간 변동이 없었다. 최초 등기임원 3인도 이상민 대표를 제외하고 당시 한라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됐다.

■ ‘묻지마 지원’ 의혹: 부진한 운용 성적과 그룹의 전폭적 자금 공급

시장에선 로터스PE의 운용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임직원은 이상민 대표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며, 이 대표는 공시상 투자 관련 이력이 전무하다. 더욱이 회사 내부에 이사회 등 내부 위원회도 설치돼 있지 않다.

투자 성적도 저조했다. 3분기 말 기준 투자금액 대비 평가금액은 436억 원 손실로 집계됐다. WCP(761억 원)와 우성플라테크(187억 원) 투자에서 손실 폭이 커지면서 다른 투자 이익을 상쇄하고도 손해가 막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터스PE는 타 GP가 주도하는 투자에 LP(유한책임조합원)를 모집하는 공동 GP로만 참여하고 있다”며 “단독으로 펀드를 결성한 적이 없고 출자금액 전액이 HL그룹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터스PE는 설립 4년여 만에 총운용자산(AUM) 3600억 원의 5개 펀드를 굴리는 PEF로 급성장했으며, 운용 보수와 수수료를 수임하며 2023년 당기순이익이 43억 원까지 뛰었다.

■ 공시 회피와 ‘신종 터널링’ 지적… 승계 자금 의혹 규명

HL홀딩스가 직접 출자 대신 자회사를 경유한 방식은 공정위 조사의 중요한 쟁점이다. 로터스PE 출자가 HL홀딩스의 자회사인 HL위코(지분율 100%)와 HL D&I(지분율 23.78%)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 공시 회피 의혹: HL홀딩스는 로터스PE를 ‘독점규제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로 공정위 공시에만 표기했을 뿐,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 등 정기 보고서에서는 관련 거래 공시를 누락해 시장 투명성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부당지원 심화: 특히 HL위코는 2023년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HL홀딩스의 유상증자와 차입금 등을 통해 로터스PE에 출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부당 지원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출자가 오너 일가의 지주사인 HL홀딩스 지분 매입 재원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 회장의 두 딸은 2024년 1월 HL홀딩스 지분을 각각 1.14%씩 추가 매입하며 지배력을 확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손실은 HL홀딩스 투자자들이 감당하고, 이익은 오너 일가가 독식하는 구조”라며 “사모펀드를 활용한 신종 ‘터널링’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 또 다른 논란: 자사주 무상 증여 계획 철회

한편, HL홀딩스는 지난해 보유 자사주의 약 84%에 해당하는 47만여 주(160억 원 상당)를 신설 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하려 했다가 주주들의 강한 반발로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는 HL홀딩스 2024년 1~3분기 누적 지배주주순이익(300억 원)의 53.3%에 달하는 손실로, 회삿돈을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HL그룹은 “법령상 허용된 출자 방식이며,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HL그룹의 우회 출자 구조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더 나아가 총수 일가의 승계를 위한 자금 조달 통로였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 그룹 배경 — HL그룹은 어떤 회사인가

HL그룹은 원래 1962년 설립된 현대양행을 모태로 출발했다. 이후 1978년 ‘한라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중공업, 건설, 자동차 부품, 환경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더 높은 삶(Higher Life)’이라는 의미의 ‘HL’로 사명을 변경하며 브랜드를 새롭게 정비했다.

현재 HL그룹의 지주회사인 HL홀딩스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HL만도, 건설 및 인프라 계열사 HL D&I 한라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계열사들이 자동차, 건설, 물류, 투자, 교육, 스포츠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HL그룹은 “익숙한 것을 혁신하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비전 아래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을 다각화해 왔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복합기업집단이지만, 최근 그룹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방식이 문제가 되면서 과거의 ‘전통 있는 기업’ 이미지와는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배경: 정몽원 회장은 누구인가

HL그룹을 이끄는 정몽원 회장(1955)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주의 2남으로, 현대가(家) 경영 체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현대양행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만도기계 전무(1985), 사장(1989), 한라그룹 부회장(1992)을 거쳐 1997년 한라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그룹 회장 취임 직후 추진했던 조선사업이 실패하면서 한라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해체 위기에 놓였고, 정 회장은 한라건설 회장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1999년 그룹 주력사였던 만도를 매각했다가 8년 만에 다시 인수하는 과정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부활 사례’로 언급된다.

한편 정 회장은 과거 한라중공업에 대한 부당지원 문제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고, 친형 정몽국 전 한라건설 부회장과 주식 배당 관련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활동해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구단주를 맡고 있으며, 2013~2021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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