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한국군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한국 전쟁범죄 인정하라”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거나 직접 피해를 당한 16개 마을, 103명의 베트남인들이(이하 ‘청원인들’이라고 함)이 4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에 관한 진상조사와 희생자들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이행할 것에 대해 기명날인을 한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및 유족이 한국 정부에게 공식적으로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청원서는 제주43 평화재단으로부터 지난 1일 제주43평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퐁니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60년생)과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57년생)이 직접 청와대에 제출한다.

두 응우옌티탄(동명이인)은 작년 4월에 서울에서 열렸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서 참여해 피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묻는 민간 재판의 주인공이었으며,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한 신망 받는 법조인 3인으로 구성됐던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적절한 배상과 진상조사, 공식입장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03명이 기명 날인한 청원서에 기재된, 이들의 목소리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국정부가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한국의 공무원들도 우리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 우리는 청원서를 통해서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게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싶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던 불행한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본 정부에게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 정부의 그러한 입장과 태도는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돼야 한다”

청원서와 함께 103명 모두의 피해사실 역시 제출된다. 그 일부는 아래와 같다.

프억빈 마을 학살 유가족 레반타인 (Lê Văn Thanh)
“한국군은 단지 미국의 용병일 뿐이었는데 왜 미군보다 더 잔인했는지 알 수가 없다. 가족의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집과 논과 밭을 불태우고 파괴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나? 한국이 이 사실을 시인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명백한 진실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퐁니·퐁넛 마을 학살 유가족 레딘믁(Lê Đình Mức)
“나는 한국 정부가 과거 한국군이 베트남의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길 바란다.”

반꾸엇 마을 학살 유가족 응우옌티씨 (Nguyễn Thị Xí)
“어머니 쯔엉티쑤옌(42세)은 나를 껴안고 몸을 웅크린 채 정신을 잃었는데, 한국군의 총탄이 어머니와 나를 맞추지 않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언니들은 당시 갓난아기였던 내가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울지 않아 어머니와 내가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카인럼 마을 학살 유가족 응오반끼엣 (Ngô Văn Kiệt)
“나의 마지막 염원은 학살로 억울하게 숨진 어머니와 가족들의 무덤을 정성스레 단장해 드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유가족들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