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살리고 부담은 줄이는 환경규제로 바꾼다

기계적으로 규정돼 있어 그동안 개선 요구가 컸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절차는 줄이고 투명성은 강화하는 방식으로의 규제혁신이 추진된다.

또 폐지·고철·폐유리를 ‘순환자원’으로 규정해 재활용을 쉽게 하고 화학물질 규제는 물질 위험성과 위해성에 따라 차등해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26일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환경부는 혁신 방안에 대해 “환경규제를 허용된 것 말고 다 금지하는 닫힌(positive)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열린(negative) 규제로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또 획일적 규제에서 위험에 비례하는 차등적 규제로 전환하고 일방적인 명령·지시형 규제는 쌍방향 소통·협의형 규제로 바꿀 계획이다.

아울러 탄소중립·순환경제 등 핵심 환경정책 목표와 직결된 규제는 우선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질서가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환경이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 선진국들은 환경규제를 혁신유도형으로 개선해 나가는 추세”라며 “이에 환경정책의 목표와 기준은 확고하게 지키면서 환경정책의 수단인 환경규제는 민간 혁신을 이끌고 현장 적용성도 높이는 좋은 방법론으로 품질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 닫힌 규제에서 열린 규제로

폐지·고철·폐유리 등은 유해성이 적은데도 지금까지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폐기물로 지정돼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폐기물 규제를 면제받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신청 및 승인 절차로 재활용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폐지·고철·폐유리 등을 이용해 새활용(업사이클)하려고 해도 법령에서 정한 유형으로만 재활용하도록 하는 닫힌(positive) 방식 규제로 인해 신기술 적용이 어려웠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 되는 품목은 ‘순환자원’으로 쉽게 인정받아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도록 개선된다.

또 폐기물 규제특례제도(규제샌드박스) 도입, 재활용환경성 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재활용 가능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열린(negative) 규제로 전환한다.

이러한 규제개선으로 연 2114억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이 절감되고 재활용 확대로 연 2000억원 이상의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하고 있다.

◆ 획일적 규제에서 차등적 규제로

환경부는 위험도에 따라 화학물질 규제 수준을 달리해 현장 이행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을 통해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사전에 확인·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저농도 납 등 저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까지 고농도 황산 등 고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시설과 똑같은 330여개의 규제가 적용돼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향후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 종류는 계속 많아지는데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화학규제가 현장에서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전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에 따라 취급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고농도 황산 등 인체 접촉 시 바로 위험한 급성독성 물질은 취급·보관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고 저농도 납과 같이 장기노출 시 인체에 영향을 주는 만성독성 물질은 사람에게 노출이 덜 되도록 관리하게 규제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화학안전정책포럼’을 통해 등록기준 및 정보사각지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도 착수한다.

화학물질 정보 등록에 치중해 제도가 운영되면서 실제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은 충분히 강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화학물질 제도 도입방안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로

그동안 개선 요구가 컸던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소통형 규제로 개선한다.

지난 1980년에 도입된 환경영향평가는 국토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과학기술의 발전 등 시대 변화에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는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모두 평가를 받도록 기계적으로 규정돼 있어 평가 건수가 많고 조사의 항목과 범위도 매우 광범위해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됨에도 부실화·형식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 과정에서 협의기관과 소통이 안 되어 주민과 사업자가 진행상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평가’라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환경부는 선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스크리닝(screening)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사전에 검토해 평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업자와 협의기관이 함께 수십 년 동안 누적된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의 범위·항목을 구체적으로 선정, 사업자가 필수적인 조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모바일 앱을 통해 평가 진행상황을 지역주민과 사업자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해 평가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환경영향이 우려되는 사업과 핵심 조사 항목·범위에 평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평가가 내실화되고 중복적 조사에 소요되던 기간 단축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중복 적용하던 것을 일부 화학안전 규정을 보완해 ‘폐기물관리법’으로 일원화한다.

◆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는 규제로

환경부는 탄소중립·순환경제 등 핵심 환경정책 목표와 직결된 규제는 우선 혁신하고 필요한 지원도 병행해 녹색사회 전환을 선도하기로 했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활동 촉진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정비한다. 신설·합병기업에 불리한 온실가스 배출권 추가할당 조건을 합리화하고 해외 감축실적의 국내실적 전환 절차도 간소화한다.

포집 이산화탄소에 대한 폐기물 규제 면제 및 재활용 유형 신설 등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도 활성화한다.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해 내고 추출된 열분해유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제조하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과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가축분뇨·음식물 폐기물 등에서 나온 바이오가스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거래 공급량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재활용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단순히 색상, 디자인 등만 다른 제품은 하나의 제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개선한다. 

중소기업이 업종별 환경규제 세부사항을 손쉽게 확인해서 이행할 수 있도록 환경안전통합관리시스템도 시범 구축하기로 했다.

녹색혁신 기술·제품의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계하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 추진했던 환경규제 혁신은 환경개선에 대한 국민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에 치중하다보니 사회적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새 정부 환경부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바라는 환경규제 혁신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