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위반 의혹… 현대중공업 60대 하청노동자 굴착기에 치여 사망

10월1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운동본부가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국내 대표적인 중대 재해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에 숨졌다.

사고 현장에는 법적으로 설치되어야 할 안전통로나 유도수가 배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사망 사건은 올해 들어서 네 번째다.

30일 오후 2시45분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안 8~9도크 사이 도로에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최 모(68)씨가 이동하던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최씨는 이날 의장3부에서 오후 작업을 하다가 오후 3시부터 10분간 예정된 휴식을 위해 작업장 밖으로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 닻줄 고정작업에 투입되는 14톤 굴착기가 사내 도로를 이동하고 있었는데 옆길에서 나온 최씨가 앞을 지나던 굴착기를 미처 보지 못하고 뒷바퀴에 치인 것으로 회사는 추정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씨는 작업하던 배에서 나와 흡연실 등이 있는 건너편 휴게공간으로 가려면 약 4미터 정도의 길을 건너가야 했다.

모든 작업자가 작업장에서 휴게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상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통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조치는 취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토바이와 작업용 차량, 지게차 및 건설기계차량 등이 수시로 오가는 장소였음에도 작업자들이 이용할 통로가 별도로 확보돼 있지 않았고, 차량 등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돼 있지 않았다.

누구나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한 길을 건너야만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

사고 발생 굴착기는 당일 3196호선의 진수를 위해 선거 로프 작업(배를 지상과 로프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30일 당일 작업지시서(작업계획서)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종일 ‘진수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작업 배치가 돼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00조(접촉의 방지)에 따르면 굴착기 등 건설기계를 이용해 작업하는 경우 다른 작업자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금지 조치를 하거나 유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유도자도, 다른 노동자의 접근을 차단하지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종일 선거 로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곳에서 작업을 마치고 다른 곳에서 로프 작업을 하기 위해 장소를 옮기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작업지시를 내린 회사는 반드시 유도자(신호수)를 배치해서 전체 작업 과정에 충돌 사고를 방지해야만 했다.

하지만 작업지시서에도 당일 작업에 대한 위험요인은 ‘미끄러짐’ 하나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안전 작업방법’으로 빗길 넘어짐 주의와 신호수 배치가 간략히 적혀 있었지만, 실제 작업 중인 사고 당시에는 작업지시서에 명시된 신호수 조차 없었다.

금속노조는 “굴착기를 이용한 작업 시 다양한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구체적인 작업 내용이 작업지시서상 명시되고, 예측되는 모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 내용이 제시되고 점검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43조(운행경로 등의 주지)에 따르면 굴착기계를 이용해 작업을 하는 경우 사전에 운행경로를 정해, 작업하는 노동자에게 주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은 운행경로도, 구체적으로 하루 종일 진행하는 작업 위치와 내용도 없는 너무나 허술한 작업지시서 한 장만을 작성하도록 해 사전에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신속한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