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에서 다뤄야 할 우리 아이들의 정서·심리 문제

강경숙(원광대 교수)

전쟁이 터지면 여성과 아이들 같은 사회적 연결고리에서 약한 부분의 희생이 늘어나듯이 미증유의 위기로 덮친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들의 정서·심리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코로나 우울의 늪에 빠진 청소년들이 속수무책으로 게임이나 미디어 등의 가상 세계로 도피하고 있다. 비대면 상황에서 학교도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에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비대면 수업에 동화되어 학교에 가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며 ‘학교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2021년의 우리 학교, 위기에 놓인 학생들

  

의료적 대응, 백신, 자영업자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느라 우리 사회 전반의 역량이 총동원되다 보니, 청소년 문제를 인지하는 우리 사회의 감수성은 어느덧 온데간데없다. 청소년 문제야 늘 있는 것이라 혹자는 “이 시국에 새삼스럽게 들먹이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진단이나 통계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일선의 학교에서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사들에 의하면, 아이들이 오랜 기간 사회적 단절 가운데 지내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 형성 기술과 사회성 기술 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소한 다툼이나 단순한 상호행동이 폭력 사건으로 발전되는 빈도가 높아졌고, 반대로 우연히 툭 치고 지나가는 경우인데도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무기력증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정, 정신건강,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로 학업 중단의 위험에 처해있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가지고 있는 ‘위험군(at risk)’에 해당하는 ‘심리적 위기 학생’이나, 치료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ADHD,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와 같은 정서행동장애 ‘임상군(clinical)’에 이르는 학생도 점증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행동문제로 교우관계가 어려워지고, 교실활동에서 멀어지면서 학습부진으로도 이어지는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험군과 임상군에 해당하는 학생은 본인을 통제하지 못하는 외현화된 문제행동을 통해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본인을 과다하게 통제하는 양상을 보이는 내재화된 학생은 외부에서 미처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살이나 자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상담 혹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면서 심리방역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자칫 자살로 이어지는 우울한 정서, 학교와 교사의 대응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10대의 경우 우울증에 이어 자살을 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이데일리, 2021.09.20). 10대는 20대에 이어 우울증 환자 수가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연도별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현황’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10대 우울증 환자 수는 지난해 4만8,645명으로, 2016년 2만6,165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올해의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10대의 정서적 건강성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초의 자료만 보더라도 ‘코로나19 시기 청소년 및 보호자의 체감도’ 조사에서 불안과 걱정의 감정이 지배적이고, 우울함과 짜증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감사, 관심, 침착함 등은 한참 뒤로 밀려있다. ‘화·분노’는 보호자의 2배 이상이나 높게 나타났다.(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발간한 청소년상담 이슈페이퍼, 2020.05.06.)

청소년은 어른에 비해 감정을 조절하는 데 서툴고 회복 탄력성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방법도 배워야 하고 공감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여러 보고서에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학습 지원보다 “심리 지원 서비스”를 꼽기도 한다. 더구나 청소년의 정서·심리적 어려움, 정신건강 문제도 여러 양태와 수준이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렵고, 전문가와 전문적 시스템에 의한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하다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비대면 시대에 정작 학교가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학교 교실에는 ADHD를 비롯해 우울을 호소하는 정서행동 문제 등 다양한 위기 학생들이 있다. 문제를 진단하고 상담을 진행하려고 하다보면 비대면 가정 학습으로 전환되고, 이어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에 쫓기다가 방학을 맞이한다.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하고 있지만 비대면 상황에서 실제 정서적 문제를 겪는 학생을 선별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하기도 있다. 학교폭력 검사, 스마트폰 중독 검사 등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하지만 기능과 효용이 분절되거나 중복되어 있다 보니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 

예방 시스템이 혼란에 빠지자 해당 학생들이 교실에서 심각한 문제행동을 일으킬 경우, 교사는 학생을 파악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교사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다가 교권 침해를 겪기도 한다. 문제 상황을 막지 않으면 학교폭력 방기 혹은 직무 유기가 되기도 하고, 행동을 저지하다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등 학교의 전문적 대응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교사들도 심각한 심리적 소진과 탈진을 경험한다. 

이처럼 교사에게만 정서·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교육공동체가 함께 이런 대응을 모색해보자.

첫째, (모두가 함께) 인식하자. 마음건강, 정서적 건강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접근 방법을 통한 교육공동체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둘째, 예방하자. 감정신호등 같은 마음건강 키트를 활용하여 마음건강 문제 혹은 정서·심리적 문제 상황을 알아차리고, 소통을 강화하여 위험군을 조기 선별하고 위기 학생을 줄이자. 청소년을 위한 심리적 방역 안전망을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

셋째, 중독 문제를 소홀히 하지 말자. 청소년이란 으레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해도 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야 한다. 게임 중독을 정서행동장애 범주(게임, 온라인)에 넣어 학생 치료 지원 정책으로 (상담)교사와 전문가가 함께 진단하고 가정과 협력하여 치유, 개선 프로그램을 가동하여야 한다. 

지역사회 자원의 활용과 연대가 중요하다!

    

그리고 범위를 넓혀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하고 연대하자. 우리 사회의 청소년 정신건강 안전망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탄탄하다. 지자체가 설치·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021년 4월 기준으로 전국의 광역·기초 지자체 245개 중 235개 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제약되기는 하였지만,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대면·비대면 상담을 병행하고 있고, 상담뿐만 아니라 치료비 지원, 부모 교육,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치유캠프 등 심리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는 채팅 상담(전문가와 실시간 1:1 채팅 상담), 게시판 상담(24시간 이내 답변 제공), 웹심리검사(청소년 및 부모 대상 심리검사), 솔로봇상담(게임・에니메이션으로 고민 해결), 이음-e(온라인 부모 교육) 등을 활용하여 청소년 문제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 상담은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친숙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 도입된 위프로젝트 사업은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협력을 기본 전제로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있고, 미 배치 학교는 순회전문상담사, 임상심리사를 지원하고 있다. 학교의 문화가 아직까지는 지역사회의 여러 상담 지원기관이 학교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위기 시대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학교 안과 밖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선 정국에 바라는 기대: 국가 책임, 청소년 정신건강 정책

지금까지 최근의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구구절절 거론한 이유는 학교와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 시스템으로 청소년 문제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공동체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청소년 문제가 왜 대선주자들의 주요 아젠다로 등장하지 않는 걸까? 요즘 핫한 대선 주자들의 토론을 보면, 특정 주자의 과거 행적 하나하나를 놓고 후보는 물론이고 캠프 관계자들까지 총동원되어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청소년 정책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것일까? 공약이란 미래에 뭔가를 하겠다는 약속인데, 미래의 대명사인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인가?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이들을 보호나 훈육의 대상으로 피동화하는 구시대적 관점으로는 곤란하다. 성장의 주체로 봐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고 있고, 일반 형사처분으로 청소년을 다스리자는 처벌 강화 논의는 이들을 잠재적 비행(범죄자)의 대상으로 보게 한다. 이는 홍준표 후보가 사형제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주장과 잇닿아 있다. 과연 강력한 처벌만이 사법 정의를 세우는 길인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책임지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애석하게도 아직 사후 대처 뿐 아니라 사전 교육·예방으로 청소년의 정서심리 문제를 다독여줄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긴 대선 아젠다로 교육문제가 사라진 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모 후보 캠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교육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구색 맞추기 용으로 가장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정책이나 아니면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무상 혹은 지원 공약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캠프 관계자는 교육계는 워낙 복잡계라 잘못 건드리면 벌집처럼 걷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잘 나가는 후보일수록 거론하지 않은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교육문제가 복잡계라 청소년 문제, 특히 청소년의 정서·심리적 건강의 문제는, 교육에 대한 애정과 청소년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없는 대선 후보로서는 그야말로 어둡고 칙칙하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아젠다일 것이다. 게다가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없는 뭔가 두렵고 ‘골치 아픈’ 주제로 인식되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방치할 수 없다. 단순히 그들만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다음 정부에서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마음건강 안전망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지킴이 활동을 정책화하는 일에서 시작하여 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의 활동을 큰 틀에서 제도적·정책적으로 보듬어 안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이 청소년에 대한 보편적 복지 시스템이다. 

그것에 자신이 없는 후보라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속담만이라도 숙고해주기 바란다.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도 교육공동체의 노력과 기존의 체제를 최대한 활용해서 그 구슬을 잘 꿰어내라는 의미이다. 학교, 지역사회, 지자체에 이미 다양한 정책들이 산재해 있다. 여기저기에 구슬로 존재한다.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를 생산하기에 급급하기보다, 그래서 현장에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주기보다, 기존의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서 상호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실용적인 접근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실용은 통합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혁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 강경숙은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7~2018년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본회의 위원을 지냈다, 현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 위원, 국무총리실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 전라북도교육청 인사위원, 국립정신건강센터 미래비전자문위원, 그리고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겸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