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자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이번에 치러진 보궐선거는 승리한 국민의힘이나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진정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고, 야당 통합을 비롯하여 다양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에 던져진 또 하나의 과제는 지금의 언론 상황으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방치할 수 없는 언론의 현실

지난 선거에서 언론들은 가장 중요한 정책과 공약에 대한 보도를 거의 외면하면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거기간의 일정 시기를 나누어 언론보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 보도는 전체 3,363건 중 472건으로 14%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 선거 보도 중 정책과 공약을 언급한 보도는 161건으로 선거 보도 중에서도 34%, 전체 보도 중에서는 4.7%에 불과했다(4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선거 보도 또한 대부분 부동산 개발 정책(50%)에 치우쳐 있어, 민생과 복지정책(17%), 청년정책(12%) 등 다수 국민의 관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양대 정당이 선거기간 대부분을 상대 후보의 비리와 개인 문제에 대한 검증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언론 또한 그런 경향에 동조하거나 심지어 특정 문제에 대한 보도를 일부러 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를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신문들의 유가(有價) 부수 조작 문제가 터졌다. 유가 부수는 광고비 단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정부의 광고비를 각 언론사에 배정하는 기준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다. 그런데 신문의 유가 부수를 인증하는 기관인 한국ABC협회의 내부 제보를 통해 국민을 대신하여 감시하고 심판관이 되어야 할 한국ABC협회조차 이들 유가 부수 조작에 방조 내지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무 부서인 문체부의 사무감사와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포장지도 뜯지 않은 신문들이 폐지로 계란판을 만드는 공장에 판매되고 있고, 특정 신문의 경우 발행되자마자 바로 싼 가격으로 동남아에 과일 포장용 폐지로 수출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2020년의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출하는 광고비는 약 1조 원을 넘고, 이 중에 신문 광고비는 매년 2,500억 원이나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이 예산들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조작된 유가 부수 자료에 근거해 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신문유통지원금 등 보조금도 유가 부수 자료에 근거하여 배정된다. 이것은 국가를 상대로 신문들과 ABC협회가 사기를 친 것이고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것이다(김승원 국회의원, 박시영 TV 인터뷰). 공무원의 비리나, LH공사 지원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를 비판해 온 언론사들이 자사가 개입된 국고 유용 및 사기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도할지 궁금하다.

주로 신문사들이 관련된 유가 부수 조작과 유사한 사례가 방송 부분에는 없는지도 궁금하다. 연합뉴스사는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이라는 별도의 법에 따라 설립된 국가기간통신망으로 매년 300억 원이 넘는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동법 제5조에는 뉴스통신의 공정성과 공익성 부분을 6개 항목이 넘는 구체적인 조항으로 명기해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보도 경향을 보면, 종편 TV 채널도 보유하고 있는 연합뉴스사가 과연 법에 명시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연합뉴스사는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서 정보 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 등 공공기관에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뉴스와 데이터를 공급하는 조건과 해외에 통신원을 두고 대외 뉴스통신 업무를 통해 외국의 정보를 수집하여 국내 언론사에 공급하는 기능, 그리고 재난 뉴스통신 업무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국가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각종 정치적인 사안이나 경제 상황에 대한 보도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보급 등에 대한 보도를 보면 계속 국고를 지원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는 청와대 게시판에 연합뉴스사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중단하라는 국민청원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또한 각종 주간지와 월간지들은 <잡지 등 정기 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동법 4조에는 정기 간행물의 책임으로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발간되는 이들 주간지나 월간지들이 그런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시기에 조사해 보았더니, 전체 유료 구독 6만 부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특정 월간지를 국방부와 외교부에서 매달 약 3만 부나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서 정치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 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과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이 볼 수 있도록 ‘우수 정기간행물의 지원에 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국가 예산을 들여서 구독하는 잡지가 특정 매체에 독점되고 있고, 이 월간지는 정부 구독에 힘입어 광고료 및 각종 사업비 등의 부가적인 수입을 2중, 3중으로 올리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각종 인터넷 포털이 뉴스 유통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포털이 뉴스 노출 빈도나 탑 화면에 노출시키는 등의 간접적인 편집권을 가지게 되면서 뉴스의 질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엄청난 단독 기사와 속보 경쟁에 시달리게 되고, 기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여 심층 취재를 하거나 객관적인 보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포털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사회문제가 되고, 지적이 있어 뉴스의 편집권이나 노출에 대한 포털의 관여를 줄이는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있었던 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편파성과 부당성이 더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이 언론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언론 정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미디어 바우처: 코로나19 이후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지원 정책>이라는 보고서(2020년 2월,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에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민에게 언론에 대한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정책을 처음으로 국회에서 공론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김승원 국회의원이다.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소속 김승원 의원은 만 18세 이상 국민 3,000만 명에게 연간 약 3만 원씩 미디어 바우처를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바우처는 신문을 구독하거나 좋은 기사를 후원하는 데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매년 1조 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과 공익광고를 국민이 각 신문사에 보낸 바우처 액수만큼 광고비와 각종 지원금을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이 판단하여 좋은 미디어를 선택하고, 좋은 미디어가 광고를 많이 받아 갈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미디어 영향력 평가 지표로서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정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언론을 관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각 부처의 광고를 언론사에 배분하는 권한이었다. 심지어는 중요한 각종 공고나 공시(公示) 등도 정부가 발행하는 관보(官報)에 올리는 것과 별도로, 언론사에 광고를 통해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 또한 공무원과 언론이 공생하는 중요한 매개체 중의 하나였다. 이전에 삼성그룹의 모 상무 이사가 언론에 광고비를 배정하는 권한을 중심으로 그룹 총수의 문제와 관련된 보도를 막거나, 언론과의 유착과 통제를 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 핸드폰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드러나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민간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또한 그런 관행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권력을 교체하고 정권을 바꾸었듯이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세금을 내는 주인인 국민이 자신이 보고 싶은 언론사를 선택하는 권한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이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선거를 통해 선출직 공무원을 뽑듯이,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언론사를 선택해 바우처를 사용하게 된다면, 국민이 좋은 언론을 직접 선택하고 정부는 이 기준에 맞춰 해당 언론사에 공익 광고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부 지원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언론에게는 미디어 바우처 지급 대상 언론 자격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나 한겨레신문의 기사 또는 홈페이지에 미디어바우처 대상 언론이라는 마크가 항상 따라다니도록 하고, 국민은 온라인을 이용해 좋은 기사나 좋은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에게 미디어 바우처 버튼을 눌러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언론인을 일정 비율 이상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어야 하거나 특정 단체의 협회지와 같은 미디어는 제외하고 공적인 영역의 미디어 언론사의 소유구조나 수익구조의 투명한 공시 여부, 그리고 윤리강령의 준수 여부나 편집과 취재의 독립성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지표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면 언론 윤리나 보도의 객관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마이너스 평점 제도를 도입해 명백한 허위기사나 가십성 기사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마이너스 평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언론사에 대한 국민적 감시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김승원 의원실)

1개 언론사가 전체 바우처 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 초과하여 기부받을 수 없게 하면, 정부 지원금의 균등 분배와 상대적으로 취약한 다양한 언론 매체들에 대한 육성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약 1,000개의 언론사가 바우처 지원 제도의 대상이라고 하면, 연간 기부받을 수 있는 상한선을 1%로 제한한다고 해도 하나의 언론사가 연간 최대 100억 원 이상을 지급 받을 수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안 언론이나 지방지 등 지금까지 소외되었던 약소언론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효과도 가능할 것이다. 또 개인이 사용하는 바우처를 한 개 언론사에 전액 기부할 수 없게 하고, 예를 들어 방송사 1곳, 일간지 1곳, 지역 일간지, 정기 간행물 등으로 분산 기부하도록 제도화하면 공정한 분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언론에 대한 또 다른 통제라고 하면서, 정부 광고비의 다수를 점유해온 기득권을 가진 유력 언론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시장과 군수를 투표를 통해 내 손으로 뽑듯이, 내가 보고 싶은 언론도 내가 직접 선택하게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한 것으로 칭찬받아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Weg the Dog)과 같이, 언론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적에 동조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국민의 민주적인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각종 뉴스나 미디어에 대한 판단을 국민이 직접 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면, 언론의 정치적 공정성과 중립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바우처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해킹이나 부정 사용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하여 언론사들의 각종 조작이나 미디어 바우처를 사용하는 분들의 개인 정보나 정치 성향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심지어는 카드깡과 같이 미디어 바우처도 상품권 깡이 만연할 것이라는 주장이나 도서 상품권을 예로 들면서 연간 3만 원 정도의 소액으로는 전체 발행량의 90% 이상이 회수되지 않고 사장(死藏)될 것이고 정책 시행의 행정적 어려움을 반대의 이유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이 상품권으로 지급되지 않고, 개인 인증을 통해 인터넷상의 투표 권한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품권 깡을 하기 쉽지 않다.

또한 정치후원금을 10만 원까지 환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바우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연말정산에서 환급해 주거나, 미디어 바우처를 활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율로 장려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 중앙정부의 광고비에 더해 지방정부가 지방언론에 대한 지원을 조건으로 미디어 바우처에 매칭으로 약 1조 원을 추가 지원하도록 하거나 마이너스 바우처 제도를 통해 실제로 현금은 동원되지 않으나 선택권은 더 커지도록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인의 선택권의 크기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사용 비율이 99%를 넘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미디어 바우처의 크기가 약 10만 원 수준으로 커진다면, 사용되지 않고 사장(死藏)되는 비율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언론에 대한 재정 규모와 민간 부분에서 예산지원이 커지므로 언론 분야에 대한 고용도 늘어나고, 수준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언론사들이 자신에게 바우처가 오도록 하기 위해 마이너스 바우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할 것이므로 이런 사소한 반대의 목소리는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가져오는 가장 큰 혜택은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로 여겨졌던 각종 포털에 대해 국민의 직접적인 감시와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미디어 수용자들, 즉 독자들은 이제 신문이나 잡지 등 종이매체나 방송 등 전파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보다 휴대폰이나 인터넷 단말기를 이용해 뉴스를 접촉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카카오, 네이버, 구글 등 뉴스플랫폼 업체들이 미디어들의 기사와 콘텐츠를 이용해 수입의 많은 부분을 독점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뉴스플랫폼 업체들이 젊은 세대들의 뉴스 구독을 독점하면서, 전체 신문 등 종이매체의 구독률은 급격히 낮아져 이전의 약 1/4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언론진흥재단, 2021). 그런데 이들 포털은 뉴스를 직접 만들어 내지도 않고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지도 않으면서 관련 부분의 광고료를 모두 가져가고 있다. 오히려 이들 뉴스 포털의 과도한 편집권과 배치 및 노출권이 뉴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축하고, 왜곡하는 수준으로 폐해가 심각하다.

이렇게 변화된 언론환경에 맞추어 언론의 독립성도 유지하고 정부 지원의 형평성도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정부 지원책이 미디어 바우처 제도다(김승원 의원 인터뷰 자료). 실제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정부 지원을 가져갈 수 있고, 언론사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포털에 대한 종속 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 도입의 기대 효과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우리나라 언론환경을 빠른 기간 내에 바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그동안 간접적으로 평가되던 언론의 영향력을 마치 선거를 통해 평가되듯이 국민의 선택으로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언론의 영향력을 직접 평가할 수단이 없어 종이신문의 발행 부수와 판매 부수를 집계해 이를 대리지표(Proxy)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을 통해 편하게 기부할 수 있고 그 사용 현황도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는 미디어 바우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 투명하고 공정한 미디어 영향력 지수 평가의 중요한 한 축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언론사와 기자들은 가십성 연성기사 작성과 속보 경쟁을 하지 않고 진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들을 생산하게 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최근 여론이 급등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는 실제로 입법화하거나 정책으로 도입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다. 피해의 정도를 측정하거나 정량화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언론이 미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특히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는 언론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정부가 가진 재원의 배분 방식을 바꾸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미디어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광고에 관한 각종 법률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잡지 등 정기 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등 개정해야 할 많은 법안과 조항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에서 이들 광고비를 배분하는 권한을 행사하던 곳들과 독점적으로 배분 받는 이득을 누려왔던 기득권 언론사들의 생존권적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언론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가 구현하려는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지켜지기 어렵다. 이제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고, 새로운 언론환경에 맞는 정책이 요구된다, 물론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만능은 아니고, 모든 언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새로운 언론환경을 만드는 첫발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구체적인 노력, 그리고 새로운 언론 개혁을 위한 전국적인 국민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