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정혜선(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 사망자 수’는 1년에 천여 명에 이른다. 하루에 3명씩 일터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치는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산재로 인한 사고사망만인율(‱)은 0.58인데, 일본은 0.19, 독일은 0.16으로 일본이나 독일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0.30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OECD 회원국의 평균과 비교하여 가장 취약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의 3대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망을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산재사고 사망자를 2016년 969명에서 2022년 500명으로 감소시켜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보다 낮은 0.27로 낮추기 위한 목표를 수립하였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5년 내에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다. 통계 수치에서도 산재사고 사망자가 2016년 969명에서 2017년 964명으로 약간 감소하였으나 2018년 971명으로 다시 증가한 것을 보면 산재 사망자를 줄이는 일이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이토록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사고의 현황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사업장의 규모에 따른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70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서 7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전체 사망자의 72.8%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였고,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7.4%가 발생하여 대규모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 간의 차이가 거의 10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청년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본인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당연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고사망자의 42.5%는 하청노동자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도 하청노동자였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도 하청노동자였다. 하청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에 매우 취약하다. 원청에서는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일을 하청업체로 넘어가면 비용 문제로 혼자 일을 하게 되면서 사고 발생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최저가 입찰로 선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안전보건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며,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청업체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사고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의 업종을 살펴볼 수 있다. 사고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업종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2018년 기준으로 전체의 49.9%에 해당한다. 건설업은 수행하는 업무 자체가 위험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개선할 방안이 없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도 건설 현장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는 안전제일 또는 안전우선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지만 실제로 안전을 제일로 생각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자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자는 2017년 전체 사망자의 7.4%를 차지하였는데, 2018년엔 8.2%로 증가했다. 운수창고통신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운수창고통신업이란 운수업, 택배업, 퀵서비스업, 화물취급사업 등을 일컫는 것인데, 우리 사회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변화되면서 이 업종에 종사하는 인력이 많아지고, 장시간 노동과 업무의 과중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핵심 전략

위와 같은 현황을 살펴볼 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주요 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98%에 해당하는 245만개소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도 전체 근로자의 58.6%에 해당하는 1천88만 명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 의무를 완화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소규모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위해 1년에 8만6천개 사업장을 방문하여 관리하고 있다. 8만6천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3.5%에 불과한 수치이다. 사업 예산도 173억 원으로 산재예방기금 5천억 원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적은 사업 규모와 사업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가 감소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소규모 사업장을 관리하기 위한 사업을 더욱 확대·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서 젊고 유능한 청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어 청년 취업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둘째,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지난 해 하청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일명 김용균법이라고 일컫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현재 시행을 위해 하위법령을 마련 중에 있다. 그러나 입법 예고된 하위법령에 대해 노사 양측에서 모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산재 위험이 급박할 때 내려지는 작업 중지 명령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김용균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김용균 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발전설비 보수작업 업무가 도급 금지나 도급 승인 대상 업무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스크린도어 정비작업 역시 도급 금지나 도급 승인 대상 업무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향후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또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건설 기계의 종류에 지게차, 덤프트럭, 굴착기 등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장비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건설업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건설업 사고사망을 일으키는 이들 장비들에 대해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개정된 법에서는 처벌의 상한 수준을 높였지만 하한선이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6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 원이고, 지난 10년 동안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전체의 0.5%에 불과해서 안전보건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거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007년 이 법을 제정하여 전 세계에서 산재발생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의 하나가 되었고,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2013년에

이 법을 제정하여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법인에게 매출액의 2~3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망자를 발생시켜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는 의식이 약하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서 회사를 운영할 때에는 그 나라 법을 따르고 있는데, 미국의 사업장에서 일하던 현대기아차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했을 당시 미국 정부에서는 현대기아차에 대해 30억 원의 벌금형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여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 의식 고취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사고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운수업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택배나 퀵 서비스 등은 최근에 나타난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고용형태와 관리방법을 적용할 수 없어서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안전보건 방식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번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배달종사자를 위한 안전보건 관련 내용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배달노동자의 업무를 보장하면서 안전보건도 확보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안전과 노동자 건강증진은 복지국가의 길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5년 내에 절반으로 줄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1,635천 명인데 이 중 취업자 수는 26,822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51.9% 차지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할 때 그 가족과 지역사회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가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사고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현장에 밀착하여 촘촘하게 관리가 이루어질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의 안전보건은 바로 나의 일이므로 우리 국민 모두의 일이다. 그러므로 산업안전과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 개선에 우리 모두 깊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라야 촛불시민들이 꿈꾸던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도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