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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삶 옥죄나…노동계, 제도 전면 전환 요구 집회

민주노총은 고용허가제 도입 21년을 맞아 전국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강제노동 철폐와 사업장 변경 자유,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현 정부의 이주노동 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 보장과 차별 없는 노동 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 “이주노동자는 노예의 삶” 잇단 참극, 제도가 낳은 비극적 결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전남 영암 돼지농장 자살 사건과 나주 지게차 학대 사건을 언급하며 “이주노동자 제도가 낳은 비극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브로커 착취, 열악한 주거 환경, 폭행, 사업주 종속 등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도 개선의 해답은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즉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그만둘 수 없어 괴롭힘과 차별에 침묵을 강요당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인종차별적 법제도 때문이라며,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모든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주노동 제도는 노동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임금체불과 산재 사망이 내국인보다 세 배나 많은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주노동자들의 절규, 한국 사회에 묻다

현장 발언에 나선 제조업 노동자 조코(인도네시아) 씨는 “E-9 비자로 왔지만 매일 모욕과 차별 속에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친구가 폭행을 당하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으나 사업장을 옮길 수 없어 결국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만들고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브로커에게 거액을 내고 왔지만 버려지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정부가 폭력적인 단속을 중단하고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이주노동자인 위말(스리랑카) 씨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맡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주노동자는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머물고 싶어 한다”며 “강제추방은 노동자의 삶을 짓밟고 산업현장에도 피해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E-7 비자 문제도 거론됐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조선업 현장에서 브로커를 통한 과도한 비용 요구, 불투명한 공제, 불안정한 고용 등이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주노동자에게 지옥”이라며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비자 정책으로 인권침해를 양산하지 말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법·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교육 분야 영어 강사 마이크 잭(미국) 씨는 “이주노동자들도 폭력, 학대, 임금체불, 차별적 고용허가제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기장 글로벌빌리지에서 교사 4명이 부당하게 해고된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가 고용승계를 법으로 명확히 하고, 이주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권리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노동자 께 라빈(캄보디아) 씨는 양평 농장에서 부당한 노동시간과 임금 미지급, 열악한 숙소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노동청에 신고해도 조치가 없었다”며 “농촌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무급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라빈 씨는 “노동부가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주노동자들이 용기 내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윤용진 씨는 “한국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미국 ICE보다 더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는 정주노동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자유로운 노동권을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허가제 도입 2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도의 근본적 한계와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제도를 탓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외침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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