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회사와 총수 일가는 사익보전 아닌 근본적 사업투자하라”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불황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지주회사가 본연의 임무인 사업회사를 위한 책임투자를 외면한 채 총수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고액배당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자본준비금 2조 여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상법상 자본준비금은 배당 재원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결손금 보전이나 자본 전입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지주가 사업 투자가 아닌 해당 배당정책을 추진할 경우 지주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의 이익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SK와 LG, GS, CJ 등 주요 지주회사들의 최근 3년 동안 평균 배당성향이 59.8%인데, 현대중공업지주의 70% 이상의 배당성향은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적극적 사업투자 및 배당정책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종합해보면 최근 3~4년간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업 불황을 겪고 있는데, 2015년 약 6만 7천 명에 달했던 현대중공업의 사내 하청업체 포함 직원 수는 2018년 8월 약 3만 2천명으로 감소했고, 하청업체들 또한 다수 도산했다.
이처럼 불황 극복 및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시기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및 사업을 재편하는 경영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8월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약 21%{=70%(배당성향)×30.9%(총수 일가 지분율)} 이상을 배당을 통해 얻게 된다.
실제 현대중공업지주는 배당 확대를 위해 오는 28일 자본준비금 2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국회의원들과 금속노조원 등은 “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에서 발생한 이익은 불황의 후유증으로 사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 회사의 사업투자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던 AS사업부문을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배하게 된 바 있다.
그러나 AS사업부문의 특성상 그 사업기회 및 역량은 애초에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창출한 것이지만, 본래 현대중공업에게 귀속되던 AS사업부문의 이익을 현대중공업지주가 모두 향유하게 됨으로써, 현대중공업은 AS사업부문의 수익을 통한 경영개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현재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설립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즉시 600여억 원(영업이익률 25%)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얻었다.
또한 2010년 현대중공업은 2조원 대 차입금 및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지분율 약 91%) 지위를 취득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창출한 이익이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의 심각한 침체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부를 지주회사에게 이전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을 취득한지 1년 만에 6,372억 원(당기순이익의 93%)이라는 막대한 액수를 배당했다.
게다가 2019년 상반기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최소 3조 원에 달하는 지분가치 상승 이익 취득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에 국회의원 및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현대중공업지주가 발표한 ‘자본준비금 2조 여원의 이익잉여금 전환’ 계획 및 총수일가에게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고액배당에 대해 재고(再考)할 것을 촉구한다”며 “나아가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와 총수 일가가 취득한 막대한 이익을 현대중공업 및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