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조 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계약과 관련해 이사회 보고 절차가 생략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감사장에서 한수원 측 관계자가 초기에는 이사회 보고를 주장했다가 이후 번복하는 과정에서 위증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이사회 패싱’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사업 계약 체결 전후 이사회 개최 여부를 질의했고, 전대욱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은 “(이사회에서) 설명한 적 있다”며 “4월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 직무대행의 이러한 답변은 불과 10일 전 한수원 실무자들이 권 의원에게 대면보고한 내용과 상충되어 논란을 낳았다. 권 의원이 “나중에 위증이 될 수도 있다”며 이사회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한수원 측은 정작 추가 질의 전까지 어떠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전 직무대행의 발언은 이어진 황주호 전 한수원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바로 반박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이 체코원전 계약에 대해 절차가 생략된 것이 맞는지 질의하자, 황 전 사장은 “이사회 보고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의무가 없어 생략했냐”고 재차 질의하자 황 전 사장은 “네”라고 답변했다.
■ 한수원 측, 국정감사 중 진술 바꿔 이사회 절차 누락 시인
보충질의에서 전 직무대행 역시 ‘이사회 패싱’을 인정하는 쪽으로 진술을 바꿨다. 권 의원은 26조 원 규모의 대형 사업임에도 계약 전후 이사회가 생략된 점을 지적하며, 주질의 당시와 진술이 다른 점에 대해 위증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에 전 직무대행은 “자료가 없다”고 답변하며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이사회 의결 및 보고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앞서 10월 10일 한수원 체코원전사업처 실무자는 권향엽 의원실에 이사회 보고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해당 안건으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대면 보고한 바 있다.
사업처는 이사회 상정 안건은 자금을 투자하는 사업에 관한 건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은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사무국에 문의했으나 규정상 이사회를 개최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3일 권향엽 의원실이 한수원 이사회 사무국 실무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이사회 사무국은 “이사회 규정 제5조 제24호에 의거해 부의해달라고 요청하면 이사회를 열겠다”고 답했으나, 사업처는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과거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돼
원전사업 계약체결이 이사회 보고사항이 아니라는 한수원 측의 주장과는 달리 과거 사례도 확인됐다. 한수원은 2022년 9월 23일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 계약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했으며, 한국전력공사도 2009년 12월 23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 계약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권향엽 의원은 “26조원 규모 사업에 대한 ‘이사회 패싱’한 것도 모자라 국정감사장에서 위증까지 했다”며 “산자위는 명백한 위증에 대해 고발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권 의원은 산업부의 자체감사를 실시하여 이사회 패싱과 관련해 한수원 체코원전사업처와 이사회 사무국 중 누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사실관계 규명과 상응하는 처벌을 촉구했다.
공공기관의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국정감사에서의 진술 번복은 사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관련 기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하고, 향후 사업 추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