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필드

노동·인권 전문지

사회·경제 주요 기사

한국타이어 산재처리 지연에 “치료는커녕 종결 통보”… 노동자들 “살인이다”

대전공장·금산공장 평균 수개월 지연… 재해자들 “일하다 골병 들었을 뿐인데”

■ 산재 신청 후 “처리 지연되다 종결”… 근로복지공단에 “말뿐인 대책 분노”

23일 국회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회의원들이 개최한 근골격계 산재처리 지연 피해 증언대회에서 한국타이어지회 노동자들이 장기간 산재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호소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평균 산재처리 기간은 각각 270일, 190일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치료 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되거나 승인 즉시 요양기간 없이 종결 처리되는 일이 반복됐다.

“우리가 죄를 지었다면, 열심히 일한 죄입니다. 나는 그냥 열심히 일만 했는데, 골병이 들었고, 산재 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불승인. 설령 승인을 받더라도 종결입니다.” 한 노동자의 증언이다.

■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살인”… 추정의 원칙·선보장제 도입 촉구

노조 측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지연의 심각성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2015년부터 산재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자, 2019년부터 산재처리 지연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왔다. 그러나 공단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 팀장, 부장, 지사장, 본부장과 수없이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말뿐인 대응뿐이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회의원들은 2025년 7월 23일 열린 근골격계 산재처리 지연 피해 증언대회에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산재 처리 지연이 이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신체적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심각한 처리 지연과 '승인과 동시에 종결'되는 황당한 사례까지 터져 나오며, 산재보험 시스템의 총체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사진=쳇GPT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회의원들은 2025년 7월 23일 열린 근골격계 산재처리 지연 피해 증언대회에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산재 처리 지연이 이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신체적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한국타이어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심각한 처리 지연과 ‘승인과 동시에 종결’되는 황당한 사례까지 터져 나오며, 산재보험 시스템의 총체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사진=쳇GPT

올해 공단이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단 측은 퇴직자들의 신청 증가를 지연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결국 퇴직자는 신청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산재처리지연은 우리 재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살인”이라며 “신속한 처리와 함께 추정의 원칙 확대 적용, 선보장 후평가 도입 등 실질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증언대회에서 산재 장기화의 심각성이 지적됐다. 장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산재처리 장기화는 2차 산재다”라며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업무상 질병 전체의 산재처리 기간은 2023년 평균 214.5일에서 2025년 6월 현재 255일까지 늘어났으며 , 특히 전체 업무상 산재 신청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같은 기간 146일에서 205.1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처리 지연은 노동자 개인에게 평균 400만 원이 넘는 진료비와 임금 손실이라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어, 아픈 몸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생계 위협에 직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노동자들은 자본이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면서 산재 신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공단 책임론과 유명무실한 ‘추정의 원칙’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산재처리 지연의 근본 원인으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주 이익 중심 업무 처리, 불필요한 중첩 절차, 실효성 없는 제도, 그리고 사업주의 고의적 방해 등이 지목됐다. 특히 신속한 산재처리를 위해 도입된 ‘추정의 원칙’은 업무 관련성이 높은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현장 조사를 생략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6월 기준 적용률이 3.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도입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부는 경영계의 반대를 이유로 원칙 확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선 의원은 2021년 금속노조의 문제 제기로 노동부가 약속했던 ‘근골격계 질환 산재 60일 이내 처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접수된 39,142건 중 60일 이내 처리된 건수는 12.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과정에서 재해조사 및 처리 기한을 법으로 명시하고, 기한 초과 시 보험급여를 우선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덧붙였다. 정혜경 의원 역시 ‘선보장 후평가’, ‘질병판정위원회 생략’, ‘추정의 원칙 확대 적용’ 등 구조적 개편을 촉구했다.

■ 생계를 위협하는 불승인 사례 속출

증언대회에서는 장기간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에서 24년간 취부 업무를 해온 박기수 씨는 어깨 통증으로 산재 신청 후 8개월 만에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여러 병원에서 상병을 확인받고 ‘직업관련성 매우 높음’ 진단을 받았음에도, 공단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의학적 소견과 달리 “상병 미인지”를 이유로 불승인했으며, 담당 직원의 업무 미숙과 감독자의 방치로 처리 기간이 지연되었다고 주장했다. 소득이 줄어들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돈을 빌려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르노코리아에서 19년 넘게 일한 정종훈 씨는 손목 통증으로 산재를 신청했으나 7개월 만에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정씨는 4곳의 병원에서 동일한 진단과 수술 권유를 받았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주요 상병명을 누락하고 “의학적 소견 상이”를 이유로 불승인 처리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산재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정상적인 임금을 받지 못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해야 했고, 자녀와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두산에너빌리티 사례에서도 어깨 충돌증후군으로 4~5개월간의 심사 끝에 불승인된 사례들이 소개됐는데, 공단은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퇴행성 질환으로 판단하는 모순적인 결과를 내놓았다고 비판이 일었다.

이러한 피해 사례들은 근로복지공단의 행정 착오와 부실한 심사 절차가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역학조사 및 산재 승인 대기 중 사망한 근로자가 149명에 달하는 등 , 산재처리 지연이 단순히 통계적 문제를 넘어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임을 시사했다.

LEAVE A RESPONSE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