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개 시민사회 및 노동 단체들이 모인 ‘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이 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미국과 함께 상병수당 제도가 전무한 유이한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자의 기본적인 건강권이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정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이 단순히 개인의 복지를 넘어, 노동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부터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할 필수적인 제도임을 역설했다.
■ 실효성 없는 시범사업…정부 본사업 계획도 ‘미흡’
정부가 시행 중인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연령, 국적, 소득 제한과 낮은 급여 수준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논의 중인 본 사업마저도 7일의 대기기간, 최저임금의 60% 보장, 65세 이상 적용 제외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은 상병수당이 보편적 권리가 아닌 특정 계층에만 적용될 경우,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및 가사노동자 등 취약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고, 소득 증명이 어려운 불안정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생계 위해 아픈 몸 이끌고 일터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제도적 보장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이 연차를 소진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하며 아픈 몸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도 도입과 함께 해고 금지 및 불이익 처우 방지 조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체 인력 지원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흥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더 이상 노동자들이 질병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 누구나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공동행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유급병가 법제화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한 상병수당 도입을 골자로 하는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ILO 기준 이상의 급여를 보장하며, 소규모 사업장 및 불안정 노동자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출범은 공식적인 행동 개시 선언으로, 앞으로 국회 토론회, 현장 간담회,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여론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유일한 국가로 남아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