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공의료 강화’가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산 없이 공허한 약속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누구나 건강할 권리 쟁취! 공공의료 확충 노동·사회단체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어디에 사느냐, 얼마나 버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의료대란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하며,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확충 없이는 의료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말잔치’ 비판 속, 구체적인 법·예산 확보 촉구
현재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료·지역의료 강화’와 ‘의료비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으나, 구체적 실행계획과 예산이 미비하여 “공허한 약속”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정기국회에서 건강권 강화를 위한 법·예산 논의가 지지부진한 반면, 영리플랫폼 중심의 원격의료 법제화와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은 속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본부장은 “누구나 어디서나 건강할 권리는 장관과 차관의 말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법과 예산에 우리의 요구가 담기도록 3일 전부터 국회 앞 농성장을 차리고 연대 단체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민들이 의료비 걱정 없이 응급실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예산·입법 과정에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의료원설립운동본부 원용철 상임대표는 “우리는 돈이 없고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받을 응급실이 없어 죽어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의료는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민간 중심 의료체계가 아닌 국가 책임 의료체계로 전환하고 공공의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 의료 붕괴 심각성 호소하며 ‘국가 책임’ 요구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분회 조중래 분회장은 “대구는 응급실 뺑뺑이 1위 도시인데 정부와 대구시가 대책을 내놨다고 해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응급실 뺑뺑이로 시민이 사망했고 살릴 수 있는 환자 사망률은 40% 증가했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부천시의료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조규석 상임대표는 시민들이 직접 조례 제정 서명을 통해 부천시의료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부천시가 설립 여부를 다시 설문조사하겠다며 시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부천시민과 끝까지 싸워 공공병원을 반드시 설립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원격의료 법안 통과를 강하게 비판하며, “원격의료는 20년 동안 대기업이 추진해온 의료민영화의 핵심이며, 이는 감시·통제로 이어지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의 의료민영화를 막아냈듯, 이번 정부의 의료민영화도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싸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으로 행진해 요구안을 전달하고 ‘실종된 공공의료를 찾는다는 내용’의 수배 전단 스티커를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를 공약했지만, “민간의료 지원 정책만 내놓고 있으며 지역·공공의료 강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필수의료 법안을 공공의료 확충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노동·시민사회의 절박한 요구가 더 이상 국정과제의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의료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 있는 정치권의 입법 및 예산 확보가 지연될 경우, 시민들의 건강권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