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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 조규석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지현 대표이사 사장[삼진제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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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보린’ 삼진제약, 전공의 대상 리베이트 의혹 수사… 오너 2세 조규석·최지현 경영 투명성 점검 계기 되나

삼진제약 조규석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지현 대표이사 사장[삼진제약 제공]
삼진제약 조규석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지현 대표이사 사장[삼진제약 제공]

해열진통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대학병원 전공의 대상 리베이트 제공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를 계기로 삼진제약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단순한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넘어 기업의 전반적인 윤리 경영과 재무 건전성까지 더욱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전공의 대상 리베이트 의혹…검찰 수사 본격화

서울북부지검은 최근 삼진제약, 국제약품, SK플라즈마 등 일부 제약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전공의들에게 회식비나 금품 형태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약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공의, 즉 수련 중인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제약업계의 마케팅 관행 전반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경찰서가 대학병원 출신 전공의들과 제약사 직원들을 불구속 송치하며 처음 드러났다. 이들은 2019년부터 수년간 ‘제품 설명회’를 빌미로 편의성 있는 회식비 등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았다. 초동 수사에서는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내부 신고가 국가권익위원회에 접수되면서 재조사가 이뤄졌고, 올해 3월 검찰로 재송치되며 수사가 본격화됐다.

■ 창업주 퇴임과 동시에 본격화된 ‘2세 체제’

삼진제약은 1968년 동갑내기인 조의환·최승주(1941년생) 회장이 공동 창업한 이래 오랜 기간 가족 중심의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2024년 3월, 조의환·최승주 두 창업주가 나란히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각각 221억1,174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회사 측은 이 중 급여는 3억4,400만 원, 퇴직소득은 217억 원 수준이라며, 재직기간(53년 4개월), 평균임금(1억 원대), 직급별 지급배수 등을 반영한 임원퇴직금 규정에 따라 산정했다고 밝혔다. 두 회장에게 지급된 총 보수는 442억 원이 넘는다.

현재는 조의환 전 회장의 장남 조규석 대표이사(1971년생)가 경영관리 및 생산을 총괄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차남 조규형 부사장(1975년생)은 영업 총괄을 맡고 있다.

최승주 전 회장의 장녀 최지현 대표이사(1974년생)는 영업·마케팅·R&D를 총괄하며, 차녀 최지선 부사장(1977년생)은 경영관리 본부장을 맡는 동시에 (주)인큐버스 대표이사직도 겸임 중이다.

2025년 3월 31일 기준, 조의환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2.85%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승주 전 회장도 9.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 일가가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쥐고 있는 ‘2세 체제’가 본격화된 셈이다.

■ 삼진제약, 지난해 순이익 2배 증가…“단기부채·자본 변동성 확대는 부담”

삼진제약은 지난해(2024년)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단기부채 급증과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재무 건전성 측면에선 부담 요인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진제약의 2024년 매출액은 3,083억 원으로 전년(2,921억 원)보다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6억 원, 당기순이익은 39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4.5%, 107.5% 늘었다.

당기순이익 급증에는 영업외 수익 확대와 일회성 비용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동부채는 1,591억 원으로 전년보다 10.1% 증가하며 유동성 부담이 커졌다. 단기차입금 확대 등으로 인해 비유동부채는 오히려 줄었으나, 전체 부채총계는 1,635억 원에 달했다.

자본 측면에서는 자본총계가 2,6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기타자본항목이 -487억 원으로 전년(-281억 원)확대되며 자본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는 보유 금융자산 중 공정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재무제표 주석에서 드러난 잠재적 위험 요인들

이번 검찰 수사와 함께 삼진제약의 재무 건전성과 투명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무제표 주석을 살펴보면 몇 가지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확인된다.

첫째, 관계회사 투자 손실 가능성이다. 삼진제약은 여러 투자 조합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얼머스Global Healthcare투자조합의 당기순이익은 2280만 원 손실, 메이슨켁터스 헬스케어 투자조합 1호는 48억3917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관계회사의 지속적인 손실은 삼진제약의 재무 성과에 잠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대규모 마일스톤 계약 및 행정처분 이력에 따른 재무 및 사업 리스크다. 삼진제약은 2023년 3월, (주)아리바이오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국내 임상 3상 공동진행 및 독점 생산·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총 1,000억 원의 마일스톤 지급 의무를 지며, 이는 국내 중견 제약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계약금 100억 원은 이미 지급되었으며, 향후 임상 성공 시 단계별로 △임상 완료 후 200억 원, △신약허가 시 300억 원, △상업화 단계에서 매출에 비례해 400억 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 외에도 별도 로열티가 책정돼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미국에서 진행 중이며, 국내 임상은 2023년 8월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환자 투약 개시는 미공개 상태다.

임상 실패 시 회수 불가능한 선급금 외에도 회계상 무형자산 손상차손 가능성, 재무구조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

더불어 삼진제약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식약처로부터 제조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24년 1월에는 25개 품목에 대해 1개월 제조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이는 직전년도 총매출의 10.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또한, 품질 부적합(붕해시험 미달)으로 2024년 11월 특정 제품(세란드정)에 대한 제품 회수 및 폐기 명령도 받았다. 반복적인 행정처분은 품질관리 리스크뿐만 아니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제품 판매 및 계약 신뢰성 확보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금융자산의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삼진제약이 보유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및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중 일부 비상장 주식 등은 ‘Level 3’로 분류된다. 이는 해당 자산들이 주식시장처럼 거래가 활발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이런 자산은 시장 가격이 없기 때문에, 회사는 자산의 미래 수익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방식(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해 가치를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환율, 이자율 등은 외부에서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다.

따라서 이처럼 주관적인 요소에 의존한 평가 방식은 시장 상황이 바뀌거나 추정이 달라질 경우 자산 가치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그만큼 평가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넷째, 단기 차입금 증가 추세다. 2024년 12월 31일 기준, 삼진제약의 단기 차입금은 910억 원으로, 전기(2023년) 755억 원 대비 증가했다. 단기차입금 외에도 유동성 장기부채와 리스부채 등 유동부채 전체의 장부금액은 1,544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1년 내 지급 예정인 현금흐름이 1,522억 원에 달해, 단기지급 부담이 크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는 기업의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 기업 윤리경영 및 신뢰도 하락 우려 증폭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삼진제약을 비롯한 관련 제약사의 윤리경영 실천 여부 및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약사법은 리베이트를 엄격히 금지하며, 의약품 시장의 공정경쟁 확보와 의료기관의 독립성 보호를 위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체적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사 책임 외에도 행정적 제재나 기업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지는 삼진제약 측에 리베이트 수사 관련 입장과 최근 재무 구조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이번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삼진제약의 지배구조와 재무 투명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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