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속에서도 울려 퍼졌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과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 3당이 공동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5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신공항의 위험성을 강력히 규탄하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가덕도가 지닌 생태적 가치와 항공 안전상의 문제점, 그리고 불투명한 경제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부의 무리한 사업 강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지난해 무안공항 참사 이후 부적절한 부지 선정의 위험성이 공론화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 생명 외면한 정책”…안전성·환경성 문제 제기
이날 집회에서 가덕도신공항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은 반려견 ‘탈핵이’를 안고 연단에 올라 가덕도 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이 무안공항의 353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최우선’ 원칙에 어긋난다”며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은 국토교통부가 과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안전성, 시공성 등 7개 부문 모두 기준 미달이라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시민의 삶과 경제를 나아지게 하기는커녕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가덕도의 원시림과 갯벌을 경제성도 안전성도 모순인 신공항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은 현 정부나 이전 정부나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소실과 인간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자신이 사는 태안의 서산공항 건설 추진 사례를 들며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신공항은 물론, 대한민국의 썩어빠진 정책들을 끝장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하며 전국적인 신공항 백지화 투쟁에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 진보정당 “개발 허상”…지역경제 발전론 반박
이상현 녹색당 대표는 가덕도에 공항 건설은 절대 안 된다며 “공항에 투여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지역 공공교통 개발, 순환경제 활성화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태사회 전환을 위한 신공항 저지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녹색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선언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신공항 사업을 “지자체장의 면피성 공약과 건설업자들의 짝짜꿍으로 나온 수많은 개발사업과 같은 하나의 허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실제 우리 삶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 많이 증명되었다”며 지역에 필요한 개발은 토목 건축이 아닌 정주 여건과 돌봄 여건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엄정애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현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올인’하는 이유를 “결국 정권의 실적 쌓기이자 취약한 영남권 지지 기반 확충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신공항 건설의 백지화가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신공항 건설을 막고 가덕도를 함께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예견된 중대재해이며, 생명의 터전인 가덕도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 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최근 현대건설의 부지 조성 공사 참여 포기는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