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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가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인력 충원과 과로 해소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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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인천공항, 인력은 그대로… “탑승교 노동자들 식사도 못 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가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인력 충원과 과로 해소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가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인력 충원과 과로 해소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가 인천국제공항 자회사들의 인력 부족과 과로노동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1월 3일,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부는 인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을 향해 연속야간노동 근절 합의 이행 및 적정 인력 충원을 시급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부는 인천공항공사가 2020년 자회사 노동자들과 합의한 ‘연속야간노동 근절을 위한 교대제 개편’을 이행하고, 4단계 확장 공사에 따른 적정 인력을 충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부는 공항 이용객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가 심각한 과로 상태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천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필수유지업무 78%’로 지정된 탑승교 운영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집중적으로 고발했다.

탑승교 운영 노동자는 공항에서 항공기와 여객 터미널을 연결하는 이동식 통로(탑승교, Passenger Boarding Bridge·PBB)를 조작·운영·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항공기 주기 위치와 기종, 기상 조건 등에 맞춰 탑승교를 정밀하게 접현(접속)하고, 승객의 안전한 탑승·하기를 지원한다. 또한 운항 일정에 따라 탑승교의 점검·위치 이동·이상 여부 확인 등의 유지관리 업무도 수행한다.

■ 살인적인 과로 실태

지부에 따르면, 152개 게이트에서 근무하는 탑승교 운영 노동자들은 새벽 4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탑승교 운영 노동자들은 기상 상태나 바람 방향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비행기 도착 시간과 주기장에 맞춰 ‘상시 대기’ 상태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행기 운항 앱을 주시하고 주파수 공용 통신 시스템(TRS) 방식의 무전기 소리에 상시 집중해야 해 식사조차 거르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또한, 항공기마다 다른 접현 각도에 맞춰 숙련된 기술로 탑승교를 접현한 후에도, 승객 전원이 탑승·하기할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어 실질적인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과로 상태는 인천공항 4단계 확장 공사로 게이트와 탑승교가 대폭 늘었음에도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 지부 측의 설명이다. 지부는 작년 5월부터 2개월에 걸친 현장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탑승교 운영에만 최소 65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는 9월 중순 신규 채용 절차에서 당초 29명을 채용하려던 계획을 돌연 5명으로 축소했다고 지부는 비판했다. 지부는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1월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자료에서도 4단계 증원소요를 반영한 운영자회사 인원 증가가 단 1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 합의 이행 촉구와 노조 입장

지부는 살인적인 연속야간노동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공사와 자회사 노동자들이 합의한 교대제 개편이 5년이 다 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탑승교운영지회 안일 사무장은 작년 7월 국회증언대회에서 “야간 근무 습관으로 쉬는 날에도 밤에 숙면하지 못하고 새벽에 자꾸 깬다”며, 이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과 심한 피로감을 증언한 바 있다.

지부는 부족한 인력과 연속야간노동이 노동자들을 과로 상태로 내몰아, 결국 시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탑승교사업부의 필수유지운영수준을 78%로 결정한 점을 언급하며, 이는 사실상 파업에 나서지 못하도록 묶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가나 연차 사용자조차 고려하지 않아 파업도 못 하게 할 만큼 필수업무로 판단했으면서, 정작 이들을 심각한 과로 상태로 내모는 것은 극심한 모순”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10월 27일부로 단식에 돌입한 지부 지도부는 “죽음의 공항을 멈추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인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을 향해 연속야간노동 근절을 위한 교대제 개편 합의 이행을 시급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주)의 채용 계획 축소와 공사의 미온적인 태도가 노조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공항 안전과 직결된 필수 업무 인력의 과로 문제는 장기적으로 공항 운영의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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