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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태안, 한국서부발전(주)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기계공작실) 현장답사 모습
사회·경제

태안화력 故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 책임 다하지 못해 죄송”

8일 태안, 한국서부발전(주)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기계공작실) 현장답사 모습
8일 태안, 한국서부발전(주)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기계공작실) 현장답사 모습

8일 정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향소를 찾았다. 국회의장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2일 오후 2시 28분경, 태안화력발전소 기계공작실에서 범용선반 작업을 하던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선반의 회전부에는 방호덮개나 방호울을 설치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 선반에는 비산되는 칩을 막는 덮개만 있었을 뿐 작업자 보호를 위한 덮개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원청인 한전KPS는 작업오더가 없는 임의 작업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조사 결과 작업 의뢰서 발행 및 하청업체 작업 승인 등 정상적인 작업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구두 요청 방식이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사고 현장 찾은 국회의장, 유가족 위로하고 재발 방지 약속

이날 정오쯤, 우원식 국회의장은 분향소에 도착해 헌화하고 유가족에게 위로 인사를 건넸다. 이후 분향소에서 최진일 대책위 상황실장으로부터 사고 경위 브리핑을 들었으며,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의 사회로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임원사무처 등이 동석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발전소 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해왔지만, 6년 전 김용균 특조위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6일 대통령실 앞에서 비서실장이 접수한 요구안에 대한 답변과 김용균 특조위처럼 유가족과 대책위가 참여하는 당정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8일 태안,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빈소를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추모 묵념 및 방명록 모습
8일 태안, 故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빈소를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추모 묵념 및 방명록 모습

■ 위험의 외주화 끊어야…과거 약속 이행 강력 촉구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김용균 특조위 당시 의장님께 노동자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7년 뒤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함께 일한 동지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며, 위험을 넘어 죽음을 초래하는 다단계 하청업체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당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회의 소임은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인데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특히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함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7년 전 김용균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원내대표로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중단하기 위해 태안에 온 적이 있다”며, 당시 대책위와의 합의와 특조위 구성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새 정부가 구성되는 단계이므로 논의 구조를 갖추고 진상 조사를 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책임 회피 태도 질타…2인 1조 근무와 특별근로감독 요구

분향소 내 간담회 이후 한국서부발전(주)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기계공작실) 현장답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작업대에서 사측과 노동부 대전청장은 “무슨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는지 모른다”, “비교적 안전한 작업이었다”, “1인이 할 수 있는 정밀 작업이었다”는 등 사고 경위조차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입장을 통해 “선반 작업은 고용노동부가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한 대표적인 작업이며, 고 김충현 씨 사고는 위험을 하청과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서부발전의 1차 하청회사인 한전KPS는 서부발전의 공장을 임대했고, 서부발전의 선반 기계를 사용 관리하였으며, 2차 하청 노동자인 고 김충현이 사용하다 사고가 났다. 이 사고의 책임이 서부발전이 아니면 어디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사고를 ‘예외’나 ‘개인 실수’로 치부하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국민을 기만하고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위험 업무 2인 1조 시행을 방치한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하며, “국회와 정부는 실천하고 책임져라. 제도와 법으로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 대책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5대 요구안 제시

대책위는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생존권이자 이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구체적인 법과 구조의 변화로 이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요구안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노조·유족 참여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원·하청 사과 및 유족 배·보상) ▲6년 전 약속 이행(한전KPS 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김용균 특조위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권고 이행, 노동안전을 위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및 경상정비 분야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현장 인력 확충 및 안전 대책(위험 업무 2인 1조, 관리 감독 사각지대 해소,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채우지 않는 인력 충원, 발전소 전체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실시) ▲발전소 폐쇄 관련 대책 마련(발전소 폐쇄 관련 모든 노동자 총고용 보장,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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