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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용혜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러 군사적 긴장은 더 높아져”

– 용혜인 “경제적 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이익마저 강화되는 상황”
– 용혜인 “국익을 대승적으로 침해하는 한미정상회담 연기해야”
– 용혜인 “민주당은 안보 위기를 방관말고 국회 결의안 등으로 정부를 압박해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혜인 국회의원이 20일(목) 오후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연기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결의안을 등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길 촉구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용 의원은 윤 대통령의 ‘인도적 지원,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할 수 없다’는 발언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의 원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중대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 군사 지원 압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안보 위험 증가라는 불이익에 대해 경제적 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이익마저 강화되는 상황”이라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미국은 한국 자동차 기업들을 미국 전기자동차 보조금 수혜 기업에서 원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적 이해마저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이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 안보라인 그 누구도 안보와 경제 모두 위기에 처하고 있는 현 국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대승적 결단’이란 이름 하에 한국의 경제 이익, 안보 이익을 대승적으로 침해하지 말고 회담의 방향과 내용을 재정비할 때까지 정상회담을 연기”할 것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현재의 안보 위기의 고조를 방관하지 말고, 국회 결의안을 포함해 가능한 압박수단을 총동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상임대표 기자회견문 전문>

적대국 만들어가며 국익 팔아먹는 한미정상회담, 멈추십시오

해외 언론 로이터에 19일 소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CIA의 대통령실 도청 파문으로 고조된 한-러 군사적 긴장을 추가적으로 높여 놓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또는 심각한 전쟁법 위반”을 전제로 “인도적 지원,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톤을 낮춘 대통령실의 해명과 달리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의 원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중대 발언입니다. 이번에는 ‘도청 폭로’도 아니고 윤 대통령이 직접 국가수반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발표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선 이 발언은 한미정상회담을 직전에 둔 시기에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한 미국의 사전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이고, 미국의 요구에 따른 발언이라면 그만큼 구속력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시라도 지켜야 할 인륜과 인권의 가치를 강조하는 원론적 발언이 아니라 언급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대외적으로 군사 지원 압력에 놓이게 되는 발언이라는 점입니다.

이 발언이 CIA의 대통령실 도청 자료 공개 파문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최종 사용자’로 하는 한국군 보유 155mm 포탄의 대량 외부 유출이 확인된 이후에 나왔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이 도청 문서의 공개 파문만으로 한국군의 살상무기 제공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해왔던 러시아의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적대성은 전보다 비할 바 없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위기는 더 큰 위기로 덮겠다는 전략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고 군통수권자의 추가 발언이 군사적 적대를 완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전된 것입니다.

러시아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외교부는 “적대행위로 간주”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에 손에 있는” 상황을 들며 위협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어제 19일 동해에서 장거리 전략미사일 폭격기 등을 대거 동원한 훈련을 전개했습니다. 첨단 핵공격 능력을 갖춘 대규모 군사 훈련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적대행위”에 대한 특별한 무력시위로 해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안보 비용과 위험을 더욱 높이는 러시아의 일반적인 전략 대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북-중-러 안보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공언해왔던 대로 북한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기존 한국의 대러시아 투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 경제적 보복은 우선적이고 쉬운 검토 대상이 될 것입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직전에 두고 미국은 이미 회담 전에 선물을 받고 우리나라는 대러시아 안보 비용과 안보 위험을 높인 대가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안보의 가치와 경제적 실익은 비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경제적 실익이 크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근본에서 위협하는 안보 불이익이 교환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안보 위험 증가라는 불이익에 대해 경제적 이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이익마저 강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미국은 한국 자동차 기업들을 미국 전기자동차 보조금 수혜 기업에서 원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우리가 얻어내야 한다고 마땅히 기대했던 것은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진 회담이 될 거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압력에 의해 살상무기 불지원이라는 정책 변경의 결과는 도미노 효과를 낼 것입니다. 이번에는 포탄이었지만 다음에는 미사일, 전투기 요구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우크라아나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NATO 국가들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있는 전투병 파병을 한국에 요청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NATO 가입국들도 이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재정과 무기가 바닥나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 공백을 메울 대체 국가로 가장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통해 동맹국들의 경제적 이해마저 침해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더 비극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 안보라인 그 누구도 안보와 경제 모두 위기에 처하고 있는 현 국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한일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여론은 개의치 않고 대통령 홀로 ‘대승적으로 결단’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승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구성원은 대한민국의 국민인데도 윤석열 정권은 위기를 가중시키려는 타국의 정상들에게 어떠한 것이든 양보하느라 정신이 없는 실정입니다.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이미 동맹이 아닙니다. 현실의 필요와 제약으로 동맹을 유지·관리하는 것과 동맹을 절대선으로 간주하고 추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외교 안보정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안보 이해에 들이닥친 재앙 그 자체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윤석열 정부에 다시 요구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유의미한 국익 성과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승적 결단’이란 이름 하에 한국의 경제 이익, 안보 이익을 대승적으로 침해하지 말고 회담의 방향과 내용을 재정비할 때까지 정상회담을 연기하십시오. 이 재정비도 일방적 독주가 아니라 국회, 국민과의 소통과 논의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회에도 요청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이 한-러 관계와 동북아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대원칙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국회의 입장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전통을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재의 안보 위기의 고조를 방관하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 사태는 심각합니다. 국회 결의안을 포함해 가능한 압박수단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당면한 위기에 야당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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