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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2025년 6월 9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전기직 노동자 산재 사망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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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전기직 노동자 죽음 1년, 재발 방지 대책 ‘오리무중’

2025년 6월 9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전기직 노동자 산재 사망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5년 6월 9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전기직 노동자 산재 사망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비통함 속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은 지난해 6월 서울지하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발생한 전기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산재 사망 1주기를 맞아 마련됐다. 노조는 경영진의 책임 규명과 수사 당국의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과 조합원들은 연신내역 전기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 1년 전 비극의 책임, 여전히 ‘오리무중’

지난 2024년 6월 9일 새벽 1시 36분,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전기설비 정비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감전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고인은 배전반 내 색상표시 정비 도중 급전 상태의 단자에 접촉해 변을 당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시 40분경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발생 직후 노동조합은 즉각 긴급 작업중지권을 발동하고, 서울교통공사의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연이은 기자회견과 고발 조치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측은 사고 책임을 고인의 과실로 돌리거나 말단 직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2,4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고, 핵심 경영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이에 조합과 유족은 2024년 8월,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 주요 책임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경찰은 현장소장 1인에 대해서만 송치 결정을 내렸고, 공사 사장 등 주요 인사에 대해서는 ‘불송치(각하)’ 처분을 내리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검찰 수사 지휘에 따라 사건 처리 기간을 연장하며 여전히 수사 의견서를 검토 중이다.

■ ‘구조적 산재’ 지목, 책임자 처벌 목소리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박남선 변호사는 이번 사망 사고를 명백한 ‘구조적 산재’로 규정했다. 그는 “공사는 이중화 개량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210여 개 전기실을 방치하고 있었고, 감전 위험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도 인력 충원 없이 단독작업이 지속되었다”며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명백한 위반이며, 전자석 도어락 설치 비용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재해 예방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가 이번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안전 인력은 계속 줄어들고, 노동자들은 보수교육조차 받을 시간 없이 일하고 있다”고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 사고는 필연이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책임자를 기소하는 것이 단순한 응징을 넘어 안전한 조직문화를 위한 성찰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며 실질적인 기소와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동료의 외침, 안전한 일터 향한 염원

김태균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동료를 잃었다. 고인은 세 아이의 아버지였고,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고는 노동자의 실수가 아니라, 공사가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 구조적 산재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도 사측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말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2, 제3의 산재는 반드시 또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노동부와 검찰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명확한 책임자 처벌을 통해 경영의 책임성과 일터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반복되는 무책임, 구조조정의 그림자

현재까지 연신내역 감전사고와 유사한 위험을 가진 전기실 개량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구조조정 압박 속에 인력 충원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상황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실상 무력화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조합원들은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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