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외면, 악랄한 불법 추심… 금융소비자연대, 정부에 칼날 겨눴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가 21일 오후 2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불법 사금융·불법 추심 상담신고센터(불불센터)의 지난 한 달간 활동 보고와 상담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불센터는 지난 3월 5일 출범 이후 접수된 다양한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들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익명의 불법 추심 피해자 ㅈ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김성근 롤링주빌리 간사를 통해 전달되었다. ㅈ씨는 고금리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후,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이자를 갚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채무 요구에 고통받고 있었다. 심지어 사채업자는 연체를 빌미로 지인들에게까지 연락하겠다는 협박을 일삼았고, ㅈ씨가 신용회복을 위해 진행하던 채무조정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김 간사는 국가가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 장치와 지원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 불법 사금융 피해 실태 심층 분석
김미선 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은 불불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들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충격적인 실태를 드러냈다. 상담자 중 60% 이상이 30대 이하 남성이었으며,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기존 금융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어, 실직과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이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이었다.
피해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일주일 간격으로 13건이 넘는 사채를 이용했으며, 사채업자들이 요구한 살인적인 이자율은 법정 최고 이율의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불법 사채를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고, 최근에는 전화번호 대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이용한 협박이나 지인 유포 등의 새로운 형태의 불법 추심이 등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불법 사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의심스러운 ‘솔루션’ 업체들까지 나타나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는 실정이었다. 김 고문은 50만 원이 없어 불법 사채를 이용한 피해자에게 원금 변제를 안내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제도적 허점과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통해 현행 제도의 미흡한 점과 공권력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한 피해자는 불법 추심의 고통을 호소하며 경찰서를 찾았지만, “이걸로 뭘 신고하려고 하느냐”는 냉담한 반응에 좌절해야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10만 원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여러 명의 불법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게 되었고, 이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좌번호를 신고하려 했으나 경찰은 연락처를 모른다는 이유로 수사를 거부했다.
강 이사는 불법 사채업자와 솔루션 업체, 불법 대포통장 운영자에 대한 즉각적인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 강력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더불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보호 시스템의 전면 개편, 공공기관의 피해 구제 실적 투명한 공개, 인권 침해적인 불법 추심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및 처벌 시스템 마련, 그리고 ‘불법사금융피해대응조치센터’ 등 사칭 유사 기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경찰의 책임 있는 대응과 함께 2차 피해에 대한 조사, 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 지적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정부가 입법 예고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초고금리 대부 계약 무효 기준 완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행 대부업법은 최고 이자율의 3배를 넘는 이자율로 체결된 대부 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이미 해당 수준의 이자율을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과도한 수준으로 판단하여 채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명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무효 기준을 최고 이자율의 5배로 완화하려 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이는 국회의 입법 취지를 명백히 훼손하고, 사실상 고금리 대출을 일부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위 법률에서 이미 3배 초과를 무효 기준으로 결정한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단순히 해외 사례만을 들어 기준을 후퇴시키는 것은 기존의 숙의 과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우리나라 불법 사채와 불법 추심의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시행령 역시 상위 법률에 명시된 대로 최고 이자율의 3배를 초과하는 대부 계약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불법 사채와 불법 추심이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 더욱 교묘하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수사 의지,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불법 사금융 시장의 경제적 유인을 약화시키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마련을 촉구하며,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대포통장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으나 부당하게 거부당한 사례를 지적하며, 불불센터를 통해 접수된 대포통장 정보에 대해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