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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가짜석유 암행 단속하는 비노출차량 알고보니 노출차량”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비노출검사차량 차량번호 공개돼
권칠승 의원 “가짜석유업자에 단속정보 미리 알려준 셈”

자료=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가짜석유와 정량 미달 법정 단속 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 업무용 차량 번호가 모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짜석유 암행감찰 등에 활용되는 비노출검사차량 번호도 포함돼 있어 그 동안의 단속이 모두 ‘헛수고’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에너지 전문신문 지앤이타임즈에 제보된 내용을 공동 확인한 결과,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124대의 업무용 차량의 종류와 연식, 검사장비 탑재 현황, 사업자번호 등이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차량 번호도 기재되어 있었는데 이를 테면 ‘(가짜석유 또는 정량 미달 등을 점검하는) 검사장비 장착 2011년식 YF쏘나타2.0의 현 차량 번호는 28더XXXX, 직전 번호는 40러YYYY’라는 식의 형식으로 모든 업무용 차량 정보가 담겨져 있었다.

이 중에는 석유관리원 단속에 대비해 이중 저장탱크 등을 설치해 놓고 가짜석유 등을 판매하는 지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암행검사를 수행하는 비노출검사차량 관련 정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관리원이 업무용 차량에 대한 보험 입찰 용도로 작성한 자료로 보이는데, 2013 년부터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비노출검사차량은 정량 검사 용도가 15대, 가짜석유 등 품질 검사 관련 차량이 13대 등 총 28대에 달한다.

‘비노출검사차량’ 은 주유소 등 석유판매사업자들이 불법 행위 단속 차량이라는 점 을 인지할 수 없는 일반 차량에 가짜석유 식별기나 정량 미달 판정 장치 등을 탑재 하고 주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불법 행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차량으로 보안이 생명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관리원은 비노출검사차량의 번호 노출 등을 우려해 분기 1회 이상 또는 필요시 수시로 차량 번호를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홈페이지에 차량 정보 가 노출된 이후에도 28대 중 최소 6대 이상의 비노출검사차량이 상당기간 공개된 번호로 운행됐고 주로 수도권 남부본부와 충북본부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실에서 차량등록원부와 대조한 결과 석유관리원이 차량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린 시점은 2016년 12월 13일이지만 그 이전에 등록된 차량이 4~5개월 이후인 2017년 3월 말까지 차량번호가 안 바뀐 상태로 운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 노출한 이후에도 비노출검사차량의 번호를 즉각 일괄 교체 하지 않고 운행하며 단속 현장에 투입한 것.

이런 가운데 석유관리원의 비노출검사차량의 가짜석유·정량미달 적발 실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3년에 2,232업소를 암행 감찰해 38건의 가짜석유·정량미달을 적발한 이후, ‘14년 3,152업소 검사에 28건 적발, ‘15년 3,936업소 검사에 58건 적발, ‘16년 5,275업소 검사에 22건 적발, ‘17년 8월 현재 2,866업소 검사에 11건 적발로 검사 대상 업소 수는 매년 늘어나지만 적발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편, 단속차량 정보는 불법 사업자에게 ‘돈’ 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음.

석유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짜석유 제조, 유통 사범들은 비노출차량은 물론 석유관리 원의 일반 단속 차량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07년, 00광역시에서는 가짜석유 제조, 유통 사범들이 석유관리원 이 운행하는 검사 차량 4대의 정보를 확인하고 위치탐지기를 장착해 동선을 파악하며 단속에 대비하다 적발된 바 있다.

또 석유관리원 28대 비노출검사차량의 차량번호가 변경돼도 맘만 먹으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노출된 사업자번호만을 이용하더라도 보험업계에서는 바뀐 차량번호를 알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물론이고 보험모집대리점에서도 사업자번호만으로 해당 기업이 보유한 차량의 현재 번호를 포함한 각종 정보 열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면서 불법 열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보험 조회인에 대한 코드번호나 기록은 남지만 석유관리원이 공개한 차량내역서 자료를 근거로 비노출검사차량의 변경된 차량번호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은 열려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번호 열람은 소규모 보험대리점에서도 가능한데 불법적인 의도로 검색하겠다면 퇴사한 보험모집인의 ID 등으로 검색해 유출 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노출검사차량의 차량번호가 석유관리원 홈페이지에 노출돼 있다고 제보한 00 주유소 사업자는 “정상적으로 정품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짜석유 유통 등 불법 사업자들도 이미 확보 하고 활용 중일 것이 분명하다” 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의원은 “석유관리원 업무용 차량 번호가 주유소 사업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가짜석유 제조, 유통업자들에게도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며 “석유관리원 차종과 차량 번호 등의 정보 노출은 불법 사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나 마찬가지” 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안일한 대처는 석유관리원의 단속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야 하며 석유관리원은 바로 즉시 비노출검사차량 뿐 아니라 일반 업무용 차량에 대해서도 엄격한 보안 관리에 힘써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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