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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비리 폭로 故 문중원 기수 사망 99일만에 장례

대책위와 마사회, 부산경남 기수 죽음 재발방지 대책 등 합의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故 문중원 기수의 장례가 사망 99일 만에 치뤄지게 됐다.

문 기수의 유족 측과 한국마사회가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 방지안’에 합의하면서다. 하지만 문 기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과제로 남게 됐다.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장례는 문 기수가 사망한지 99일만이며, 정부서울청사 옆에 그의 시신을 두고 시민분향소를 설치한지 71일만이다.

시민대책위와 마사회간 합의서에는 ▲연구용역 ▲책임자처벌 ▲제도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마사회는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의 배경 및 현황분석, 경마관계자의 계약관계와 업무실태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 실행 가능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마사회는 문 기수의 사망사고 책임자가 밝혀질 경우, 형사 책임과 별도로 마사회 인사위원회에 면직 등 중징계를 부의하기로 했다.

마사회는 경쟁성 완화, 차별금지, 건강권, 조교사 개업심사, 기승계약서 표준안, 기수면허갱신제도 보완, 소득안정 등의 분야에 대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마사회는 평소 조교훈련에 충실히 참여하고, 경주 기승횟수가 월8회(주2회)를 충족하는 부경 기수의 월평균 소득이 세전 300만원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또 가장 문제로 지적돼 온 조교사 개업심사(마사대부심사) 과정에서의 심사 기준을 개선한다. 마사회 내부인사와 친한 특정 조교사 등이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공정하게 먼저 개업심사를 통과한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외부위원 수를 내부위원보다 늘리고 위원장은 외부위원이 맡게 된다. 동점자 발생시 면허취득과 경마활동 경력 순으로 우선권이 부여된다.

특히 면허취득경과기간은 30점, 근속 10점, 수탁능력 40점의 정량평가 기준이 추가로 도입된다.

그밖에 마사회는 조교사에게 부당지시 금지, 기수 권익 보호가 명시된 기승계약서 표준안을 제시하고, 조교사와 기수간 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키로 했다.

마사회는 유족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장례지원·경마관계자의 위로금 모금 등 위로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그동안 시민대책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문 기수는 마사회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타지 못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알렸고, 마사대부 심사 비리 때문에 그는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29일 ‘말을 대충타라’는 등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마사회의 묵인, 마사대부 심사과정의 비리 등을 고발하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교사 개업은 마사대부심사를 통해 조교사에게 마방(마구간)을 임대한다. 마사대부는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 마방을 배정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문 기수는 2015년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뒤 두 차례 마사대부심사에 응모했다.

마사대부 심사위원은 마사회 내부인사 5명, 외부인사 2명으로 구성됐다.

평가는 정량평가 80점과 정성평가 20점으로 이뤄졌다. 정량평가는 마주로부터 받은 관리위탁 의향서를 받고, 근속기간을 채우면 됐다.

문제는 정성평가였다. 면접을 통해 사업계획이나 경마산업 이해도, 노무관리 방안 및 인성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었다. 주관적인 평가 항목이라 친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

고인은 조교사 면허를 따고도 5년간 마사대부 심사에서 탈락했다.

합격자 2명이 조교사 면허를 취득한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아 불공정 심사 의혹이 일었다.

부산 경마장엔 조교사 자리가 나올 때마다 이번엔 누가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돈다. “부산경마본부 모 간부랑 매일 술 마시고 밥 먹는다”거나 “모 간부랑 15년 지기”라는 식으로 특정 조교사가 거론된다.

2018년 두 자리가 생겼을 때 모 간부와 친한 조교사 2명이 소문에 거론됐고 합격했다. 2019년 6월 1명 공고가 났을 때도 조교사 1명이 거론됐다.

공고 직후 ‘예비 발탁’이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한 자리가 더 늘자 또 다른 조교사가 ‘간부와 아주 가깝다’며 언급됐다. 이 2명이 합격했다. 4명 모두 특정 간부와 깊은 친분이 있었다.

그는 유서에서 “면허 딴지 7년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들한테 먼저 주는 이런 더러운 경우만 생기는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중략)…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라고 썼다.

2005년 이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문 기수 포함 7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사회의 책임을 묻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며 유족과 시민사회·노동계에서 문 기수의 장례를 미뤘다.

지난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책위는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에 돌입했지만 서울 종로구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이유로 농성천막을 철거했다.

지난 4일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씨가 무기한 단식농성, 동료 노동자와 활동가들도 동조단식에 들어가며 문 기수 죽음 100일(3월7일) 전에 마사회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문중원 기수 장례는 노동사회장으로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7일부터 진행하고 발인은 오는 9일 오전에 한다.

7일과 8일 각각 오후 6시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고, 9일 오후 2시 부산 경마장에서 노제가 있을 예정이다. 장지는 양산 솥발산 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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