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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마침내 가계 빚 족쇄 풀리나

문명순(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금융 전문가)

10월 24일, 적극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첫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되었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돈줄을 조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자는 게 골자다.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구체적 대응방안으로 3대 정책목표와 7개 핵심과제를 담고 있다. 정부는 3대 정책목표로 ①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 ②총량 측면의 리스크 관리, 그리고 ③구조적 대응을 설정하고, 7개 핵심과제로는 ①가계부채 차주 특성별 지원, ②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신설, ③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상담 활성화, ④거시적 차원의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⑤가계부채 증가 취약 부문에 대한 집중 관리, ⑥가계소득 및 상환능력의 제고, ⑦인구구조 변화 대응 및 가계 중심 임대주택시장 개선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차주별 맞춤형 접근을 통해 위험요인을 해소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연착륙과 종합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거시 경제적으로는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가 가계의 상환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소비 여력의 위축과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대응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채 잔치는 과연 끝나는가?

높은 가계부채는 가계 소비의 위축을 초래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을 발목 잡는 큰 족쇄이다. 역대 정권들이 가계 빚으로 성장을 떠받치는 ‘부채주도 성장’에 나서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누적된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

최근 2년간 가계부채는 금융완화 기조와 주택시장의 호조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과 취약부문(제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왔다. 2015~16년간 연평균 129조 원의 증가세는 2006년 이후 연평균 60조 원이 증가하던 과거 추세의 2배를 상회했다. GDP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도 해외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는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95.6%인데 비해 OECD 평균은 70%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79%인데 비해 OECD 평균은 135%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총량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비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가처분소득 대비 179%까지 치솟은 가계부채의 비율을 15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의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돈줄 죄기 정책이 맞물리며 초저금리에 기댄 부채 잔치도 이제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전방위적 돈줄 죄기’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투기성 가계대출’을 조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채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주범이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이라고 진단했고, 그래서 ‘빚내서 집 사는 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취약 차주에게 맞춤형 지원을 함으로서 연체의 악순환을 사전에 방지하고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기수요를 줄이고 대출의 질을 높여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려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비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자금줄을 죄면 그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그래서 가계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대출 수요가 줄지 않고 신용대출이나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옮겨 가게 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소득주도 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그 실효성이 낮아지게 된다.

가계부채의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 즉 금융, 부동산, 소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획기적 해결책의 모색이 쉽지 않고 단기간 내의 해결도 곤란한 측면이 많다. 특히 금융 측면만을 고려한 단편적 접근으로는 문제의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의 금융적 해법 이외에도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강화, 주거복지 확충, 교육개혁 등을 총망라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빚내서 집 사는 시대는 끝나는가?

지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투기조장 정책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는 가계 빚의 주범인 집단대출을 정조준 했고 DTI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초강력 DSR 시행으로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빚을 관리하면서 다주택자들의 추가 대출을 사실상 차단했다.

내년 1월부터는 차주의 소득과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을 더 정확하게 반영한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시행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상환 부담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된다. 주택담보대출을 1건 보유한 가구는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DTI 30%를 적용받는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갭 투자를 통한 임대업 진입을 어렵게 했다.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내년 3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연간 임대소득이 이자비용을 확실히 초과하는 지를 따지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도입해 참고지표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다주택자가 임대를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516만 가구 중 79만 가구만 등록된 임대주택이며 나머지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채 어떤 규제도 받고 있지 않다. 다주택자가 정부의 임대업자 대출 규제 강화를 지켜보는 가운데 자발적인 등록을 유도하려면 강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도록 권유를 하고 팔지 않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시한을 정해 놨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대응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주택연금의 활성화로 고령층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소득 안정과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고,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2022년까지 OECD 평균 수준 이상의 공적임대주택 비율(현행 6.3% → 9%로 상향)을 달성하기로 했다. 이런 주거복지 로드맵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주택 사다리 5대 정책’의 핵심 내용들이 상당부분 세부 추진과제로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 경기에 기댄 경제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최후의 보루’로 아껴둔 보유세 카드도 꺼내들어야 할 것이다. 초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6월말 521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반년 만에 40조 원 이상 급증했다. 자영업 차주는 160만 명인데, 1인당 부채는 평균 3억3천만 원에 달한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의 핵심 뇌관이다. 선진국의 자영업 비중이 5~7% 수준이고 OECD 평균도 15%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나 된다. 그리고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은 30%대에 그치며,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살아남는 업소는 5곳 중 1곳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생존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자영업자 대출은 2012년의 355조 원 이후 50%나 급증했지만 그 동안 통계나 규제 측면에서 사각지대였다. 가계 측면과 사업자 측면이 혼재한 탓이라지만, 2013년 2월 금융감독원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감독 방안’ 발표 이후 4년 동안 통계나 후속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뒤늦게야 금융감독원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앞서 자영업 대출의 실태를 분석했다.

금융권 대출 521조 원을 보유한 자영업자 160만 명 중에서 특히 연소득 3천만 원 이하의 생계형 자영업자 48만 명이 위험하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한해 1천600만 원을 벌지만 부채는 8천만 원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취약 차주 18만 명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그래서 금감원은 최근 “소득과 상환능력이 낮고 금리 상승에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 빚의 질적 구조를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번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1조 2천억 원 규모의 ‘해내리 대출’ 등 자영업자 대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것도 기존의 대책을 답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수경기의 침체 속에 금리까지 인상되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우려가 있다.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 전용차선제

김동연 부총리는 서민지원센터 일일 상담사를 체험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 홀어머니가 4형제를 키우느라 빚을 많이 져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 부총리는 “채무상환 불능에 빠졌지만 용기를 내서 찾아온 분께 채무조정 안내를 해드리니 ‘재기해야겠다는 힘이 생겼다’고 하더라며,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이 주눅 들지 말고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를 위한 서민 정책자금 확대와 채무 조정 등 맞춤형 지원책을 내놨다. 연체 위험을 관리해 신속한 재기를 돕도록 하고 과도한 대출 금리의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대출금리가 1% 오르면 추가 이자 부담만 9조 원에 달하고 고위험 가구는 6만 가구나 증가한다.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여파로 국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위험 가구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다중채무자 388만 명과 부실위험가구 126만 가구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취약계층의 연체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원금상환 유예, 연체부담 완화 및 경제적 재기 지원에 주력하고,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금융 컨설팅을 강화하는 등 ‘차주 특성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취약계층이 보다 쉽게 금융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서민금융 상담기관과 고용복지 플러스 센터 간의 연계도 강화해 채무 조정과 함께 가능한 복지서비스, 일자리 지원 등의 종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이런 조치들은 필자가 평소 강력히 주장해온 ‘서민금융 전용차선제’와 취지가 같은 것이다. 서민금융 전용차선 제도는 버스 전용차선을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편익을 제공하듯이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금융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이것이 내수 진작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편익을 가져다준다.

가계부채 해결은 가계소득의 증대가 답이다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인구가 25%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다. 돈을 벌어도 가처분소득을 줄여 빚 갚는 데 써야 하니 소비를 못하고 내수절벽이 되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근본적으로 부채상환 능력이 제고돼야 풀 수 있다.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가계는 현재 소득이 빚을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므로 정부가 구조적 대응책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소득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부채주도 성장을 끝낼 가계부채의 근원적 해법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 바로 ‘주거 복지’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주택시장의 유통 질서가 흐려져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돈 버는 사람들 따로 있고, 렌트푸어,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등 빚 때문에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경제성장의 결과를 왜곡시켜온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구조적 대응 방안들이 포함되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세제·금융·조달·인허가 등 주요 경제정책 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청년·여성 등 일자리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생애맞춤형 소득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자산 형성 지원 강화 방안과 주거·의료·교통·통신·교육비 등 핵심 생계비 절감 방안 등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가계소득 확충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여 소득분배를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빚을 제 때 잘 갚을 수 있도록 가계의 소득 기반을 튼튼히 하고 상환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가계의 상환 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부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소득보다 더 빨리 늘어나면 가계부채는 언젠가 터질 뇌관이 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과 이번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데다 임박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여파는 그 폭과 강도가 어찌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는 금융시스템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빚으로 집을 사서 돈 버는 시대’를 마감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만 빌리는 시대’를 열 종합 처방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후약방문식 가계부책 대책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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