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복지국가에서 경제 성장의 해법 배워야!

고영인(복지국가소사이어티 복지정치위원장, 민주당 안산단원갑 지역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북유럽 3개국을 순방했다. 일반적으로 북유럽 국가에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5개 나라가 속한다. 이들 국가 중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을 방문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멀기도 하고, 특히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한국 대통령 최초의 방문이고, 핀란드는 노 대통령 이후 두 번째이기에 우리 국민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국빈 방문인 셈이다. 지금 국내에 많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왜 하필이면 이런 때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방문을 결정했을까?

문재인 정부 전반기의 경제 성적 평가와 최근의 경제 상황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 3개 국가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라들이다. 정부는 ‘혁신’과 ‘평화’가 이번 방문의 핵심이라고 발표했는데, 둘 다 중요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번 방문은 ‘혁신’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혁신적 경제 성장은 이들 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기도 하고, 또 현재 우리나라가 원하는 가장 절실한 관심 분야가 바로 혁신 성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북유럽 방문에 대규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경제 사절단이 동행한 데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국내적으로 경제 위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 성장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더 그렇다. 그렇다면 이번 국빈 방문에서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서 무엇을 배우고 돌아와야 할 것인가? 어떤 것을 우리나라에 중점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먼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상황 인식을 공유해보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에 기반을 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해 나라 경제가 엉망’이라며, 연일 공격적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고용 증가율의 감소, 실업률 증가 등 몇 가지 부정적 지표를 무기 삼아 정부·여당을 향해 경제가 회생 불능인양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전면에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 논란이 이어지자 다소 수세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야당 측의 반박도 이어졌다. 홍종학 중소기업부 장관은 지난 2월 7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대 정책이 정부 출범 1년 9개월이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우리나라 수출이 6천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무역 규모(수출과 수입의 합계)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민간 소비 증가율(2.8%)과 소매 판매액 지수 증가율(4.2%)이 모두 2011년 이후 최대이고, 저임금 근로자(임금이 중위임금 근로자의 3분의2 미만인 근로자) 비중이 23%에서 18%로 줄어든 것은 한국 경제가 견고하게 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6월 2일자 경향신문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명확히 확인할 자료가 없다. 고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제조업 충격이다. 즉, 작년에 있었던 군산 한국GM 공장의 철수와 같은 사례처럼 제조업의 불안정성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언론의 가짜뉴스도 문제다. 일부 언론이 올해 초 50대 실업자가 역대 최대라고 발표했을 때 50대 취업자도 최대였다”라고 강변했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선다. 야당이 정파적 의도를 가지고 경제의 몇 가지 부정적 지표를 과장하고 왜곡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 정책의 공공일자리 창출이나 18만 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료개혁 및 각종 사회수당의 도입 및 인상으로 인한 소비력 증가의 긍정적 측면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중소기업가나 자영업자들에게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최근 미·중 간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환경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 걱정스럽게 만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6월 12일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가 있다.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얘기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6월 7일 “성장세의 하방 위험이 커졌고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정부 측에서도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현재까지의 정부 정책 기조를 점검하고,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적 대책과 당면한 긴급 처방 대책을 구분·수립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포괄적 상위 전략인 ‘혁신적 포용국가’가 지금 강조돼야 할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저성장-저임금-소비위축-투자위축-장기저성장의 악순환을 타개할 목적으로 채택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소득주도성장은 개개인의 임금 상승만을 애기하는 게 아니다.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복지를 통한 사회임금 증대 등 가계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빛을 보기도 전에 ‘최저임금제’에 대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이 드세졌다.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격이 더해지면서 경제 개혁 정책의 안정적 추진이 발목 잡히는 형국이 됐다.

정부는 경제 위기 논란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선적 단기 처방으로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크게 보면, 돈을 시중에 푸는 것과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이었다. 대기업 투자, 고용 유도,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라는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해 투자를 늘리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는 2019년 들어서 SK가 10년간 12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발표를 이끌어냈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전국에 24조 원 규모의 SOC사업이 조기에 집행되는 결과들을 가져왔다.

대통령의 민생 행보와 위와 같은 경기부양 정책은 ‘민심 안정’과 경기하강 완화를 위한 응급처방책으로 불가피한 측면과 함께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고 사람들을 더 고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창출의 가능성이 보여야 사람도 뽑고 투자를 하게 된다. 그래서 정부의 요구에 대기업이 응답하는 고용 계획 발표는 기존에 있던 계획에 약간의 ‘플러스 알파’만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단기 경기부양책이나 예산 조기 집행이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국민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로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보다 근본적 중장기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적 주요 전략은 ‘혁신적 포용국가’ 건설이다. ‘모두를 위한 나라,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표방하고 있다. 임기 초기에도 부분적으로 개념이 선보였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표방된 것은 작년 말부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주로 양적 성장에 주력해오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의 심화는 물론이고 불공정한 사회로 바뀌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전략이다. 이는 포용적 성장, 포용적 사회, 포용적 민주주의를 포괄한다. 초기에 ‘소득주도성장’이 전면에 내걸렸던 데서 지금은 그 기조를 유지하지만 추가적인 슬로건의 배치로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 전략에 있어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취지나 방향은 옳다고 본다. 단지 현 정부의 정책 수혜 대상에 포괄되어야 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재편되는 정치적 딜레마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다 높은 수준에서 사회경제 정책의 재정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즉, 소득주도성장을 내용적으로 녹여내면서도 그 보다 높은 상위 수준에서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포괄적인 사회경제 정책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은 포괄적인 상위의 전략인 것이다. 여기에 전략적 핵심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위 전략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내용과 이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있느냐, 그리고 정부·여당의 의지가 확고한 것이냐’에 달려있다.

경제 성장의 비밀,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배울 점들

국가의 전략적 정책 운영 방향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미래 비전이 명확해야 한다. 양극화로 인한 극심한 불평등, 저출산, 실업, 노인빈곤, 자영업의 과당 경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남녀차별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처방이 담긴 것이어야 한다. 특히 복지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세계적 저성장과 반복적 경제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보장되는 정책이어야 한다. 단순히 사회정책으로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작동되는 국가운영 시스템이 요구된다.

그 길은 무엇일까? 필자는 올해 5월 출판한 저서 ‘경제성장의 비밀, 복지국가’(고영인 저, 밈 출판사, 2019.5)에서 그 길을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로 제시했다. ‘보편적 복지를 기본으로 한 복지국가 건설’만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행복을 가져올 수 있고, 지속적 경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그런 포용적 국가로 안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결론짓는 이유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행복 국가가 이론이나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제도적 질서로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얘기한 북유럽 5개 국가는 UN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 순위 1위부터 3위까지를 언제나 싹쓸이 하고 있고, 이들 중 어떤 나라도 10위권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

이들 나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답변한다. 객관적 지표에서도 5만 불이 넘는 1인당 국민소득과 세계적 경기불황 상황에서도 일정 정도의 지속적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높은 복지 혜택’과 ‘높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국가들이다. 복지와 성장의 축복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연구의 결론은 ‘복지가 성장과 따로 놀지 않고 서로 상생’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저성장 시기에 ‘복지국가 시스템’이 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유럽은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경제라는 점, 그래서

인적 자본 투자와 혁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필자가 이번 북유럽 순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가장 배웠으면 하는 것은 ‘북유럽 복지국가가 어떻게 일견 모순될 것 같은 고복지와 고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느냐‘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법의 단초다. 오일쇼크, IMF, 금융위기 과정에서 미국, 일본, 중남부 유럽, 아시아가 힘없이 무너질 때, 어떻게 북유럽 국가들은 지속적 성장을 했는지를 파악하고 그 메카니즘을 알아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와도 직결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높은 복지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기업 경쟁력 강화의 혁신 전략에 있었다. 보편적 복지에 의한 소득재분배로 중산층을 튼튼히 해서 구매력을 높이는 전략과 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의 핵심 요소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그 역량을 더 극대화시켜 주고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한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재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강력한 사회안전망의 형성이다. 실직되는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취업하도록 국가가 책임져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교육에 대한 적극적 공공투자로 인적 자본을 강화해야 한다. 복지는 단순히 소비나 낭비가 아니라 오히려 반복적 경제위기 시대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복지국가는 우리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면서 동시에 새롭고 강력한 ‘경제 성장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포용국가’에는 복지국가의 기본 철학이 충분히 들어가 있다. 양극화를 양산하고 사회적 분열을 야기했던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방향이다. 공정과 혁신으로 사회 전체를 포용하면서 국민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계획은 아직 복지국가의 초기 상태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교육, 노동 모든 분야에 걸쳐 ‘복지국가 운영시스템’으로 전면화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적 공감과 함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재원 마련책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은 것도 과제이다. 그동안 경제 정책과 복지 정책은 별개로 다루어져왔는데, 이제 이것이 통합되어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경제 성장 전략이 복지 강화 전략과 따로 놀아서는 제대로 된 민생 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과제는 명확해지고 있다. 이제 국가의 목표가 외형적 성장만이 아니라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래의 불안을 제거하여 국민 모두의 안정과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 저성장 시대에서 복지 재원 마련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도 주어져 있다.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더 깊은 인식 형성이 요구된다. 국민적 공감 확산과 합의의 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지도부와 핵심 관료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의지, 여당과 민주진보 정당들의 확고한 실천 의지가 형성되어야 한다. 결국 복지국가는 정치를 통해서만 달성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