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케어와 복지국가의 길

이윤정(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창문을 여는 게 오히려 고역이다. 그저 전기세 폭탄을 걱정하며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매미가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아침 6시, 아파트 주차장으로 급한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들이닥친다. 19세대밖에 살지 않는 작은 아파트에 누가 아픈 걸까? 아파트 주민들이 웅성웅성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어라? 곧 경찰차가 오고 국과수 차량도 들어온다. 심각하다. 무슨 일이지?

62평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의 외로운 죽음, 어떻게 볼 것인가!

502호에 혼자 살고 있던 노인이 돌아가셨단다. 10년 전 내가 이 아파트에 이사 올 무렵만 해도 신경질적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엘리베이터 상하지 않게 이사하라고 성화를 부렸던 그 분이었다.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는 노인이었는데, 3년 전쯤 키우던 작은 강아지 2마리가 죽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졌다. 등을 웅숭그리고 깜깜한 밤중에만 운동을 나가는데, 퀭한 눈과 무표정한 모습이 마치 귀신같다고 주민들이 수군덕거리곤 했었다. 나는 그 무렵 퇴근하면서 그 분을 일 년에 두어 번 마주쳤던 기억이 안다. 당시 내가 볼 때, 그 노인은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었고 병세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년 전쯤이었다. 나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긴히 말해두었다. 그 노인이 이틀 정도 안 보이면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들어가 보시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위험한 상황이 오늘 아침에 확인된 것이었다. 이틀 동안 노인이 안 보여 경비가 들어가 보려했으나 문을 열 수 없어 멀리 사는 딸에게 연락을 했고, 딸이 열쇠공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노인은 죽어 있었다. 혼자서 62평 아파트에 사는 가난하지 않은 노인이었으나 만성 질병을 갖고 있던 우울한 노인이 이 폭염에 속절없이 세상을 달리한 것이다.

그 노인은 왜 죽었을까? 원인은 질병일까? 폭염일까? 외로움일까? 가족들은 왜 그동안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비록 괴팍한 노인네였지만, 그래도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가끔씩 찾아가보면 안 되었을까? 노인은 병원이라도 제대로 다니고 있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보건의료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의 급증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천만 명이 되고, 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2030년 중후반에는 30%를 돌파하고, 2050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무려 40%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현재 전체 노인인구 중에서 20.6%가 80세 이상이며, 이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독거노인 가구도 현재 전체 노인인구의 23%이며, 이 또한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거노인과 노인부부 가구의 생활상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경제적 불안감(25.8%)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서 아플 때 간호 문제(25.6%), 심리적 불안감 또는 외로움(21.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노인들은 전반적으로 건강상태도 나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사의 진단을 받은 만성질환 보유율은 89.2%이고,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지니고 있는 복합 이환자가 69.7%나 된다. 그리고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전체 노인의 33.1%는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고, 의사 처방약을 3개월 이상 복용하는 비율은 전체 노인의 82.0%이며, 영양 상태는 20.2%가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고, 28.8%가 주의가 요구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일상 활동 수행(ADL) 제한은 6.9%이고, 도구적 일상 활동 수행(IADL) 제한은 11.3%이다. 그리고 85세 이상 연령군에서는 ADL 제한이 25.5%에 달한다. 특히, 노인의 31.5%가 인지 저하 상태이며, 85세 이상 연령군에서는 그 비율이 52.5%에 이른다.

커뮤니티 케어의 개념과 주요 국가들의 추진 사례

이런 고령사회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돌봄 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이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의 증가이다. 앞으로 폭증하는 돌봄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같은 시설 입소와 병원 입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재가·지역사회 중심으로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케어란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커뮤니티 케어의 개념이 상당히 정착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해당 지역에 상시 거주하며 신체·정신 건강상의 돌봄이 필요한 자, 2개 이상의 일상 활동이 어려운 성인과 아동 등을 대상으로 전문 평가자(사회복지사 등)를 통한 욕구 사정 또는 개인의 자가 평가를 실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2012년부터 장애인·노인을 비롯해 모든 지역사회 주민이 연령·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커뮤니티 케어를 추진했다. 미국에서는 보호가 필요한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자립·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① 재가·지역사회 지원, ② 영양 돌봄(공동 배식/식사 배달), ③ 예방적 의료, ④ 만성질환 자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미국 지역사회거주관리국<www.acl.gov>)

일본은 이미 커뮤니티 케어로 선도적인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커뮤니티 케어가 시작된 계기는 히로시마 현의 미츠키 마을에서부터였다. 이 마을에서는 한사람의 관리자 밑에 급성기에서 만성기와 재가 케어에 이르는 일관된 의료·요양서비스를 실시한 결과, 와상노인의 감소, 건강수준의 향상, 의료비 절감, 지역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였다(의료&복지뉴스, 2018.5.15.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추진과 사례).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2013년 급격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의 주요 개념은 ‘의료로부터 개호로’, ‘병원·시설로부터 지역·재택으로’를 목표로 재택의료·재택개호를 확충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① 의료와의 연계 강화로 24시간 대응 가능한 재택의료 실행(방문간호, 재활서비스), ② 노인요양시설과 24시간 대응 순회서비스 등을 통한 요양서비스, ③ 자립 지원과 예방, ④ 간병, 배식, 쇼핑 등 다양한 생활 지원 서비스의 확보와 권리 옹호, ⑤ 노인이 되어도 평소의 생활이 유지되는 고령자 주택의 정비 등이 포함된다. 실행 기관과 인력은 ‘지역 포괄 지원 센터’의 케어매니저, 사회복지사, 간호사인데, 이들은 노인 개개인의 상태와 욕구를 파악하여 케어 매니지먼트 계획을 수립하고, 사례관리 회의 및 서비스 연계 지원을 통해 필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뮤니티 케어의 균형 잡힌 미래를 위하여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부터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 의지를 표방하면서 커뮤니티 케어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노인과 장애인 등의 수요자가 자택이나 소규모 그룹홈 등에 살며 개인의 욕구에 맞는 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재가서비스를 확충하고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퇴원·퇴소를 희망할 경우,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중간시설 마련 및 자립생활 지원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확정한 5가지 핵심 추진과제는 ①돌봄·복지 등 사회서비스의 확충, ②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체계의 강화, ③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④병원·시설의 합리적 이용 유도, ⑤ 지역사회 커뮤니티 케어 인프라 강화 및 책임성의 제고이다.

우리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정책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부담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Aging in place라는 개념, 즉 편안한 내 집에서 돌봄을 받게 함으로써 인간적인 케어, 존엄 케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노인 돌봄 사업은 중증치매 와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 입소 외에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의 방문요양, 방문간호 및 보건소의 맞춤형 방문건강간호 사업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크게 반가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커뮤니티 케어가 잘 시행된다면 시설 입소 전 단계와 초기 인지 저하 단계의 노인, 그리고 독립생활에 부분적인 어려움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가 적정한 대상자에게 투입될 수 있게 되고, 이는 진정한 건강 복지국가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 커뮤니티 케어 추진 개념도 >

그러나 현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가 너무 복지에만 치우쳐 있고 보건의료 영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박은철, 2018, 고령사회의 보건정책 방향). 보건복지부의 2018년 고령화 대책에는 질병관리에 대한 개념이 적고 보건의료를 어떻게 이용하겠다는 내용도 없으며, 이것은 커뮤니티 케어 실행을 위해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12,000명의 인력을 충원하지만 방문간호는 3,500명, 정신건강은 1,500명만을 늘리겠다는 불균형한 계획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우려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정책 하나를 집행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상자와 국민 모두에게 가장 적합한 정책 방향을 찾아가는 것은 정부가 노력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나는 이게 진짜 복지국가라고 생각한다.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제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에게도 이 말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지역사회(community)에서 온 마을의 주민이 이들을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되어야 그동안 메말랐던 ‘이웃 간의 정’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 나부터 502호의 노인을 먼저 돌보려고 노력하고, 아파트 반상회에 이런 안건을 냈었어야 하지 않나, 돌이켜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