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를 위한 대학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

정희정(복지국가소사이어티 학생 인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최근 서남대와 한중대, 대구외대에 대한 교육부의 폐교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의과대학 입학을 준비하다 정원이 줄어들게 된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이 위치한 지역도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과연 합리적인가?

2013년 대학 입학 정원이 559,036명에서 10년 뒤인 2023년에는 398,157명으로 약 16만 명이나 감소한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변화에 부응하고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1기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평가를 시행했다.


대학 구조 개혁 평가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가져올 대학 입학 자원의 감소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2015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시행된 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별로 각 대학에 차등적 정원 감축을 권고하고, 여기에 재정 지원을 연계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로 1기 목표인 4만 명 감축을 4천 명이나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실적 미인정 감축 인원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1주기 대학 구조 개혁 이후 감축된 인원은 5만6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런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 개혁 평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로부터 폐교는 면해서 살아남았지만, 지금도 부실 운영을 하는 대학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또, 전임 사학재단 이사회의 발호로 인해 대학의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는 곳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교육부의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제도가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지는 지에 대해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20%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 개혁 평가를 통과한 대학이 수두룩하다. 여전히 9만7천 명이 넘는 시간강사들을 중심으로 인건비 따먹기로 연명하는 대학들이 버젓이 살아남아 있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도 내년 3월 실시되는 2주기 대학 구조 개혁 평가를 이번에 발표될 편람에 맞추어 준비하기 위해 전국의 대학들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최저선만 넘기면 폐교는 면할 수 있다는 식의 ‘버티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 개혁 정책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반증일 것이다.

초기의 의도인 ‘지역 균형과 대학 경쟁력 제고’와 달리,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정책이 대학의 입학 정원 감축에만 치중해 중장기적 대책 마련 없이 ‘기계적인 규모 축소’만 추진했다는 점이 가장 자주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실제로 1주기 대학 구조 개혁 평가 이후 수도권 대학의 감축 인원은 3.7%인데, 비수도권 지방 대학의 감축 인원은 8.7%로 결국 지금도 심각한 수도권 대학 중심의 지형 왜곡을 더 강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정원 감축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율 개선 대학’에 해당되는데,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분리해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은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들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게 됐다. 역으로 교육의 질은 높지만 재정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의 국립대들이 정원을 대폭 줄이는 역차별적 ‘지방대 죽이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비수도권의 지방 사립대 중에서 대학 구조 개혁 평가가 규정하는 한계 대학 등 실질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부실 대학들은 더 이상 존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 이들 대학들에 대해 다른 대학들과의 통·폐합이나 자율적 폐교 등의 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타당한 방향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학교의 수나 입학 정원 감축을 통한 양적 구조조정만이 올바른 방향은 아닐 것이다. 학령인구의 급감 시대에 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대학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입학 정원의 변화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만 추진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가진 역할과 기능을 다시 살펴보고 시대적 요구에 맞는 대학의 바람직한 방향을 동시에 모색해 봐야 한다. 즉, 양적 개혁과 함께 대학의 질적 개혁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의 질적 개혁에 관해서는 대학의 본질인 ‘대학의 목적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교육 철학자인 로버트 허친스(Robert Hutchins)가 주장한 대학의 목적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허친스는 대학은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라는 세 가지를 대학의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대학의 첫 번째 목적인 연구는 기존의 지식과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행위이다. 진리 추구와 학문 연구로 고등 학습의 영역을 담당하는 대학의 전통적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인 교육은 교양교육과 전문교육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대학은 특정 분야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인적 교양교육을 통해 지성인을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속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면서 해당 사회의 당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회봉사의 책임을 진다.

이런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4.19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 그리고 뒤이은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은 지난해의 촛불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대학이 담당한 역할은 중대하고 지대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대학은 이런 참여적 기능보다는 더 나은 직장에 가기 위한 준비 학원의 기능이나 서열화를 위한 스펙 쌓기의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도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5%가 대학에 진학하던 시기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우리나라는 그래도 여전히 70.8%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해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술 수준이 훨씬 높은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40% 미만이고,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들도 상황이 비슷한 점과 비교해보면, 대졸자의 수가 많다는 것이 더 이상 기술 수준이나 행복 수준이 높다는 것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미 대학에서는 연구자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학문이 연구되지 않은 지 오래이다. 그렇다고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고급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기능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대졸자를 높은 경쟁을 통해 선발하지만 기업에서는 다시 3년에서 5년에 걸쳐 많은 돈을 들여 재교육을 해야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수준 높은 교양인을 양성하는 기능도 더 이상 대학에서 담당하지 않고 있다. 대학 졸업은 안 하면 소외되는 최소한의 자격일 뿐이며, 대학 졸업이 지식인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 않은 지도 이미 오래다. 특히 교수들은 논문 평가와 수업 부담에 쫓겨 사회에 대한 봉사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식인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지식 기능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유럽에서 약 800년 전에 시작된 대학들이 아직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해당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고, 해당 사회의 미래를 담고 있다. 즉 사회의 각 분야가 모두 대학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까지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서 비로소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예술과 철학, 그리고 자연과학과 공학까지 현대 문명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지식들이 대학의 구조 속에 구현돼 있다. 또 대학은 상업적 목적이나 경제적 필요성을 넘어서는 자유로운 학문 연구와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멀리 중세 시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IT 시대를 연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사회를 구상하고 준비한 곳도 대학이었다. 그리고 다중 소통 방식을 통해 인공지능과 핀테크의 기반 기술을 창조한 페이스북의 마크 주크버그도 대학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열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민주화 투쟁 이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매래 사회를 여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대학을 통해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기대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역할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 교육을 개편하는 가장 중요한 정부의 방법이 입시제도 개혁을 통해 객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의 비중을 각각 얼마로 할 것인지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 대학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긴 어려울 것이다.

막대한 재정 지원, 이제라도 대학의 공공성 강화해야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 대학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근본적인 전환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 축으로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따른 특성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학이 사유화돼 있고, 설립할 당시 출자한 재단 이사장의 관할 속에 있다면 대학에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데 본질적 한계가 있게 된다. 대학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공공성이 매우 강한 분야이고, 대학 교육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공공적 발전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대학을 특정 개인의 사유물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모적인 학내 분규로 시간을 낭비하고 정력을 소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대학 교육비 약 7조 원의 50%에 해당하는 3.9조 원을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에 대한 관리와 평가를 현재와 같이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한다는 것은 국민 세금의 낭비이고 정부 역할의 방기에 다름 아니다.


설립할 때의 초기 자본은 현재 대학이 가진 자산 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대학의 자산들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과 학부모들과 동창들이 낸 기부금, 그리고 연간 17조 원이 넘도록 투자되는 국가의 연구개발비가 모이고 쌓여 축적되고 형성된 것이다. 초기 자신의 친일 행위를 면피하기 위한 목적이든,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이든 상관없이 설립자의 투자 지분과 이에 근거한 지가(地價)의 상승분을 반영하더라도 전체 자산의 10%를 넘는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주주들의 자금으로 이루어진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특정 재벌 가문이 소수의 지분으로 전횡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대학들과 사학 재벌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들 사학 재벌들의 손에 대학을 방치할 수는 없다.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들 설립자들의 대학에 대한 소유권은 인정하되, 적어도 국가가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하도록 운영 이사회의 공익 지분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학 개혁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학의 문제는 너무 심각하고 중대하기 때문에 사학법 개정을 통해 공익이사 한 명을 넣는 것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였던 참여정부 시기의 아마추어리즘을 더 이상 되풀이할 시간이 없다. 조건부 지원하는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 정책의 가장 효과적인 모델이 된 것은 서울시의 지원금이 대학의 교육 경쟁력 확보와 학생들의 교육 수준 향상에만 쓰이도록 조건부로 지원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립대학들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같은 금액을 지원하더라도 개인별 학자금으로 지원되는 정부의 재정을 조건부 대학 지원으로 바꾸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지원금이 전임교원의 인건비나 대학 도서관의 장서 확보, 실험실습 기자재 확보 등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단 이사회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재단 운영의 공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대학 등록금 보조라는 이름으로 매년 지급되는 3.9조 원과 정부의 R&D 지원으로 지급되는 17조 원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각종 지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라도 대학의 공공성 강화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대학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2 :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따른 다양화와 전문화

우리나라 대학들이 당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구조 개편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따른 특성화와 전문화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봉사라는 대학의 세 가지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각 지역의 대학들에게 요구되는 분야와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각각 연구 중심 대학, 교육 중심 대학, 그리고 기술 중심의 폴리텍 대학으로 기능을 특화해야 한다.

그렇게 세 가지로 대학들의 전문 영역을 강화하고, 서로 다른 유형의 대학들이 지역의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상호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대학 간의 경쟁 분위기를 해소함과 동시에 각 영역에서 대학들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부 자원과 민간 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이를 통한 지역 내 대학들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첫째, 연구 중심 대학의 경우 연구 성과를 내는 것과 함께 우수한 인적 자원의 양성을 목표로 새로운 첨단 지식을 창출하는 고등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학부 중심이 아닌 대학원 석·박사 중심의 연구 과정을 강화해서 지식 창출에 전문화된 고급 연구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지역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연간 연구비를 1조 원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연구 중심 대학들이 광역 단위마다 하나씩만 있으면 매년 5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고, 이들 대학 17개가 매년 그런 첨단 기술을 만들어 낸다면 미래의 먹거리는 저절로 확보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모든 대학은 국공립대학이고, 이들 대학들을 지역별로 역할과 분야를 특성화해 매년 1조 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이들 연구비를 가지고 대학들은 새로운 연구개발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용적 기술을 적용하고 상품화하는 연구까지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국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이 기업에 대한 지원이고, 고급 기술에 대한 개발 정책이며, 국가 경쟁력 확보 정책이 되는 것이다.

둘째, 교육 중심 대학은 연구보다는 교육 중심으로 고등 교육기관의 역할을 강화한다. 교양교육과 전문교육을 수행하여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누구나 원하는 시기에 대학에 갈수 있도록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30-40% 내외지만, 죽을 때까지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인구가 전체의 77%를 차지하는 독일과 북유럽의 나라들의 사례를 주의 깊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산업이 요구하는 기능과 새로운 사회에서 요구하는 소양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언제든지 필요한 시기에 등록금 걱정 없이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대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평생 학습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과 학교 설비의 개방으로 이들 대학들이 평생 교육원으로서의 기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매우 정교한 설계와 함께 대학 당사자들과 지역 주민들 간의 합의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

국가교육개혁위원회가 정권이나 임기에 구애받지 말고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특히 지역 거점대학에 다양한 교양학부를 설립해 지역의 모든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역 대학의 교육 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의 교양 수준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종합 폴리텍 대학은 특수 기술 등 실용 분야의 기술 전수와 인재 양성을 수행하도록 한다. 전국 곳곳에, 특히 중요한 국가 산업단지와 지역 산업단지가 인접한 곳에 산업적 필요성에 부응하는 종합 폴리텍 대학들이 설립돼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대학들 중에서 상당 수가 불필요한 이론 교육이나 이미 사장된 기술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전문가들이 교수가 되어 필요한 기술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을 전제로 이들 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의 407개의 대학 수가 앞서 언급한 공공성 및 효율화 강화가 전제된다면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이지, 산업적으로 신기술을 배우거나 1,87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재교육 수요를 생각한다면 대학 숫자를 단순히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해당 분야의 기업들과 연계해서 산학협력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현장과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 지역사회의 수요에 따라 전문인을 길러내는 고등 교육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 분야에서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을 개별 기업들이 모두 직접 개발하고 관련 기술자들을 자체적으로 교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으로 이들 폴리텍 대학들이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기술들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등의 역할을 통해 실제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과 신기술을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산업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고급 기술자가 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므로 좋은 일이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도 기술의 발전이나 진보에 적응하는 부담을 기업과 사회가 나누어지는 방안이 되므로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대학의 발전 방향은?

이런 세 가지 유형으로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언급된 9개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국공립대부터 우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학 구조 개혁 평가에서 한계 대학으로 분류돼 기능 전환이나 통·폐합 명령을 받고 ‘공영형 대학’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들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된 세 가지 유형으로 우선 국공립대학들이 학위 공동 운영, 공동 연구 등의 형태로 연계 체제를 만들면 특정 대학에 대한 선호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사립대학들에도 재정 지원과 산학 연계 사업 참여, 국가 연구비 지원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로 이런 기능 전환과 국공립대학들과의 연계를 유도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특히 지역 거점 대학들에서 인근의 사립대학으로 교수를 파견하는 방법이나 타 대학들이 교양과목을 비롯한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학점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등의 효율화가 가능할 것이다.

위의 내용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대학 구조 개혁과 대학 재정 지원에 대한 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2014년에도 두 번 연속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아 한계 대학으로 규정된 대학들에게 교육부 장관이 자진 해산이나 퇴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본회의 상정은커녕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회기 만료로 무산되고 말았다.

근거 법률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1주기 평가 이후 한계 대학으로 규정된 대학들이 주무 부처의 퇴출 혹은 통·폐합 권고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근거 법률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연간 3.9조 원의 대학 등록금 지원과 17조 원에 이르는 국가 연구개발비가 지출되는 대학들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성의 제고를 통해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신기술과 전략 산업들의 도입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다.

새로 시작될 2주기 대학 개혁 구조 평가는 1주기의 성과뿐만 아니라 한계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혁의 잣대를 인구 수 급감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에 맞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다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대학의 정원 감축과 단순 구조조정을 넘어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