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6년만에 대통령의 첫 피해자 만남

참석한 피해자들 대체로 긍정적 평가, “대통령의 문제해결 의지가 높더라”
일부 참석자들은 “너무 늦었다”, “참사라고 말하지 않더라” 비판적 반응

2017년 8월8일 오후 1시반경 경복궁 주차장에서 15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태운 버스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청와대로 출발하기 전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해자들을 격려하며 정부책임을 촉구하고 책임자 처벌과 제대로된 피해대책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 경청해줬다”,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수긍을 하더라”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8일 이같이 이구동성으로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두면서 대통령이 문제해결을 적극으로 약속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대통령을 만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모두 15명.

어린아이를 잃은 아빠, 고1 아들을 잃은 아빠, 동생을 잃은 누나, 친아버지를 잃은 딸, 어머니를 잃은 딸,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성인피해자와 어린이 피해자, 아이가 아픈 엄마 등 모두들 옥시싹싹, 애경 가습기메이트, 세퓨 등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가족을 잃고 건강을 잃은 피해자들이었다.

이날 청와대 만남은 두 달전인 6월5일 세계환경의날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피해자모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광화문 일인시위를 2주가량 지속하고 환경의날에 청와대 앞에서 피해자들이 대통령에게 전하는 눈물의 편지를 전하자 문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피해자들과 만나고 피해대책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한 말 중에서 다음 몇가지를 중요하게 떠올렸다.

첫째, 앞으로 이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한 발언이다.

둘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피해자들의 거듭된 지적을 확인하며 공감해줬다는 점.

셋째, 문 대통령이 원진레이온, 고엽제, LG화학 노동자 건강피해사건들을 거론하며 건강피해의 양상이 한가지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문제를 원점부터 짚어보겠다 발언했다.

넷째, (배석한) 환경부 장관이 가해기업의 수사와 처벌 등 환경부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자 대통령이 (배석한)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여러 부처가 도와주라고 말했다는 점 등이다.

아이를 잃고 가정이 파탄난 한 피해자가 “너무 늦었다, 감사하지 않다”며 그동안의 고통을 털어놓았는데 배석한 환경부장관이 펑펑우는 등 참석자들이 피해사례를 절절하게 말할때마다 울음바다가 됐다고 참석자들이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참사나 재난으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명히 말하지 않더라”, “솔직히 시원하게 말씀하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을 털어놓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의 여러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복궁 주차장에 나와 피해자들이 대통령 면담을 위해 청와대행 버스를 탈때 환송하고 면담을 끝내고 나올때도 같이 했다.

이들과 함께 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청와대의 발표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문대통령이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정부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한 부분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예상한 수준이다. 정부조사를 통해 확인된 30만명의 피해자를 찾아내겠다,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하겠다, 구제법을 개정하겠다 라는 의지와 구체적인 표명이 없어서 아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 소장은 “피해자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한지 두 달만에 이루어진 자리였는데 그동안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장차관이 바뀌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이 정도의 원론 수준의 대책만 나온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