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의 약 40%, 소멸시효 1회 이상 연장된 채권

금융권이 보유한 특수채권 약 20조 1,542억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8조 2,085억이 금융사의 소송 등으로 인해 소멸시효가 1회 이상 연장된 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3차 이상 소멸시효가 연장돼 연체된 지 25년 이상 된 장기채권도 700억이 넘었으며, 연체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체 채권의 10개 중 4개가 소멸시효가 연장되고 있어 법적 금융채권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무력하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사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특수채권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3월말 기준 전체 금융사(증권업, 대부업 제외)의 5년이상 연체된 채권 규모는 20조 1,542억(원금 11조 9,660억, 이자 8조 1,882억)이었다.

이 중 소멸시효가 1회 이상 연장된 채권이 총 8조 2,085억원으로 전체의 40%였다. 채권 10 중 4개가 법정 소멸시효 5년을 채운 후에도 소송 등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연체채권의 규모를 살펴보면, 은행이 11조 2539억원(원금 7조 981억, 이자 4조 1,558억)으로 가장 많았고, 상호금융 5조 1,497억(원금 2조 5,450억, 이자 2조 6,046억), 여신업 1조 4,409억(원금 9,937억, 이자 4472억), 저축은행 1조 3,474억(원금 5630억, 이자 7844억), 보험업 9,620억(원금 7661억, 이자 1959억) 순이었다.

전체 평균 원금 대비 이자의 비율은 67%이나,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139%)과 상호금융(102%)에서는 연체채권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원금보다 많았다.

소멸시효 1차 이상(1차, 2차, 3차이상) 연장 비율을 살펴보면, 전 금융권 평균 40%가량이 소멸시효 5년이 도래한 후 1차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연장된 곳은 상호금융 68%, 저축은행 51%, 은행 30%, 보험 29%, 여신 25% 순이었다.

금융사는 일정기간 이상 연체된 채권은 상환불가로 간주하고 장부상에서 삭제해 특수채권으로 관리한다.
이후 민법상 금융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지나면,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채권의 법적 상환의무가 사라진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특수채권을 매각하거나, 채권자에게 소액의 변제를 유도, 혹은 직접 소송해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멸시효가 3차 이상 연장돼 25년 이상(최소 1992년 전에 생긴 채권을 의미)된 특수채권도 725억원이나 된다.

이렇게 소멸시효가 연장될수록 채무자는 연체기록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경제생활에서 배제되고, 이자는 계속 불어나 상환을 끝내고 졸업하기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실제 5년 미만(소멸시효 도래 전)까지는 이자가 원금의 절반 수준이나, 소멸시효가 연장 된 후 이자가 원금의 104%, 3차 연장에는 17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수채권들은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그림자 채권이지만, 부채로 인한 추심은 계속된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1,366조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자료를 분석한 제윤경 의원은 “연체채권 10개 중 4개 가량이 소멸시효가 연장되어 사실상 5년이라는 소멸시효 완성기간이 무력화된 상황”이라면서, “소멸시효가 연장되어 10년, 20년간 채무가 지속되면, 채무자의 경제생활이 아예 끊기는 등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손해다. 새 정부가 일시적으로 이런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고, 죽은채권부활금지법(공정채권추심법)이 통과로 무분별한 시효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