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탄소세’ 토론회 열려… “전국민 탄소배당 월 10만원씩 지급하자”

탄소세를 신설해 온실가스 배출량 1톤당 7만6천원을 과세하고, 세수 약 60조원을 전 국민에게 탄소배당으로 월 10만원씩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기본소득 탄소세’다.

28일 오후 2시부터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항하는 기본소득 탄소세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경기도가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과 공동주최하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주관했다. 경기연구원, 기본소득당,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행사를 후원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최소 인원만 현장 참여하고 토론자와 청중은 줌(zoom)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행사를 주관한 용혜인 의원은 “2021년 파리기후협정 본격 시행,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등 국제 환경 변화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라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목받는 탄소세에 관해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서면 축사에서 “기본소득 탄소세에 주목한다”라면서, “탄소세로 마련한 재원을 지역화폐 방식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골목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제 순환을 이룰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소병훈 대표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탄소세를 신설해 세수를 기본소득으로 활용하면 ‘화석연료 사용 감소’와 ‘조세저항 설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허영 연구책임의원도 “로봇세 등과 함께 기본소득 재원으로 거론되는 탄소세의 검토는 시의적절하다”라고 토론회 개최를 축하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도 축사를 통해 “탄소세는 탄소 소비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한 뒤 “탄소세 수입을 기본소득으로 나누면 실질소득을 높이면서 탄소 소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표도 “오늘을 시작으로 기본소득 탄소세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라면서 토론회 축사를 전했다.

발표자로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이 나와 ‘기본소득 탄소세의 필요성과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윤형중 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 정책위원,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참여했다.

금민 소장은 “탄소중립은 시대의 요청”이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미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을 천명하고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단계적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도달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금 소장은 “탄소중립은 생태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물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실적은 부진하다. 한국은 2018년 탄소배출량이 OECD 국가 중 6위, 2007년-2017년 탄소배출량 증가량은 OECD 2위다(24.6%). 금민 소장은 “탄소가격이 저렴해서 발생한 문제”라며 “탄소세는 탄소가격을 높여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세를 도입하면 “탄소배출량 많은 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저탄소 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라며 “이는 산업 구조를 생태적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탄소세의 문제점으로 소득 역진성이 지적되곤 한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상승해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탄소세를 도입하더라도 조세저항 때문에 세율을 올리기 힘들어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금민 소장은 이를 반박했다. 그는 “세수 전액을 전 국민에게 탄소배당으로 나눠주면 역진성을 해소할 수 있다”라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피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소비여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또한 금 소장은 탄소세율의 탄력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탄소배당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율은 전년도 감축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탄소배당으로 대다수 국민이 이익을 보면 세율 인상을 수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금민 소장의 ‘기본소득 탄소세’는 이처럼 탄소배당과 연동한 탄소세 모델이다. 탄소배당은 전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동등한 금액을 지급한다. 금 소장은 기본소득 탄소세의 두 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두 모델 모두 과세표준은 이산화탄소 환산톤(CO2e)으로 계산한 온실가스 배출량이고 과세방식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배출량을 계산해 제품 최종가격에 탄소세가 반영되는 방식이다. 전 과정 배출량 계산을 위해 탄소라벨링 제도를 이용한다.

모델 1은 상대적 고율과세 모델이다. 탄소배출량을 빠르게 줄이기 위해서다. CO2e 톤당 7만6천원을 부과한다. 이는 유럽에서 네 번째로 높은 노르웨이의 탄소세율 수준이다(2019년 기준 52유로. 환율도 2019년 기준). 금민 소장은 “한국 탄소배출량 7억9백만 톤(2017년)에 적용하면 세수규모는 약 60조 원”이라며 “전액을 탄소배당으로 나누면 1인당 월 1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델 1에서는 기존 에너지세인 교통·환경·에너지세를 2021년 말 폐지한다.

모델 2는 세율이 모델 1의 절반인 CO2e당 3만8천원이다. 세수규모는 약 30조원이고 1인당 월 5만원을 지급한다. 교통·환경·에너지세 폐지는 유예하고 그 세수는 에너지 전환기금으로 사용한다. 금민 소장은 “모델 2는 저탄소 체제로 가는 준비기간을 가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금민 소장은 발표를 정리하며 ‘탄소세·탄소배당법’ 입법을 제안했다. 핵심 내용은 ▲ 전 과정 평가방식에 따라 이산화탄소 환산톤(CO2e)당 과세하여 소비가격에 반영 ▲ 국가 탄소배출량 감축계획을 세우고 세율은 전년도 감축 실적과 연동하여 운영 ▲ 세수는 전액 개별·보편적 탄소배당으로 배분 ▲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병행하며, 배출권 무상할당분에는 탄소세를 부과하고 유상거래분에는 차액 감면 등이다. 금 소장은 이에 더해 교통·환경·에너지세 폐지(모델1), 핵발전위험세 신설, 탄소국경세 관련 조항을 포함한 관세법 개정도 주장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탄소세 논의가 그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다가 탄소중립 선언 후에 물살을 타고 있다”라며 “발표자의 탄소세 도입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책위원은 탄소세 과세방식에는 이견을 드러냈다. “전 과정 탄소라벨링은 비현실적”이라며 “석탄·석유 등 연료(에너지원)에 부과하면 되고 이 방식이 탄소에 직접 부과하는 탄소세 취지에 더 적절하다”고 한 것이다.

또 이헌석 정책위원은 “탄소배당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전체 탄소세의 2/3 이상을 배당하여 저소득층이 납부하는 탄소세보다 더 많이 환급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정책위원은 “탄소배당을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 등 현물로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수 전액을 현금으로 배당하자는 금민 소장의 제안과는 차이가 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탄소세는 결국 사라질 재원”이라며 “탄소세와 기본소득을 연동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발표에 화석연료보조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라며 “지금 화물차에 유류보조금이 1년에 2~3조원씩 들어가는데, 보조금을 끊으면 저항이 클 것이다. 화석연료보조금을 탄소배당으로 대체한다면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은 “기본소득 위한 탄소세가 아니라 탄소세 위한 기본소득이어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밝혔다. 기본소득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탄소세는 지지할 수 있는데, 기본소득을 수단으로 활용하면 탄소세 도입이 수월해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정책위원은 “탄소세수를 기본소득 방식으로 분배하면 탄소세의 역진성을 해소하고 다수 국민을 순수혜자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탄소배당이라는 명칭이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탈탄소배당’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탄소 덕분에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인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은호 위원장은 탄소배당 액수가 “최소 20~25만원 정도 금액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발표 내용의 5~10만원보다 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배당이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효능감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탄소세수를 알래스카 영구기금배당처럼 별도 기금으로 관리하는 것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금민 소장은 이헌석 정책위원의 논평에 대해 “탄소라벨링을 이용한 전 과정 배출량 계산이 탄소세 취지에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에너지 분야가 탄소배출량의 86.8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에만 부과해도 효과는 있지만, 모든 분야를 포괄하려면 전 과정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금 소장은 “현물이 아닌 현금배당을 해야 한다”라며 “주택 개량 등 에너지 절감사업은 의의는 있지만, 집 없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역진적 효과를 낳는다”고 반박했다. “에너지 절감사업은 탄소세수가 아닌 일반회계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보조금에 관해서는 “지적이 타당하며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형중 정책위원의 논평에 대해 금 소장은 “기본소득과 연동하면 탄소세의 역진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동의하면서, “에너지 소비는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역진성이 더욱 크고 따라서 탄소배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호 위원장의 논평에 대해서는 “탈탄소배당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탄소배당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탄소배출을 시급히 줄이자는 정책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청중 질의 시간에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이헌석 정책위원에게 “탄소세수를 현물로 지원한다면 어떤 분야에 지원하는 것을 말하는가”라고 온라인 댓글로 질문했다. 이 정책위원은 “화물차 연료인 경유에 탄소세를 매기면 차를 전기트럭이나 수소트럭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런 전환에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정책위원은 “사회 전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질 텐데 현물 지원도 이런 맥락에서 논의해야 한다. 가령 겨울 채소는 기름 때어 기르느라 값이 싼데 탈화석연료 시대에는 먹거리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용혜인 의원은 마무리 발언으로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 대응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라면서 “탄소세와 탄소배당을 연동한 기본소득 탄소세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불평등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탄소중립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장이 국회와 시민사회에 열리기를 기대한다”면서 “저도 기본소득 탄소세의 입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