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정부와 의료계 간 충돌의 본질과 해법

이상이(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의대 교수)

나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20년을 근무했다. 첫 해에 제주대 의대의 첫 졸업생이 될 본과 4학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으니, 당시 첫 졸업생은 의사가 된 지 거의 20년이 됐다. 이들 중에는 개업의도 있고, 봉직의, 전공의도 있다. 최근 이들을 포함한 현직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8월 7일, 전공의들은 24시간 파업을 결행했다. 또 14일엔 전국의 개업의사 약 3분1과 전공의 등이 전국 의사 총파업을 강행했다. 게다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부터 무기한 업무 중단에 돌입하는 내용의 3차 단체 행동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접하니, 마음이 무겁다.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게 직접적인 발단이다.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의과대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매년 4백 명씩 늘려 총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규모 파업으로 맞선 것이다. 7월 29일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8.2%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24%가 반대했다. 국민의 다수가 찬성하는 사안에 대해 왜 의료계는 대규모 파업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맞설까? 왜 정부는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충’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됐을까? 양측의 입장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심사숙고를 거친 국민이 판단토록 하는 게 옳다.

의료계가 의사 수 확대를 거세게 반대하는 이유

의료계의 반대 수위가 매우 높다.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난 수준의 반대와 저항인 것으로 간주된다. 정부는 의사 수의 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발생한 각종 의료사고·불법의료와 건강격차 등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국민적 명분을 획득했다고 생각했고, 밀어붙이면 의료계가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여당 입장에서도 이미 지난 총선 공약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의사 수 확대’를 약속했고, 선거과정을 통해 민주적 승인을 받은 사안이므로 추진할 충분한 명분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의 반대와 저항이 거세다. 특히 전공의들의 반대와 저항은 유독 더 심하다. 왜 그럴까?

나는 의료계가 의사 수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 개업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개업의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동감 있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의 본질은 ‘불안’이다. 개원가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 국민이나 정부의 개업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 인식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수련을 마친 의사들은 대학병원 등의 대형병원에 교수로 남는 경로가 아니면 대부분 개업을 염두에 둔다. 교수가 되길 희망하는 전공의들도 차선책으로 개업이라는 경로를 열어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개원가의 열악함을 초래하는 변화된 정책 상황은 대다수 의사들의 불안으로 귀결된다. ‘불안’의 근원을 좀 더 직설적으로 살펴보면, 경쟁의 과잉·심화다. 흔히 개업한 의사를 의미하는 동네의원은 경쟁이 심하다.

첫째, 동네의원과 대형병원 간의 무차별적 경쟁 심화다. 동네의원은 지역사회의 환자가 직접 찾아와야 대면 진료가 이루어지고, 그래야 의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이는 동네상권의 전형적인 자영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동네상권에서 교통수단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형마트들처럼 편리하게 확보된 전국적 교통망을 통해 각지의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든 지는 이미 오래 됐다. 동네의원들은 지역사회의 환자들을 대형병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빼앗기고 있는 셈인데, 이게 바로 대형병원 ‘환자 집중 현상’이다. 개원의사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동네의원과 동일시하는 심리를 가진 대다수 전공의 등에게 대형병원 환자 집중은 ‘불안’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의료계가 원격의료의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 탓인가? 한마디로 답하자면, 우리 모두의 탓이다.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국민) 모두가 의료전달체계를 올바르게 확립하려는 정치사회적 대타협 노력을 계속 미루어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의료서비스를 크게 일차의료(지역사회의료)와 병원의료(입원 중심의 난이도 높은 의료)로 구획하고, 이들 각각의 영역에서 의료서비스의 성격을 완전히 달리 정의했더라면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동일한 환자를 놓고 ‘말도 안 되는 무한경쟁’을 벌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차의료(지역사회의료)와 병원의료는 각각의 성격과 역할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서둘러 다른 것은 다르다고 정의하고, 그에 맞게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동네의원과 신규 진입 동네의원 간의 경쟁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보다 동네의원의 경영에서 더 큰 타격인데, 일종의 직격탄이다. 언젠가 후배가 내게 한 말이다. “먼 훗날이 될지, 가까운 미래가 될지, 내가 개업한 지역에도 같은 과목을 진료하는 후배들이 진입해 들어올 것이고, 그때는 아마 내 환자 중의 30% 이상은 그쪽으로 간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되면 아마도 개업 상황이 매우 힘들어질 것인데, 이런 상황이 가장 두렵다.” 결국, 후배의 결론은 지금 당장 환자를 많이 볼 수 있고 또 돈을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노력해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둬야 언젠가 경쟁 심화로 개업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시장주의 의료제공체계에서 개업한 동네의원 또는 그것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전공의 등에게는 의대 정원 확충으로 인해 수적으로 늘어나는 의사는 동업자이기보다 결국엔 경쟁자 또는 잠재적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쟁시장 모델에서 미래의 신규 진입 동네의원이 될 ‘의사 수 확대’를 찬성할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불안’은 그들이 처한 현실적 조건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의사 수의 부족으로 인한 각종 의료사고·불법의료와 건강격차 등의 여러 문제들과 의료전달체계의 미비로 인한 지역사회 건강증진의 손실이 정당화될 순 없다. 오히려 현존하는 불안을 개혁으로 털어내려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정부가 의사 수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의사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할까? 그것은 의료공급체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때문이다. 즉, 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므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이다. 3,500명이던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으로 감축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정원이 동결됐다. 그동안 국민소득의 증가, 인구 증가와 고령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등으로 인해 의료 수요가 폭증했음에도 의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수도권 의사 쏠림과 취약한 공공의료 인프라 등으로 인해 지역 간 의료이용 및 건강 수준의 격차로 이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 공급 부족은 부문 간 의사 수급의 불균형, 공공의료인력의 부족, 전공의 수급 불균형과 근무여건의 악화,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 편법·불법 운용 등의 문제들을 양산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활동의사 수는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3.5명)의 68.6%에 불과하다. 한의사를 제외할 경우 활동의사 수는 2.0명으로 OECD 평균의 57.1%에 그친다. 현재의 의사 수뿐만 아니라 미래의 의사 수를 의미하는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도 우리나라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7.6명으로 OECD 평균(13.1명)의 58%에 불과하다.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크게 부족하고, 미래에는 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에 더해, 서울 등 대도시에 주로 많이 몰려 있다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 즉, 지역 간 의사 수 분포의 격차가 그것이다. 서울은 인구 1천 명당 활동의사 수가 3.12명인데 비해, 경북은 1.38명으로 전국의 시·도 중에서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충남 1.5명, 울산 1.53명, 충북 1.58명 등이었고, 부산(2.35), 대구(2.43), 광주(2.51), 대전(2.53) 등의 대도시는 2.3~2.5명 수준이다. 이는 전국 시·도 소재 의대에서 졸업한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이 울산 7.0%, 경북 10.1%, 충남 16.6%라는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대도시, 특히 서울은 의사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은 지역에서 육성한 의사가 지역에 머물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는 서울과 지역 간의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이려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나는 그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연간 4백 명)을 늘려 총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확정했는데, 그 가운데 3천 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하고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여기서 지역의사 선발 인원 3천 명은 현재 지역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한 규모이며, 정부는 향후 5년간 지역의사 제도를 운영한 후 수급 상황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는데, 소요 재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한다. 그러나 10년간 의무 복무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10년 의무복무를 마치고 수도권에서 개업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추후 적절한 보상체계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정부는 10년간 증원된 인원 가운데 지역의사를 제외한 1천 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500명)과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 인력(500명)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은 난관에 부딪혔다. 의료계의 저항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지지도 얻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수의 부족으로 여러 보건의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은 정확했지만, 구체적인 전략에서 역지사지의 대책이나 정확한 대안을 담아내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의사들이 가진 ‘불안’의 본질을 들여다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것은 의사들 일반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동네의원의 경쟁 심화와 미래의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이다. 정부와 국민들이 한번쯤 살짝이라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그 불안의 본질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수가(각종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이 매긴 공식 가격)는 주요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다. 어떤 의료 항목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 비해 30% 수준에 머물기도 한다. 명백하게 저수가가 맞다.

지금부터 직설적 화법으로 관련 상황들을 표현해 보겠다. 먼저, 완곡함의 누락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편감에 대해서는 널리 양해를 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 전후부터 서양의학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의사라는 직업은 최고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누렸다. 공적 의료보험이 도입되기 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은 돈과 명예를 다 누렸다. 또 상당수의 의사들이 미국으로 건너갔고, 의사는 더 귀했다. 그래서 누구나 의사가 되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경쟁은 치열했다. 도제식의 살벌한 의학교육 및 수련 과정도 모두가 잘 참으며 견뎌냈다. 그 이후에는 비교할 수 없이 우월한 경제사회적 지위(부와 명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 국민 의료보험이 적용된 1989년 이후부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에 비해 의사 수도 많이 늘어났고, 의사가 받고 싶은 대로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도화한 공적 의료보험의 수가 통제에 따라야 했고, 낮은 공식 수가에 적응해야만 했다. 우리 사회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오랫동안 가져왔던 경제사회적 최고 지위(고수익·고임금 직업)라는 인식만큼이나 당대 의사들이 선배 세대의 고수익에 대한 기억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공적 의료보험 시대의 ‘통제 수가’라는 선배 세대 때와 달라진 조건에서 그들은 더 많은 수익(기대수익의 충족)을 얻어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들이 찾아낸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통제 수가 체제 하에서 ‘진료의 양’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었다.

먼저, 전자(진료 양 확대)의 사례를 ‘2020 OECD 보건통계’를 통해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2.4명인데, 이는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하면 68.6%에 불과하다. 단순화시켜보자. 우리나라 의사들의 생산성이 OECD 평균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한국에서 생산된 ‘인구 1천 명당 의료서비스’는 OECD 평균의 68.6%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진실은 놀랍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6.9회나 된다. 이는 OECD 평균인 6.8회에 비해 약 2.5배나 많은 것이다. 한국은 OECD 평균의 68.6%밖에 되지 않는 의사 수로 OECD 평균의 2.5배나 되는 외래 진료의 양을 생산한 것이다. 결국 한국 의사들의 외래진료 생산성은 OECD 평균의 3.6배나 된다는 뜻이다. 입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입원 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가 우리나라는 19.1일인데 비해 OECD 평균은 8.1일이다. 두 배가 넘는다. 입원 의료의 의사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한국 의사들은 명백하게도 높은 수준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진료의 양을 늘렸던 것이다. 다음으로 공적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의 비중을 늘리는 사례인데, 이는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아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케어 도입 이전까지 전체 의료비의 약 18%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었다. 비급여는 민간의료보험이 시장을 확대하는 영역이기도 한데, 정부의 공적 가격 통제가 없는 곳이므로 의사들이 기대수익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의 도입을 반대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외래 진료의 생산성이 OECD 국가들의 3~4배나 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의사 수 확대 문제를 본질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유럽 국가들에서 보통 의사 1명이 하루에 외래 환자 20명을 진료한다면, 우리나라는 60~80명을 진료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럽의 의사들보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돈은 더 많이 번다. 시장주의 의료체계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의 기대수익이 유럽의 그것보다 크고, 기대수익의 달성을 위해 압도적 생산성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원의사인 내 후배는 하루에 100명 정도를 진료하는데, 언젠가 이 숫자가 반 토막이 날까 걱정을 한다.

논리적으로 판단컨대,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의료계는 의사 수 증원을 수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서 급증하는 국민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이고(외래 방문횟수와 입원일수를 OECD 평균에 순차적으로 조금씩 다가가도록 노력)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장려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 수가의 상향 조정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들 입장에서 의료이용을 줄이면서 비용 지출은 늘려야 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국민경제와 국가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일,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니 만큼 통 큰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제 오늘의 칼럼 주제와 관련해 결론을 내려 보자.

첫째, 정부가 제시한 ‘10년에 걸친 의대 입학 정원 4천 명 증원’은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임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연구기관의 보건학적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30년 시점 부족 의사 수는 7,646명이다(오영호 외, 2017). 사실, 정부가 제안한 4천 명은 여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경제학자의 추계는 훨씬 심각한데, 2030년 시점의 부족 의사 수를 1만9천 명으로 잡고 있고, 2040년엔 부족 의사 수가 3만9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했다(김진현, 2019). 김진현은 현재 입학 정원인 3,058명을 당장 5,000명 수준으로 늘려야 마침내 2050년쯤 의사 수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계했다. 경제학자의 관점이 아닌 보건·의료관리학자들의 추계에 근거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10년 간 입학 정원 4천 명 증원’은 결코 많은 게 아니다.

둘째, 정부가 말한 3천 명의 지역의사는 반드시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건 10년 지역 근무 조건 등은 지역의사 개념을 충족시키기에는 크게 미흡하고, 의료계의 반발도 사고 있으므로 정부의 정책에서 ‘3천 명 지역의사 양성’이라는 원칙만 남겨두고, 기존의 방법은 폐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많은 경우, 해당 지역에서 국민의 혈세로 의과대학 공부를 마치고 전공의 수련과정을 종료한 후 몇 년 동안만 근무하다가 적당히 경력을 쌓아 대도시로 가버릴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대 입학 정원의 증원 대상이 되는 대학의 범주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들도 포함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민사회까지 나서 비판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셋째, 정부는 증원되는 ‘4천 명 중에서 1천 명’은 역학조사관·의사 과학자 등으로 양성한다고 했는데, 이 방안은 논리적 설득력이 거의 없으므로 폐기하는 게 옳을 것이다. 공공보건의료 분야인 역학조사관 등은 공공의대에서 양성하면 될 일이고, 나머지 연구 인력들은 정부가 나서서 양성하겠다고 해서 양성될 것 같지 않으므로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미국은 이미 1964년부터 국립보건원(NIH) 의사 과학자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의대생의 4% 정도에게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해 의사 과학자를 연간 170명씩 기르고 있다고 하는데, 이 일은 지금이라도 시도하면 될 일이다. 굳이 지역의사 확보 계획과 뒤섞을 이유가 없다.

넷째, 공공(보건)의과대학을 남원의 서남대 자리에 보건복지부(중앙정부)가 정원 80명 규모로 설립하고, 영남, 호남, 충청 등 3대 권역에 광역 지자체가 설립하는 정원 80명 규모의 공공(보건)의과대학을 인가하는 것이 지역의사 확보와 공공보건의료인력 및 공공의료 확충에 가장 유리한 정책 방안이다. 제주와 강원은 지역 거점 국립의대를 정원 20~40명 수준의 공공의대 학생 위탁 교육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원 80명 규모의 공공의대 4곳(총 320명)에 더해 제주의대와 강원의대에 각각 최대 40명씩으로 80명, 이들 모두를 합하면 400명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생산성이 높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의사 수를 늘릴 경우엔 진료의 총량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료비의 증가가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더 가팔라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대도시가 아니라 지역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게 보건 문제의 핵심이다. 즉, 지역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로 인한 치료가능 사망률 등 지역의료의 격차가 심각하다. 전국 지자체의 40%가 응급취약지이고, 분만 취약지역도 많고, 의료 취약지역에 필수과목 전문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심지어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있는 지역의 중심지에서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이는 성격상 공중보건의료(공공의료) 사안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직접 개입으로 해법을 강구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의사협회 지도부는 의사 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또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한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협회 지도부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크게 다르다. 백번 양보해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귀를 기울이더라도 이는 설득력이 없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 명당 활동의사 수는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3.5명)의 68.6%에 불과하고,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도 7.6명으로 OECD 평균(13.1명)의 5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보건의료 여건과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지역의사의 확충은 절실한 과제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민간 또는 시장적 접근은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보건의료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직속 및 광역지자체 단위의 지역별 공공의대 설립과 진료권 단위의 지역 공공병원 확보가 그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공공의대 졸업자들이 대도시에 개업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이런 방안들을 놓고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국민)가 전문가 패널을 꾸리고 신속하고도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짧은 기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해 내로 입법을 완료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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