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민단체 “이재용 삼성 부회장 ‘M문건’으로 기소 이유 명확해져”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경제민주주의2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문건에 담긴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승계 계획을 거듭 설명하며 검찰의 기소를 재차 촉구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M은 삼성물산을 지칭한다. 특히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해 외국 합작 회사가 싼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악재를 고의로 숨겼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 부회장과 관련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 손자회사 에피스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약 23%를 갖고 있었던 반면,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는데 합병 조건을 보면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높게 평가됐다.

제일모직 가치가 높으면, 회사가 합쳐졌을 때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가진 쪽이 유리하게 되는데, 검찰은 이 부회장의 지분 확대를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떨어뜨리는 작업이 이뤄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그런데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인 에피스에 대해 외국 합작 회사가 싼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악재를 고의로 숨겼을 가능성과 관련된 문건이 등장한 것이다.

배 의원과 경제시민단체들은 ‘M사 합병 추진(안)’ 문건에서 합병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 계획이 명시적으로 언급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배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M社 合倂 推進(案)(이하 M 문건)’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이 문건이 “문서에 사용된 표현과 양식, 이후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2015년 4월경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쪽은 “저희도 모르는 내용이라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해명하며 문건 출처 확인은 모호한 상황이다.

배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 문건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두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M 문건이 작성된 지 약 1달 후에 2015년 5월26일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을 발표하고, 2020년 9월1일 합병을 완료했다.

문건 내용을 살펴보면 주가 악재 요인은 합병 공시 이전에 선반영하고, 주가 호재 요인은 합병 이사회 후에 집중해 주가를 부양하는 계획이 명기돼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상승 추세를 형성하는 것이 의결권 확보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최소화에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배 의원은 주장했다.

특히 이 문서는 ▲2015년 삼바 자회사인 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과 ▲건설 수주 발표 등을 주가 호재 요인으로 명시돼 있고, 실제로 삼성은 이 내용대로 2015년 7월1일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기업공개, IPO) 추진을 발표했다.

고한승 에피스 사장은 이 날 인천 송도 삼바 2공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곳이 미국 나스닥 시장”이라며, ” 삼성에피스는 미국의 나스닥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삼성은 에피스에 대해 15%의 지분을 투자한 미국 합작투자사인 ‘바이오젠’이 ‘50%-1주’까지 에피스 주식을 사전에 약정된 가격으로 삼바로부터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 존재를 함께 발표하지 않았다.

에피스의 모회사인 삼바는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의 약 35%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나스닥 상장의 이익을 그만큼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실현된다면 에피스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므로 바이오젠은 상장 이전 콜옵션을 행사해 상장 차익을 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배 의원은 “콜옵션의 존재는 삼바의 기업가치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서 삼성그룹은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발표하면서 콜옵션의 존재를 밝히고 그에 따라 시장이 상장의 이익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한겨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은 내용을 2014년에 보고를 통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에피스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에피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게 되면 바이오젠은 상장 전 본인들이 (보유한)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화로 보고 했다.

배 의원은 “이 부회장의 이같은 행위는 ‘만일 에피스가 나스닥에 상장될 경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고, 이 경우 삼바가 누릴 상장 차익은 그 콜옵션 행사의 이익만큼 감소할 것’이라는 중요사항을 고의적으로 누락함으로써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를 위배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M 문건이 명확하게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계획은 고의로 누락했다”며 “검찰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가리키는 바에 따라 조속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배진교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 측이 삼성물산을 합병할 것인지 계획을 담은 설계도”라며 “그 방법은 주가조작이다. 이 내용과 언론 보도대로라면 2015년 (합병 발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콜옵션 존재를 알았는데도 그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재산상 이익을 누리려고 했다. 자본시장법 178조 1항 2호 사기적 부정거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률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그간 수사로 상당정도의 증거가 확보됐다.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좌고우면함 없이 즉각 기소하고 재판과정에서 증거를 낱낱이 밝혀 이재용 부회장을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삼성이 글로벌 경제에서 제 역할을 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구 변호사(참여연대 경제정의센터 실행위원)은 “(삼성이)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와 별도로 총수 일가가 조직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한 과정을 심판하지 않으면 한국의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세계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기소가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다같이 힘을 모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요청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열렸다.

심의위 표결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압도적으로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뒤 한 달 넘게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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